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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May 19. 2016

내 생애 최고의 여행!
알래스카 발데즈 연어부화장

미국 알래스카 Valdez 

여행 제목 : 알래스카 여행의 특별한 시즌 체험 in Valdez

                           Never Eating Salmon for poor Salmon life in Valdez   


여행시기 : 8월 말 (알래스카는 크루즈 여행시기와 맞물려 5월~9월 초까지가 시즌)






기본 상식으로 알고 있던 이야기 하나. 바다에서 살던 연어들이 자기가 태어난 민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말?

그러나 왜 올라가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알래스카를 와 보니 연어는 시기상 5월부터 움직이는 데 어느 바다에서 살던 처음 자기가 태어난 민물로 거슬러 올라가 알을 낳고 죽는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연어는 통조림이나 훈제 또는 일식당 내지는 서양 레스토랑에서 만나는 물고기라서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시기에 잡히는 고기가 맛있고 고기 종류에 따라 맛이 다른 지도 몰랐고 그들이 생애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신경 쓰지도 않았다. 


바다에서 오랜기간 민물을 찾아 거슬러 올라와 마침내 도착한 연어들


그러나 계절은 알래스카의 최고 성수기 8월! 한국은 여름 날씨로 뜨거울 대로 뜨거워져 있는데 빙하와 야생동물의 천국 알래스카는 다소 수그러든 관광객들로 도시가 조금은 한산해지고 있었다. 특히 알래스카의 스위스로 불리는 발데즈(Valdez)는 바람마저 차게 느껴져서 가을점퍼가 필요할 정도다. 


알래스카의 스위스로 불리는 작은 항구도시 발데즈의 여름 풍경


이 도시의 매력은 충분히 많지만 오늘은 <연어 이야기>를 좀 하고자 한다


매년 5월부터 8월까지 연어는 대이동을 한다. 지금이 8월이니까 연어 시즌으로 보면 끝물이라 비수기가 맞다. 그러나 더 늦지 않게 이 작고 아름다운 대자연의 도시 발데즈를 찾아온 나의 여행 타이밍에 그저 감사하기로 한다.    

    

연어 주변에 언제나 갈매기가 날고 있는 이유?


연어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바다 그물에 걸려 죽거나 

줄낚시에 걸려 죽거나  


곰한테 먹히거나 

갈매기한테 눈만 빼이고 죽거나 


 

갈매기는 살아있는 연어의 눈알만 빼먹는다고 한다


그들의 목숨은 그것들으로부터 지켜져야 살아남은 자만이 민물까지 올라올 수 있는데 그렇게 돌을 파서 알을 깐다 하더라도 그 알이 온전히 또 정액을 만나 연어로 부화할 것이며 부화하고 나서도 또 얼마나 많은 개체가 살아남을 것인가. 실제 자료에서도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단 5%만이 살아서 돌아간다고 하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이런 부화장까지 올라온 연어는 그 알을 까고 유도장 시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85%가 살아남는다고 하니 이 또한 알래스카 어부들을 먹여 살리고 자연을 살리고 함께 살아가는 이유 이리라.  



연어는 이미 회로 유명하고 훈제고기로 먹는 안주뿐만 아니라 슈퍼에 쌓인 통조림까지 국만 안 끓여 먹지 버릴게 없이 여러 가지 요리로 재생산되어 시판되고 있다. 그러나 연어라고 다 맛있는 것은 아니고 5가지 종류 중에서 맛있는 연어는 따로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곳에서는 연어라도 똑같은 연어로 취급되지 않고 맛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는데 가장 맛없는 건 핑크연어란다. 맛이 없어 이렇게 오래 살아남았고 여기까지 힘들ㄷ게 거슬러 올라왔는지 모르겠지만 저렇게 펄떡거리며 생명을 부화하겠다고 부화장의 세찬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부화장은 오픈형이라 누구나 드나들 수 있지만 절대 부화장 근처까지 올라온 연어를 만지거나 잡으면 안 된다. 그래서 낚시꾼들도 룰을 지켜 특정 거리를 벗어나서 고기를 잡는다. 그러나 너무 멀리서 온 나는 이렇게 우연히 만난 알래스카 연어를 그냥 바라보지 못하고 물가로 내려가 살짝 연어를 잡아본다. 세상에나! 엄청남 힘으로 펄떡거리며 필사적으로 뛰고 있다. 이렇게 힘이 센 물고기가 있었나? 민 물속 알에서 깨어나 바다에서 한 생명 살고 다시 고향으로 찾아온 연어는 인생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 같기도 하지만 그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그저 좋은 음식으로만 여긴다. 그러니 이렇게 힘차고 목숨을 바쳐 바다를 거슬러 올라와 마지막 민물에 도달할 때까지 있는 힘을 다해 펄떡거리며 올라가는 그들의 처절한 생명에너지를 어찌 알 수가 있겠는가!  


