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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Dec 05. 2017

고대 로마의 맛을 찾아 골목을 거닐다

이탈리아 미식기행 Food Tour in Rome 

투어 제목 : 로마인들이 즐긴 레시피 그대로 만나는 로마식 진짜 푸드투어

                 Enjoy ROMAN dishies TASTE in Rome

진행방법 :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고대 로마로부터 전통방식으로 내려오는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맛보는 투어인데 약 6가지 이상 음식을 맛보게 되는데 정말 관광객으로서가 아닌 현지인처럼 로마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약속장소는 식당으로 이용하지 않지만 그 집앞에서 만난다


오전 11: 00 

아침을 먹을 수도 점심을 먹을 수도 없는 시간이다. 투어 시작 15분 전까지 오라는 이메일 문구로 넉넉하게 출발했다. 주소만 있으면 어느 골목이라도 찾아가는 유럽의 도시라 그다지 걱정은 안 한다. 막상 도착해보니 생뚱맞게 어느 식당 입구 앞에 천막으로 된 벤치이다. 이 집에서 먹으려는 건가.


이 가게에서 먹는것도 아닌데 남의 가게 앞에서 모여서 화장실까지 볼일보는게 다소 이상하긴 했지만 여긴 이탈리아 로마니까!


사람들이 모두 모이자 가이드가 소개를 시작한다. 


오늘 투어는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먹으러 다니는 푸드투어입니다. 제가 이 동네에서 자라고 학교를 다니면서 지금까지 제가 이 동네에서 먹어본 식당들 중에서 제가 맛있어서 자주 찾는 가게들로 특별히 선택했는데 제가 지금 30살이 넘었으니까 오늘 가시는 식당들은 30년간 동네 주민이 먹고 자란 만큼 검증된 집임을 자부합니다. 



본인이 살고 있는 동네 골목음식을 자부심을 갖고 안내하는 가이드.


오늘의 가이드인 필리핀계 이탈리아 사람인 그녀는 스스로 이 동네 살면서 충분히 먹어본 만큼 오늘의 메뉴가 다양한 것도 특징이 있지만 6군데로 선별한 맛집들이 규모는 작아도 정말 맛있을 거라며 스스로 자랑을 한다.


그래서 그녀가 포인트를 주면 강조한 단어는 음식에도 급이 있는데, 고대 로마의 요리법 그대로 2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맛을 즐길 수 있는 게 중요한 부분이라며  <traditional , cultural and typical roman food>를 강조한다. 




여행자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정통과 문화가 살아있는 전형적인 로마식 음식체험이라니 끌리지 않을 수가 없다. 여기까지 찾아오면서도 느낀거지만 크게 관광지도 아닌 이 동네는 로마의 센터에서 보면 남쪽으로 떨어진 아주 평평한 지형의 작은마을이다. 물론 역사적으로는 BC 1세기부터 로마에서는 가장 큰 육류 저장소가 있었던 지역으로 로마 도심에서 보면 city의 경계쯤 되는 동네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곳은 다른 곳에 비해 육류 요리가 크게 발달했는데 같은 고기라도 다 똑같은 맛이 아니라 부위별로 맛이 섬세하게 다르다며 요리할 때 어느 부위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음식맛도 달라진다고 한다. 


그리고 이 동네를 다니다 보면 구석구석 발견되는 분수대가 볼만한데, 당시의 분수대는 장식품이 아닌 주민들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로마에서 골목을 다니다 보면 이렇게 크고 작은 분수대가 많은데 여행자는 생수통 하나 챙겨서 수시로 물을 채워서 마시면 된다


이태리 음식은 사실 코스대로 먹는 것이 로마시대부터 정통음식 문화라고 하는데 오늘의 투어는 4시간 동안 총 6개의 음식을 먹으러 다닌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모든 음식을 코스대로 먹을순 없으니 로마식 간식거리를 먹으러 돌아다닌다는 느낌이 든다. 암튼 시작부터 그녀의 멘트가 여행자를 무척 들뜨게 한다.


제일 먼저 간 곳이 피자가게. 로마식 피자라면 적어도 낮에는 네모난 조각으로 먹고(주로 차게 먹는 피자)저녁에는 둥근 판으로 만들어진 따듯한 피자를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차게 먹는 조각피자는 오늘 처음이다. 그다지 기대 없이 먹었는데 이럴 수가 너무 맛있다. 차가운 피자가 이렇게 맛있을 수도 있나? 인원대로 피자 조각을 돌려도 두 개가 남는다. 눈치 볼 것 없이 내가 남은 걸 다 먹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내 마음을 들킨 걸까 가이드가 먼저 캐런 더 먹을래요 하기에 예스하고 얼른 집어 들었다.




두 번째 코스. 올리브 오일 발라먹는 빵과 수제 쨈 그리고 찍어먹는 치즈에 와인 한잔.

가냘픈 여주인은 식당이긴 하지만 마치 본인이 집에서 해 먹는 것처럼 레스토랑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콘셉트로 한다며 다소곳하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그래서일까? 치즈 조각에 올리브 오일과 곁들어 나온 잼을 찍어 먹었을 뿐인데 너무 맛있다. 게다가 얇게 썬 살라미와 빵에 발린 와인 향기 나는 쨈 또한 독특하다. 


