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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Oct 23. 2017

이탈리아의 알프스 돌로미티를 만나다 in Cortina

베니스에서 떠난 휴식 같은 여행 

여행 제목 : 유네스코 지정 이탈리아 북부의 아름다운 대자연을 찾아서...

여행시기 : 2017년 10월 햇살 따스한 가을에...




베니스를 출발한 버스는 가을로 풍성한 논과 밭이 펼쳐진 지평선을 보여주며 달린다. 출발할 때 약 2시간 거리라는 안내에 어느 시점에서는 지루한 지평선을 뒤로하고 잠을 좀 자 둬야지 생각했는데 딱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갑자기 펼쳐지는 포도밭 풍경.



카메라를 꺼내 버스 빈 좌석 창가 좌우 모두를 점령하고 왔다 갔다 정신없이 셔트를 누른다. 연속되는 카메라 셔트 소리에 잠을 깬 여행자들도 덩달아 핸드폰으로 출발 때와는 다른 풍경을 담아낸다. 유럽 아닐라까봐 와인농장의 가옥은 살짝 캐슬 같은 느낌이 들면서 한장의 그림엽서 같다. 특히 와이너리 농장들은 언덕 경사면 따라 펼쳐진 푸른 포도밭 속에서도 눈에 띄는 벽난로가 있는 갈색의 네모진 벽돌 기둥과 함께 웅장한 모습을 갖추고 있어 포도밭과의 조화가 자연스럽게 연출되고 있다. 잠시 이런 와이너리 풍경도 지루하다고는 생각이 들 때쯤… 우뚝 솟은 바위산이 나타난다.



고작 1시간 30분을 달렸을 뿐인데 처음에는 지평선을 보다가 포도밭이 펼쳐진 언덕을 만났고 지금은 웅장하게 펼쳐진 산이 보인다. 멀리 정상이 나무 하나 없는 돌산인 거 보니 기본 높이가 수목한계선을 넘은 2천 미터 이상이라는 말이다. 그럼 이제 오늘의 목적지인 돌로미티에 온 것인가?



아~ 돌로미티. 드디어 오고야 말았다. 이탈리아를 오는 이유가 세계사의 유적을 찾아오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탈리아 북부지역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알프스 접경지역이면서도 부호의 별장들이 모여있다는 가르다 호수가 있고 겨울 스키의 천국인 돌로미티가 있다. 이태리에서도 돌로미티 여행은 럭셔리 휴양지로도 알아주는 지역이다.


-     어느 산이 제일 높은 돌로미티인가요?

-     이제 돌로미티로 접어든 것일 뿐 제일 높은 봉우리는 계곡 입구로 가야 겨우 보일 겁니다


동네 입구를 들어서면 좌우로 많은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십여분 이상을 이산인가 저산인가 궁금해하며 찍어대던 카메라를 내려놓는다. 이미 예사롭지 않은 산들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시작일 뿐 아직 본론은 아니라고 하니 좀 더 참기로 한다.


산으로 들어서면서 베니스에서 14도였던 온도가 12도로 내려간다. 출발한 지 2시간이 되어가지만 어떤 상황인지 인포메이션이 없는터라 너무 방관한 현재가 원망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도대체 돌로미티의 하이라이트가 어느 쪽일까? 왠지 여행자의 관심이 더 끌린다. 기차로는 오기엔 불편하니 드라이브를 제대로 즐길만한 코스이기도 하다. 



하늘 아래 피라미드처럼 생긴 거대한 삼각형의 봉우리가 우뚝 솟은 게 한두 개라 아니라 (로키에서는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봉우리가 있어 어느 산이 정상인지 척 보면 아는데) 여기는 입구에서부터 좌우로 여러 개가 다른 각도로 여러 개 보여서 로키와는 또 다른 풍경이다. 이 상황에서도 아무 멘트가 없는 버스는 산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꼬불꼬불 산길은 방향을 바꿀 때마다 다른 모양의 산새가 모습을 드러낸다. 멀미가 날 수도 있는 코스이지만 이태리 최고의 절경을 찾아가는 객의 마음은 멀미를 몰아낼 정도로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다.



입구에서부터 놀라서 찍던 셔트 소리는 아까보다 확연히 달라진 바위산들에 잠시도 카메라를 놓지 못하게 한다. 좌측 봉우리들이 밝은 햇살에 눈부신다면 우측 봉우리들은 묘하게 구름이 끼어 있어 어느 봉우리가 top 하이라이트인지 한순간도 놓칠 수가 없는 데다 마을을 둘러싸듯 포근하게 끌어안은 산새가 예사롭지 않다.



