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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Oct 24. 2017

오르지 못한 만년설 ‘추크슈피체’에서 배운 하산의 감동

독일의 최고봉 2962m

여행 제목 : 오르지 못한 독일의 최고봉 ‘추크슈피체’에서 배운 하산의 감동!

가는방법 : 뭔헨 중앙역에서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역까지 열차로(RB) 1시간 25분 소요 




휴가 삼아 떠난 바이에른에서 여유 있는 아침을 보내고 제일 먼저 문을 나서며 들른 곳은 관광 안내소. 나름 알려진 명소의 대부분은 이미 가본지라 특별히 휴가여행이라고 해서 가고 싶은 데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습관처럼 관광 안내소를 방문하게 된다.



이런저런 자료를 뒤적이는 순간 눈에 확 띄는 엄청난 바위틈 사이로 맑은 물줄기 발견.

- 여기가 어디예요? 이곳도 바이에른이 맞나요? 여기에서는 얼마나 멀죠? 


연거푸 나오는 질문공세에도 안내소 직원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성실하게 대답을 해준다. 그녀로부터 모든 답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는 여행자의 갈증은 아침부터 파트나흐 클람(Partnach Klamm)으로 걸음을 옮기고….



계곡이 생각보다 멀다. 가도 가도 보이지가 않는다. 얼마나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걸까? 순간, 눈앞에 펼쳐진 별천지. 와~ 여긴 완전히 독일의 로키인걸요? 계곡이 이렇게 깊이 숨어있었다니! 도대체 이 옥색 물은 어디에서 흘러 내려오는 거죠?


입구에서 표를 구입할 때까지만 해도 어떤 계곡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계곡 브로셔 한 장만 들고 시내에서 40여분을 걸어온 만큼 기대도 컸지만 생각보다 웅장한 광경에 나도 모르게 함성부터 질러댄다. 그동안 좋다고 하는데 많이 보고 다녀서 어지간하면 잘 놀라지도 않는 편인데 오늘은 완전히 감동 모드다. 야호, 와~, 오 마이 갓등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감탄사를 내뱉으며 알프스 계곡의 절경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그동안 여행 좀 다닌 척하고 산 게 오히려 부끄러워진다. 그렇게 20여분을 계곡을 따라 올라가자 마치 잠시 스쳐 불다간 바람처럼 기암계곡은 사라지고 독일의 최고봉인 추크슈피체까지 가는 트레킹 안내판이 나온다.


이렇게 해서 정상까지 걸어간단 말이야? 물론 그동안 추크슈피체는 몇 번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가긴 했지만

이렇게 또 산맥을 따라 트레킹을 한다는 생각은 상상조차 안 해 본 일이다. 



과연 얼마나 걸릴까? 혹시나 해서 지나가는 등산객한테 물었더니 하루 종일 가야 하거나 어쩌면 산 중턱의 어느 산장에서 1박을 해야 할지도 모른단다. 기차와 케이블카에 의지하면 반나절 코스로도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걸어 올라갈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왠지 오늘은 새로운 경험에 도전해 보고 싶어 진다.




그래서일까? 일단 정상까지는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로 올라가고 내려올 때 살짝 트레킹 코스 일부를 즐기고 싶어 졌다. 


- 여기서부터 저 아래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  1시간 15분 



매사 숫자 계산이 정확한 독일에서 이런 질문을 다시 한번 시도하는 건 정말 눈으로 보는 것과 달리 나 같은 초짜는 거리가 전혀 짐작이 안 되기 때문이다.



오늘같이 날씨 좋고 트레킹 하기에도 너무 완벽한 날씨에는 알프스에 걸친 유럽의 4개국(이태리, 오스트리아, 스위스, 독일)을 동서남북 방향에서 골고루 보며 하산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 걸? 



- 제가 등산하는 건 자신이 없어도 하산하는 건 자신이 있거든요,

- 여기서부터 걸어가 보고 싶어요. 



무슨 소리! 등산보다 더 힘든 게 하산인데 그런 복장으로는 상상도 하지 말고 그냥 케이블카 타고 내려가세요. 



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곡에서 만져본 옥색 물을 생각하면 절대 이대로 쉽게 내려가고 싶진 않다. 그러나 문제는 신발이다. 용기는 백배이나 나의 신발은 영 아니다. 그런 신발로 내려가면 위험하다며 절대 걸어 내려가지 말라는 일행들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준비는 이미 출동 완료. 



하지 말라고 할수록 더 하고 싶은 게 여행자의 고집인 걸까. 차라리 한 시간 뒤에 저 밑 병원에서 만나자는 일행의 농담조차 메아리처럼 날려 보내며 저 아래 비어가든에서 만나자는 씩씩한 멘트를 남기며 하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큰소리치고 하산은 시작했지만 역시 불안한 건 인정. 그래서인지 5분쯤 내려가다 만난 올라오는 등산객에게 또 한 번 확인 질문.


- 올라오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사실은 제가 지금부터 내려가려고 하거든요.


2천미터 이상부터는 바위산에 돌길이고 나무 한포기 자라지 않는다


그러나 역시 돌아온 대답은 이런 복장으로는 내려가지 말라는 말뿐. 굉장히 가파른 절벽이라 나도 긴장은 되지만 이미 내려온 걸 어떡해. 에라, 모르겠다. 까짓 거 죽기 아니면 병원 행?  