와인으로 유명한 몬테풀치아노 와인을 썩어 잼을 만들어서 살짝 바른 빵인데 와인의 향기와 다른 묘한 향과 함께 달콤한 향기가 빵의 부드러운 맛과 어울려 음식의 조화가 놀랍다. 모두가 맛있다면서 놀라자 주인 아줌마는 신이 나서 그럼 퀴즈를 낼 테니 맞추면 저녁에 와인 한잔을 공짜로 주겠다고 한다. 가게 중앙의 천정에 걸린 돼지고기 덩어리를 가르킨다. 나는 그것이 이 가게의 인테리어처럼 보이는 인조 고기덩어리라고 생각했다.



- 지금 이 고기가 돼지의 어느 부위인지 맞춰보세요.


며칠 로마에 머무르며 여러가지 음식을 이미 먹어본 경험에서 대충 찍어서 뺨(chic) 쪽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맞다며 박수를 친다. 물론 일부러 여기까지 와인한잔 마시러 다시 오지는 않을 거지만 맞추었다는 사실자체에 일단 기분이 좋다. 이 가게에서는 손님들께 조리에 사용한 각종 재료들을 직접 판매도 하는데 오늘 먹어본 올리브 오일을 나도 몇개 사가지고 가고 싶지만 여행가방 무게가 걱정되서 포기하기로 한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정성들여 만든 올리브 오일인데 빵에 한 방울 떨어뜨려 먹는데 처음에는 이태리 느낌의 강한 향이 코를 찌르더니 삼키고 나니 부드러운 해변의 향기로운 바람 같은 느낌이 입에서 머문다. 이 올리브는 움브리아 지역에서 생산한 올리브로 오늘 특별히 다국적 여행자들이 온만큼 인터네셔널하게 적용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맛이라 이것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주인 아줌마는 단골고객들의 경우 그들의 맛에 대한 취향을 다알고 있기 때문에 올리브 종류를 다양하게 갖추고 생산지에 따라 일일이 맛을 본 후에 고객의 주문이 들어오면 오일을 고객에 따라 요리에 다르게 사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 온 우리팀은 외국에서 온 관광객이라 취향은 모르지만 본인이 알아서 선택한 글로벌 취향의 오일이라며 자신있게 말한다. 물론 모두가 맛있다고 좋아했으니 그녀의 선택은 탁월했다. 




세 번째, 애피타이저로 먹는 튀김. 안에는 여러 가지 야채가 들어있고 도넛처럼 보이는 설탕 튀김 안도 역시 속에는 파인애플 같은 것이 들어있다. 재료는 굳이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정보를 안다고해서 만들어 먹을 사람도 아니니까.


투어의 중반. 이제 소화를 시켜야 한다며 공동묘지로 간다. 자기네 동네에 왔으니 동네주민인 그녀가 선정한 이 동네만의 명소를 보여주겠단다. 주중인데도 공동묘지에는 오고가는 사람이 많다. 카메라를 든 사람들은 척 봐도 관광객 같은데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이 동네 사람인가? 공원에서 독서를 하지 않고 왜 공동묘지 풀밭에 앉아서 책을 볼까?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부도 동네 사람? 로마에서 아이를 데리고 가는 곳이 바티칸도 미술관도 아니고 공동묘지? 모든 것이 낯선 풍경이다


공동묘지를 나오자 나지막한 언덕이 보이는데 마운틴(mountain)이라고 부르니 이걸 일단 산이라고 해두자.

이 산 주변은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이 되면 저녁 11부터 새벽 2시까지 음악이 흐르는 와일드한 뮤직클럽으로 바뀌면서 젊은이들의 열광 장소로 분위기가 뜨겁게 달구어진다고 한다. 장르도 재즈 힙합 같은 공연이 펼져지는 남녀노소 불문의 라이브 디스코텍이 된다고 한다. 그것도 공동묘지 바로 앞 길 건너 산밑 휑한 공터에서 웬 야간에 클럽문화가?




다음 로마여행은 요일 미리 생각하고 와서 이곳의 클럽을 주 2회 모두 가봐야지 하고 생각하면서 다음 골목인 먹거리 마켓으로 이동했다. 이름하여 스트리트 푸드(street food)를 경험할 시간이다. 시장은 동네 시장이라 그런지 크지는 않은데 동네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지 보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며 걷는다. 레스토랑 음식도 나름 좋았지만 이런 거리 음식 솔직히 시장음식은 나로선 열렬한 매니아라서 점점 푸드투어코스가 감동을 준다. 오늘 투어코스 정말 끝내주는데!


