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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Jul 11. 2023

연락을 받지 않아 걱정했어요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같은 학교 옆자리 선생님이 결근을 했다. 우리들은 스케줄이 모두 제각각이라 시간표를 확인하지 않고는 누가 있는지 없는지, 조퇴를 한 건지 출근을 안 한 건지 알기 어렵다. 보통은 출근 후 1교시가 시작되기 전 스몰토크를 나누며 커피도 마시고 전달 사항도 함께 공유하는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그 쌤을 본 기억이 없다.


급식시간에 늘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던 쌤. 쌤이 과일을 좋아하던 기억에 급식 시간 때 나온 키위도 따로 챙겨 냉장고에 넣어놨는데. 그런데 식사 시간이 지나고 6교시가 되어도 기척이 없었다. 그제야 컴퓨터 메신저를 살펴봤고 쌤의 메신저가 꺼져있는 걸 알았다. 아! 오늘 못 나오셨구나...... 많이 아픈가? 전화기는 꺼져 있었고 걱정은 되는데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퇴근길에 교감님과 1층 로비에서 만났디. 교감님은 내게 그분이 연락이 안 된다며 내 전화는 받냐고 물어보신다.


오늘 아침 그 선생님이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아파서 출근이 어렵다며 전화했다고 한다. 분명 병원에서 진료를 본 후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는데 그 이후로 핸드폰도 꺼진 상태고 카톡을 보내도 읽음 표시가 되지 않으니 혹시 쓰러지지는 않았나 염려가 되었다. 요즘 하도 흉흉한 사건들이 많으니 괜히 불안하기 시작했다. 우리 둘은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며 말했다.


"직원 주소록 보고 우리가 한 번 가보죠. 핸드폰도 확인을 안 한다는 것은 많이 아프다는 거잖아요. 정신이라도 잃고 쓰러졌으면 어떻게 해요..... "


혹시 선생님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119나 앰블런스를 호출하여야 하는 건 아니지...... 불안감이 몰려왔다. 교무부장님이 교무실 속 잠긴 캐비닛을 열고 전보서류 제출한 자료 중 그 분의 주소를 찾아 우리에게 넘겨주셨다. 무슨 007 작전 같았다.


교감님이 갑자기 이런 말씀도 하셨다. "만약 그 선생님이 아픈 게 아니면 우리 둘이 방문하는 게 엄청 민망한 상황이 되는 거야."라고. 내가 답했다. "혹시 그렇더라도 그분이 안전한 것만 확인되면 우리가 두 발 뻗고 잘 수 있잖아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선생님네 집까지 올라가는 그 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늘 말하던 쿠팡 음식물 배달 가방을 보니 반가웠다. 저 집이구나...... 두근두근 하는 가슴으로 문 앞에 섰다. '아무도 응답이 없으면 어쩌지? 관리사무실에 말하면 열쇠 따는 아저씨를 소개해줄까? 우리가 문을 따고 들어가야 하나?'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딩동! 초인종을 누른다.


10초쯤 지났을까. 희미하게 "누구세요?" 소리가 들린다. 교감님 혼자 오신 게 아니라 나도 왔으니 부담  갖지 말라고 알려주고 싶어 큰 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저예요. 전화가 꺼져있어서 걱정이 되어 와 봤어요. 선생님 거기 있는 거 확인되었으니 우린 집에 갈게요. 아픈데 밖으로 나오지 마세요."


선생님이 무사해서 다행이다. 얼굴에 땀범벅인 선생님이 수줍게 대문을 연다. 계속 배가 아프고 열이 나서 침대에 누워 신생아처럼 잠만 잤다고 한다. 집 안으로 들어오라는 소리에 무슨 말이냐고 손사래를 쳤다. 입맛이 없어도 탈수 생기지 않도록 꿀물이라도 챙겨 먹고, 보리차에 설탕이나 소금을 타서 계속 마시라고 말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그래서 전화를 못 받았구나. 이렇게 문 열어주고 안심하고 돌아갈 수 있게 해 주어 고마워요. 내일도 몸이 안 좋으면 절대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쉬어요. 우리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요!


긴장이 풀리니 갑자기 허기가 몰려오고 배가 고프다. 교감님이 고기를 사주신단다. 술도 마음껏 시키라는 말씀도! 오늘 체육관은 스킵이다. 취권도 아니고 음주 운동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래는 교감님과 맛있게 먹은 저녁 식사 메뉴! 레스토랑 직원분이 갑자기 고기에 불을 붙이는 '불쇼'를 보여주셨다. 깜짝 놀라 사진을 찍고있던 카메라를 놓칠뻔 했다. 여름 밤 마시는 맥주 맛이 더욱 더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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