손에 쥔 생수 한 병과 카메라, 그리고 비상사태를 대비해 휴대폰 위치를 한 번 더 확인하며 걸음을 계속 옮긴다.

잘게 부서진 돌조각 때문에 하산길이 더 위험하고 자주 미끄러지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좁은 길 양옆으로 펼쳐지는 낭떠러지 같은 이 스릴감은 이곳을 걸어 가봐야만 알 수 있는 아찔함이 있다. 


발가락에 힘도 주고, 심호흡도 해 가면서 아래로,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살다 보면 주변의 유혹에 흔들려 가고 싶은 길을 바꾸기도 하고 가야 할 길을 포기해야 하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실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똑바로 가기도 힘든 게 세상일이다.



만약 주변의 만류에 따라 내가 이대로 주저한다면, 그래서 편하게 케이블카를 타고 5분 만에 저 아래 도착한다면 난 과연 행복했을까?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고 나의 결정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똑바로 내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하며 한 발 한 발 내려간다면 나는 그것이 나의 목표 달성이요 성취감인 것이다. 




그까짓 신발은 문제가 될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건 나의 의지인 것이다. 스스로에게 ‘나는 할 수 있다’ ‘무사할 것이다’라는 주문을 외운 덕분인지 정말 무사히 하산을 했다. 물론 내려오면서 온갖 별별 생각이 다 떠올랐지만

결국 문제는 내 마음이었지 신발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인지 목적지까지의 거리가 좁혀지자 초반의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고 오히려 내 발을 미끄럽게 했던 부서진 돌을 살짝 밀어내듯 걸어가는 여유까지 부리며 발 춤을 춘다. 신발로만 판단된 걱정과 불안이었지만 결국은 시도하지 않은 이론에만 집착한 충고였으니! 이제 모든 것은 나 스스로 경험해 볼 일이요, 나만이 나의 진심을 좇아 살 일이다. 비록 무모한 결정이었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결과적으로는 행복한 결정이었다. 




되돌아보는 가파른 바위 정상은 독일의 최고봉 추크슈피체를 다른 시선으로 올려다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2962m 알프스 정상에서 2600m 지점까지 걸어 내려갔을 뿐이지만 나의 이번 산행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기분 좋게 도착한 중간 전망대에서 바이에른의 오리지널 생맥주 한잔을 마시며 혼자만의 감동을 마무리한다. 그때 바로 다른 시간차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온 일행을 만났다. 그들은 정말로 걸어 내려온 거 맞냐며 놀란다. 




그들도 놀라고 나도 놀란 하산의 감동. 비록 하얀 블라우스에 파아란 스카프 휘날리는 정신없는 하산을 감행했지만 생각해보면 세상은 불안한 시작보다 도전하는 자신감이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절벽을 따라 한 사람 겨우 걸을 정도의 위험한 돌길이었지만 중간중간 바라본 추크슈피체의 4개국 파노라마 감상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 


한마디로 독일의 최고봉에 대한 경외심? 또는 대자연 앞에 선 나약한 인간의 반성? 그렇게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알프스에 대한 감동과 그리고 여행 선진국 독일에 대한 무한 신뢰감을 재확인하며 나의 휴가여행도 마무리를 해본다. 


이번에도 역시 오르지 못한 독일의 최고봉이었지만 나같이 준비 없는 여행자에게도 아무 문제없이 하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용기를 준 여행이라고 할까? 


산을 꼭 오르는 것만이 중요할까? 


바로 여기 독일의 최고봉 추크슈피체에서 새로운 하산의 감동을 배워본다.  






독일의 TOP !  독일의 최고봉 추크슈피체 (Zugspitze) 여행정보



 유럽 4개국(스위스-오스트리아-이탈리아-독일)에 걸친 알프스 산맥 중에서 독일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자 바이에른 최고의 명산으로 이곳을 가기 위해서는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Garmisch-Partenkirchen)으로 가야 하는데 가르미슈 (Garmisch) 라는 마을과 파르헨키르헨 (Partenkirchen) 이라는 마을이 각각 따로 있었는데 1936년 독일에서 개최된 동계올림픽을 위해서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으로 합병하게 되었다. 동계올림픽 유치지답게 매년 1월에는 스키점프대회가 바로 이 곳에서 열린다. 일반적으로 여름에는 영상 10~15도 , 겨울에는 영하 20도 정도이다.


추크슈피체를 올라가는 방법은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역 뒤에 있는 추크 슈피 채반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가거나 약 1000m 지점에 위치한 아이 브제 호수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까지 바로 올라갈 수 있다. 


[추천코스]  

매표소에서 등산열차로 쥬그스피츠 정상까지 올라간 후에 내려올 때는 케이블카를 이용해서 

아이브제 (Eibsee) 호수로 내려 온다. 아이브제 호수에서 매표소까지는 열차로 이동하면 된다.


첫 기차는 08:15분부터 매 시간마다 한대 운행을 하지만 날씨가 좋거나 성수기에는 30분마다 운행을 하기도 한다. 하산하는 케이블카는 16:15분에 종료되므로 당일 트레킹이 아닌 제대로 등산을 할 목적이면 산 중턱에 있는 산장에서 숙박을 하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산악장비를 갖추지 않고 누구나 등반할 수 있는 알프스 유일의 산으로 가볍게 당일코스로 등산을 해도 좋고 파트나 캄 계곡 또는 아이 브제 호수를 한 바퀴 돌면서 무리하지 않게 알프스의 진풍경을 만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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