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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Jul 12. 2023

영어 만점 가즈아!

선생님 제가 친구 공부 도와줄게요.

학기말이 다가오자 각종 수행평가에 아이들도 나도 마음이 분주하다. 어제는 5학년의 영어 말하기 수행평가 날이었다.

교실에 들어가자 긴장한 표정의 아이들이 "오늘이 시험 맞죠?", "선생님, 시험 많이 어려워요?", "문제 쉽게 내주세요. 제발요." 끊임 없이 말을 건다. 이럴 때에는 얼음 마녀 표정으로 살짝 시크하게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은 쉬워요. 공부 안 한 사람은 물론 어렵겠죠?"라고 대답한다.

이번 시험은 말하기 평가다. 이번 단원에서 배운 '맛'을 나타내는 다양한 영어표현과 음식을 주문할 때 사용되는 표현을 시험 보기로 했다. 영어 단어 가로, 세로 낱말 퍼즐 학습지를 나누어 주고, 번호 대로 앞에 나와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시험을 먼저 다 친 아이들이 자기네 반의 영어 실력이 조금 부족한 아이들을 일대일로 전담 마크하여 단어를 암기하게 하고, 핵심문장을 외워 대화를 하는 연습을 해 주고 있는 것이다. 아니, 너희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예쁜 거야?

그리고는 친구가 힘내라고 무슨 플랜카드 같은 응원 도구도 만들어서 옆에 서 있겠단다. 너무 웃기다. 몇 명이 이렇게 응원단을 조직하니 학급 전체의 분위기가 으쌰 으쌰, 무슨 월드컵 시즌 때를 연상시킨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다른 아이들도 앞으로 나와서 자기네반 친구가 힘내서 시험 잘 보라고 응원을 해준다. "누가, 친구 시험 보는데 이렇게 시끄럽게 하니?" 소리를 빽 질렀는데 속으로는 너무 귀여워서 죽는 줄 알았다.

시험 보는데 옆에 누가 있으면 오히려 긴장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야, 너희들, 그렇게 응원하는 건 좋지만 친구는 너무 부담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아이들이 시험 보는 친구를 기준으로 교실 네 귀퉁이로 나눠지는 것이었다. 이런 일사분란함!

와! 친구를 응원하는 그 모습이 너무너무 예뻤다. 이렇게 아름다운 5학년 어린이들을 보았나! 내일은 요걸 핑계로 새로 산 비타민을 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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