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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Aug 26. 2023

커피보다 짜이티가 내 취향!

인도를 닮은 성수동 짜이 가게 '높은산'

어렸을 때부터 나는 수정과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달달한 계피와 생강의 콜라보. 매콤하고 알싸한 뒷맛의 수정과! 어른이 되어서도 커피보다는 밀크티가 내 취향이었다. 맨 처음 보았던 밀크티의 기억은 동아 오츠카에서 만든 시판 음료 '데자와'캔이었던 것 깉다. 처음 캔 뚜껑을 따고 한 두 모금 마셨을까? '어, 이거 엄마 화장품에서 나는 향기인데?' 낯설고 이국적인 맛에 두 눈이 커졌다. 마치 로션이나 립스틱에서 맡아본 것과 유사한 향기! 홍차와 우유 외에 들어가는 밀크티 부재료가 무엇인지 너무도 궁금했다. 솔직히 처음 데자와를 먹었을 때에는 그다지 적응이 안 되었다. 두세 번 사 먹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데자와만 찾았지만 말이다. 낯선 것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에는 스타벅스 차이티 라테에 빠졌다. 대만에서 온 밀크티 전문점 공차의 음료들도 좋아했다. 그러다가 '두더지손 가게'라는 인도 네팔 음식 전문점을 알게 되었고 커피 말고 차이티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들이 서울 몇 군데에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중 내가 제일 애정하는 곳은 성수동 뚝도 시장에 자리한 짜이티 전문점 '높은 산'이다.

성수동 '높은산'은 인도 여행지에서 만나 부부가 되신 사장님 내외 분이 운영하는 인도 짜이 전문점이다. 커피도 팔지 않고 오직 짜이만 있다. 여기는 오늘 두 번째로 방문했다. 지난번에  먹어 봤던 프레첼과 비스코티도 맛보았다. 다소 딱딱했던 비스코티보다는 짜이쨈을 곁들인 프레첼에서 감동 대폭발이다! 우와! 짜이티가 짜이쨈으로 구현된다고? 대박!

'높은산'의 사장님은 카페를 운영하시기 전에 방송 영상 및 제과 제빵 업종에 종사하셨단다. 그래서 그런지 프레첼도 직접 구우시는데 진짜 빵솜씨가 엄지척이다. 짜이티와의 궁합도 너무 좋다. 어느 유명 베이커리의 프레첼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빵 안의 이즈니 버터는 주문 즉시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주시는데 적절히 발효된 프레첼과 차가운 버터, 그리고 풍미 가득한 짜이잼의 조합은 이 집이 찐 맛집임을 증명한다. 짜이쨈을 바른 프레첼과 아이스 마샬라 차이티를 함께 먹으면 진짜 최고다. 짜이티 좋아하는 분들 중 여기 안 가본 사람 제발 없게 해주세요!

짜이티에 진심인 사장님 부부는 일 년에 한 번씩 가게 문을 한 달가량 닫고 일본으로, 싱가포르, 인도 등 짜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다니며 시장 조사 겸 메뉴 개발을 위한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최고의 짜이를 향한 이들의 열정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래서 그런지 이 가게의 고객들은 충성도가 무척 높은 듯하다. 손님들도 모두 살금살금 소곤소곤 배려심 가득이다. 주인장을 닮은 가게, 그리고 그와 비슷한 결을 지닌 고객들! 다음에 이곳에 오면 럼짜이를 맛보고 싶다.

찐 내향인인 사장님은 짜이 이야기만 나오면 두 눈이 반짝이며 소년과 같은 미소를 지으신다.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아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사람을 알게 되어 너무 기쁘다. 아래 팬은 밀크팬이라고 부르는 짜이 전용 팬으로 주문을 받는 즉시 저 팬에 짜이를 끓이신다. 짜이를 끓일 때에는 밑바닥이 얇은 팬이 좋다고 전해 들었다. 

카더멈, 생강, 계피, 정향 등 짜이에 들어가는 다양한 부재료들을 통칭하여 '마샬라'라고 부른다. 인도 가정에서도 집집마다 특유의 재료를 사용하고 그 비중을 달리 하여 짜이를 끓인다고 한다.

짜이티를 마시며 생각했다. 맛있는 짜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부재료의 적절한 양과 비율을 계속 테스트하황금 비율을 찾아야 한다. 그 과정이 마치 예술가의 고독한 작업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고생스러운 연구의 과정이 끝나면 최고의 짜이라는 손님들의 즉각적인 피드백이 전달되고 그 즉시 소통하는 기쁨과 행복을 맛볼 수 있다. 나 역시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나만의 '마샬라'가 무엇인지 깊이 탐구하고 싶다. 또한 나만의 '마샬라'로 더욱 깊고 향긋한 인생의 풍미를 만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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