 


<오늘 이후 절대 연어 고기는 먹지 않을 거야>     


부화장 공기는 심한 비린내와 함께 갈매기 밥이 되어 눈알도 없이 죽은 연어가 썩어가는 냄새로 코를 막을 만큼 상태가 안 좋지만 이 진동하는 악취 속에서 양면의 동전 같은 부화장을 걸어가며 나도 모르게 결심하는 말이다. 이것은 단순히 헛나온 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연어를 먹지 못할 만큼 처절한 그들의 생명에 대한 에너지를 느꼈기 때문이다. 바다는 잔잔하지만 그들은 그 잔잔함속에서 조용히 사는 것이 아니라 민물을 만나는 그날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온몸을 바쳐 힘차게 투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바닷속 한 마리 물고기일 뿐이지만 이렇게 생명의 소중함과 생과사의 갈림길에서 인고의 세월을 이기며 고향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본능에 어떤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민물에서 태어난 연어 중 단지 15%만이 고향에서 알을 낳고 죽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여기까지 올라온 연어는 얼마나 대단한 존재이며 행운아인가! 안타까운 것은 여기까지 다 와서 마지막 고비를 남기고 저렇게 갈매기의 밥이 되어 죽어야 한다면 이 또한 얼마나 슬픈 일인가! 여기 갈매기는 살아있는 연어의 눈알을 빼먹으며 부화장 근처에서 잘 먹고 잘 산다는데 배가 부른 갈매기들이 날지도 않고 저렇게 물가에 앉아 제 발로 찾아오니 먹이만을 바라보고 있는 이유이다. 그들한테는 가만히 자리만 지키고 있어도 먹거리가 굴러 들어오는 거지만, 평생을 고향 찾아 거슬러 온 연어는 여기까지 와서 저렇게 목적지를 바로 앞에 두고 허망하게 갈매기의 밥이 되어 죽어야 하니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생과 사 산다는 건 사람보다 말 못 하는 짐승의 세계가 더 마음이 아프다. 여행자로 내가 선택하고 내가 가고 싶은 대로 여행을 하는 인간의 시선에서 연어는 정말 존경할만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로 그렇게 생을 마감해야 하는 연어. 알을 낳으면 죽어야 하는 것을 알고도 저렇게 알을 낳고 죽기 위해 필사적으로 돌아온 것이다. 어쩌면 태어난 곳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수천수만 킬로미터를 고향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본인이 태어난 그 맑은 민물에서 제 2의 생명 알을 낳고 바로 죽는다는 연어. 알을 낳는 것이 곧 죽음이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것으로 본인의 생명을 다하는 것이 임무인 것을 아는 그들이기에 그들의 귀환은 오직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생명을 다해 찾아온 것이니 그들이 선택하고 살아가는 장렬한 생애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거센 물결을 힘차게 거슬러 부화장으로 올라가고 있는 연어

생명을 원하는 것일까  

죽음을 원하는 것일까    


태어난 곳이 곧 장례식장이 될 것을 알지만 스스로 죽음을 마감할 수 있는 본능적인 삶.  


감히 나는 이렇게 힘차게 꼬리를 치며 거친 바다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의지만도 못한 나약한 삶의 여행자는 아닌가 반성해 본다. 연어는 암컷이 알을 물속에 풀어놓고 죽으면 수컷이 와서 정자를 낳고 시간차는 다르지만 결국 각자의 생을 마감한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교배로 자동 부화가 되어 생명이 늘어나거나 물속 환경으로 모두 사라진다. 그래서 인간이 도움을 주고자 시작한 일이 일이 외부 침입이 없는 이런 안전한 부화장을 만들어 거슬러 올라온 연어의 알을 억지로(?) 빼고 생의 마지막 순간을  도와주는 것이다. 동시에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결국 죽을 물고기 인생이라지만 알로 남겨진 생명은 건져야 하기에 이런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에 의해 알을 빼이고 죽으나 바다에서 잡혀 죽거나 갈매기한테 찍혀 죽으나 어차피 죽을 것을 알고 살아가는 물고기지만 죽음을 알고도 알을 낳기 위해 온 힘을 다해 펄떡거리며 바다를 거슬러 온 연어들을 보니 과연 나는 얼마나 내 삶에서 얼마나 책임 있게 의무를 다했는가 반성이 된다.  

 


나에게 연어란?  


고요한 민물 속에서 흔들리며 부유하는 불안한 존재에서 최고의 청춘을 식탁에서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하는 맛난 재료로 바치고 살아남은 자들은 더 깊은 바다에서 좀 더 오래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생명을 잉태하면 멀고 먼 여행을 스스로 떠나는 존재. 한마디로 용감한 탐험가 같은 자유인으로 사는 물고기로 정의하고 싶다  


살려달라고 외치는 연어?


나의 삶이 연어보다 못한 라이프가 되지 않도록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알래스카 여행을 와서 대자연이 보여주는 규모의 여행이 아닌, 바다 속 작은 생명으로부터 내 존재에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연어의 영화 같은 삶을 통해 나를 되돌아본다. 매년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이 정해져 있듯이 우리의 삶도 쳇바퀴처럼 매일매일 정해진 룰처럼 흘러가고 있지만 삶을 여행처럼 할지 여행을 삶처럼 할지 결국 나도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차가운 바다 갈매기들이 먹이를 찾아 날아드는 그 깊은 바다 속을 알 수는 없어도 적어도 내 삶과 내 환경은 내가 선택하며 살게 되기를 바란다. 죽음을 알고도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 목적지까지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 생을 마감하는 용감한 연어처럼 나도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존재로 의미 있는 삶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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