10분 후에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안내와 동시에 더 멋지게 좌우 병풍처럼 펼쳐지는 로키의 확장된 바위 봉우리들. 아~ 이것이 진정한 돌로미티의 매력? 10월에 이런 날씨도 흔하지 않은 일인데 특히 오늘 날씨는 더 환상적이라며 안내자도 놀라워한다. 날씨 덕분일까 돌로미티의 리얼한 생얼에 감동한 걸까 동서남북 눈 하나 뗄 수가 없는 엄청난 고봉 봉우리들에 눈이 호강한다.



버스에서 내리니 온도는 11도까지 내려간다. 그러나 10월의 햇살은 뜨겁고 산에서 내려온 공기는 차가워서 여행자가 느끼는 체감온도는 오히려 덥다. 그래도 선글라스는 꼭 챙겨야 하지만 방한 점퍼까지는 필요 없을 같은데 춥지 않은 지역에 사는 이태리 사람들이라 일정표에 윈터 코트 필수라고 적어둔 거 보고 사실 긴장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여기서는 그럴 만도 하다. 



버스가 도착하자 현지 주민 버스기사가 올라타면서 기사가 두 명이다. 여기까지 운전했던 기사가 오히려 보조석에 앉아서 가는 건 도대체 무슨 일일까? 그러나 그 이유는 10분도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지금부터 달리는 도로는 일반도로와 달라서 대형버스 기사라도 이런 꼬불꼬불한 좁은 산길은 운전하기에 쉽지 않아서 이런 도로에 경험 많은 전문 드라이버가 직접 운전을 해서 2천 미터 이상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은퇴해서 쉬어야 할 할아버지가 걱정이 되었지만 묘기를 부리는 듯한 운전 솜씨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는 2천 미터가 넘는 산도 없지만 1천 미터까지라도 운전을 하고 갈 만큼 도로가 닦여진 산도 없지 않을까? 여기는 이 좁은 산악도로를 s자 코스를 멋지게 그리며 드라이빙을 즐긴다.



10월이면 가을이라 이곳 돌로미티도 위쪽으로 올라오니 노랗게 가을이 찾아왔다. 붉은 가을 단풍과 노란 단풍이 살짝살짝 도로를 따라 펼쳐져 있어 드라이브하는 느낌이 더 좋다. 한쪽에서는 단풍구경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마을이 저 아래 펼쳐진 계곡을 바라볼 수 있다. 이런 풍경을 밀어내면서 더 올라가면 과연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고개를 들어 시선을 좀 더 멀리 바라보니 각양각색 모양의 바위 정상들이 한 폭의 이태리 수채화처럼 펼쳐져 있다. 이러니 앞을 봐도 옆을 봐도 뒤를 봐도 지루하지 않은 돌로미티가 2009년에 아름다운 자연으로 유네스코에서 지정된 이유를 알겠다. 



사실 1천 년 전에는 아시아인들이 모여 살기도 했다는 정보가 새롭긴 하지만 2021년 세계 스키 챔피언 대회를 한다는 포스터가 왠지 당연한 듯하다. 이곳에서는 영화제작도 많이 했다고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영화가 클리퍼 행어. 물론 한 달 전에도 할리우드에서 실베스타 스탤론이 영화를 찍었고 계속 영화 쪽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란다. 가이드 멘트를 듣다 보니 벌써 버스가 도착한 지점이 2117미터. 버스에서 내리니 딱 한 가구가 있는데 벽에 크게 Passo Falzarego m2117라고 적혀있다. 



현재 온도는 8도.


이곳에 내리자 3천 미터 넘는 봉우리들이 눈앞에 가까이 보이기 시작하고 정상에는 눈마저 쌓여있어서 3300미터 이상에서는 만년설도 있지만 과거에 바닷속에 있던 것이 융기한 산이라 화석도 발견된다는 정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이곳에 버스와 자동차가 많이 주차한 것을 보니 산행을 하기보다 3천 미터 정상까지 쉽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은 더욱 케이블카를 타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우리 팀은 연세든 분들이 있어서 그런지 움직이는 속도가 느려서 신속한 동작이 필요한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30여분 산책을 하기로 했다. (다음에는 따로 와서 저 케이블카도 타 보고 오스트리아와 이태리 전쟁 때 엄청난 희생을 치렀던 만큼 이곳 입구에서 정상까지 터널을 팠다는 그 코스를 가 봐야겠다).


노오란 단풍이 회색의 산 봉우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가을 풍경


눈에 띄게 다른 높이만큼이나 겨울도 길고 스키시즌도 길어서 11월부터 5월 중순까지 스키를 탈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멋진 자연 스키장인가. 당연히 겨울에는 스키스쿨이 있고 슬로프 코스도 초중고급으로 나뉘어 레벨은 색깔로 구분된다고 한다 (초록&블루 : 초보자, red: 중급 , black:고급) 가장 멋진 코스는 역시 2천 미터 지점에서 케이블카에 스키를 싣고 3천 미터까지 올라가서 거기서부터 산 뒤쪽 완만한 경사면을 따라 스키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라고 한다. 와 상상만 해도 멋진데 스키를 탈 줄 못하는 나 같은 여행자는 직접 짜릿한 쓰릴 감은 경험하지 못하지만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는 설산의 웅장함과 멋지게 하강하는 스키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겨울이 기대가 된다. 



-      어느 봉우리가 제일 높은 건가요

-      돌로미티에는 3천 미터가 넘는 봉우리가 많아 서제일 높은 봉우리는 3300미터 정도 되지만 전체적으로 이 산맥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풍경은 어느 한 개의 봉우리만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딱 어느 산이 제일 높다고 말하는 건 의미가 없긴 해요


산으로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차원이 다르게 보이던 파노라마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어느 쪽이 정상이고 아름다운 봉우리일까 생각했는데 결국 눈앞에 일부만 펼쳐진 봉우리 산맥을 보니 생각이 달라진다. 특히 이곳처럼 케이블카로 3천 미터까지 올라가는데 어느 한 지점을 향해 카메라 초점을 맞추는 건 의미가 없지 않을까. 왜 이곳 안내원들이 버스에 타도 여러 가지 안내멘트를 하면서도 정작 제일 높은 산이 어디라고 강조해서 말하지 않는지 이유를 알겠다. 돌로미티 입구에서부터 어느 산이 제일 높은지 물었을 때 그냥 웃기만 한 이유를 이제는 이해한다.



초보 방문자라면 당연히 정상부터 찾게 되는데 잠시 반복되는 어리석은 생각을 접고 있는 그대로 하늘 아래 길고 높게 펼쳐진 돌로미티의 연속적인 풍경을 담아보기로 한다. 그렇게 두 시간여를 천천히 산속이지만 산속 같지 않는 계곡을 따라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바람을 쐬고 하산을 하고 보니 캐나다 로키보다 봉우리가 많은 작은 이태리 로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이라는 풍경은 대동소이할 수도 있는데 캐나다 로키에는 4천 미터가 넘는 봉우리가 있지만 여기에는 3천 미터 정도라는 차이는 있지만 산이 주는 아름다움은 같은 듯 달라서 오르지 못하는 산도 신비롭지만 이렇게 케이블카로 오르고 스키도 자유롭게 탈 수 있는 돌로미티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여행 정보>


이태리의 알프스 산맥인 돌로미티를 만나려면 코티나 (Cortina)로 가야 한다. 이 낯선 지명의 산악마을은 입구에서부터 안개 기운과 함께 목조로 지은 가옥들의 조화가 멋진데 마을 자체도 큰 조개가 펼쳐진 모양이라고 한다. 조개를 감싸는 산맥이 왕관처럼 사방에 병풍처럼 솟아있고 마을은 계곡을 따라 넓은 조개 속에 담기듯 위치해 있어 지형상 사방에서 햇빛이 비추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1천 미터가 넘는 다른 산악마을에 비해 겨울에도 햇살이 오래 남아있어 겨울 휴양지로도 손색이 없어서 여름만큼 방문객들로 넘쳐나지만 대부분 스키 손님들이 많다고.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우리나라 대관령처럼 산악마을이지만 대부분 자급자족으로 우유와 치즈를 만들어서 나눠먹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유명한 레스토랑의 경우 주인이 직접 산에서 염소와 돼지를 키우면서 매일 새벽에 올라가 신선한 우유를 짜서 식당에 사용할 치즈를 만든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신선한 우유와 치즈로 만든 음식들이 얼마나 맛있겠는가. 당연히 가내수공업 형태의 패밀리 중심으로 운영하는 소규모 식당으로 한계는 있겠지만 진정한 미식기행의 완판이 아닐까. 산이 주는 대자연만 내추럴하고 아름다운 게 아니라 오감의 즐거움 중에서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미각이 즐거운 먹거리가 보장이 되니 (자연에) 눈도 즐겁고 (음식으로) 입도 즐거운 이태리 북부의 돌로미티를 꼭 여행해보기를.




사진으로 다시 보는 돌로미티 풍경


높이에 따라 보여지는 자연의 색깔이 너무도 내츄럴하게 달라지는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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