아침부터 먹은 차가운 사각피자조각부터 시장에 도착한 지금까지 어느하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니 여행자의 기분이 완전히 업된다. 그러나 가이드는 말한다. 항상 푸드투어가 같은 코스를 다니는 것은 아니라고 (참여한 사람들 음식 취향에 따라 그날의 투어메뉴는 결정된다고) 한다. 그만큼 이 동네에는 로컬 사람들한테 유명세를 타는 맛집들이 많고 먹거리도 아주 다양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방문하는 계절에 따라 제철 음식을 시즌에 맞게 요리해서 먹는 가게들을 중심으로 방문한다고 하니 한마디로 손님의 취향도 반영하면서 제철음식도 먹는 정말 로컬스럽고 자유로운 투어가 아닐 수 없다.  



-      여러분은 이탈리아에 도착하기전에 어떤 음식들을 먹어보고 싶었나요?


그녀가 푸드투어를 출발하기 전에 왜 이런 질문을 해서 사람들의 음식취향을 조사했는지 알겠다. 내가 아는 이태리 음식은 피자와 파스타뿐이지만 누가 그 말을 이미 해서 베지테리언 음식이나 양고기를 먹고 싶다고 엉뚱한 대답을 했더니 역시나 그런 메뉴를 오늘투어에서는 경험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렇다. 이 동네의 음식 역사는 고대 로마 시절부터 육류 산업이 발달한 지역이라 채식주의자는 이 지역에서 살 이유가 없었고 또 돼지고기 저장소가 발달해서 양고기는 이동네에서 취급하는 고기가 아니란다. 여긴 누가 뭐라 해도 로마시대부터 돼지고기가 유명한 곳이라 양고기를 좋아하는 여행자의 소망은 들어줄수가 없단다. 그러나 오늘 참석한 사람들이 언급한 다른 음식들은 이미 오늘 투어에서 대부분 경험을 한 셈이다.



<알고 가는 현지 정보>

육류 저장소 지금은 뮤직홀이자 스쿨.

당시 이곳의 육류 저장창고에는 약 5천여 명의 일꾼들이 일하고 있었고 그들은 가족을 이루며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육류저장소 종사자들의 5천명의 아내들은 서로 요리실력을 뽐내려고 경쟁적으로 레시피를 개발하고 비교한 덕분에 이 지역의 요리법은 크게 발전해서 오늘날까지 고대 로마의 전통방식처럼 회자되며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특이한 풍경 하나가 있는데,

산도 언덕도 아닌 항아리 조각을 모아서 쌓아올린 이곳은 언덕처럼 보이는 산인데 

사실인즉슨, 로마식 항아리 난지도라고나 할까? 그 산 아래는 터널 같은게 여러개 있는데 그 각각의 토굴들은 현재 식당으로 운영되거나 뮤직 디스코 클럽같은 유흥의 장소로 멋지게 재현되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로마에서는 음식재료도 고기도 어느것 하나 버릴 게 없는 모든것을 사용하거나 또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리뉴얼을 잘해서 재사용하는 것 같다. 


오늘 점심식사는 항아리 조각이 벽의 장식처럼 둘러쌓인 토굴속으로 들어갔는데 벽으로 보면 담이고 천정을 보면 무덤같기고 한 야릇한 구조의 반지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는데 기분이 마치 로마의 캡슐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었다. 냉장고가 없던 로마 시절에는 이곳의 자연온도가 16도 전후라서 와인셀러이자 와인저장소 역할도 했다는데 이런 인공 항아리 산의 경우 로마의 과거와 현재의 용도가 모던하게 잘 어울려진 리모델링된 대표적인 공간이라 할수 있겠다. 



다섯 번째. 정통 파스타 3가지 먹어보기이쯤 되니 이미 배가 불러서일까 오늘 푸드투어 코스중에서 제일 맛이 없다는 엉뚱한 생각이 여행자의 마음을 흐트려 놓는다.


여섯 번째 디저트로 먹는 젤라토. 이 집 젤라토는 모두 저 젊은 남자 주인이 이곳에서 직접 수제로 만든 거라고 한다. 이태리 사람은 자급자족의 대가인 걸까? 뭐든지 직접 만들지만 동네 사람들이 맛을 알아주면 동네에서 성공한 거고 그들이 안 오면 맛을 인정받을 때까지 장인정신을 발휘하여 개발하고 공부해서 주민들과 함께 먹고 함께 즐기면서 정통맛을 찾아가는 정말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음식에 로마의 전통과 현대인의 입맛에 맞도록 조화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로마는 이런 골목 음식이 더 유명한 걸까? 다들 집에서 먹듯이 만들어서 제공하니 가내수공업 내지는 핸드메이드처럼 동네 가게들의 음식에서 주인의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이태리 피자들은 공장에서 만들어서 해외로 수출되어 다른 제품라인 인건가?



이번 로마여행은 처음이 아니어서 꼭 간다는 바티칸도 입구에서 사진만 찍었고 콜로세움도 버스로 지나가면서 휙 보고 베네치아 광장도 버스 갈아타면서 정류장 횡단보도 건너다가 한컷 멀리서 찍고… 제대로 된 유적지를 간 곳은 없고 열심히 돌아다닌 이유는 그저 먹어보는 체험여행. 다시 말해 완전히 이탈리아 음식 제대로 먹고 보자는 식의  '미식기행'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배운 단어가 있다.


이태리를 EATALY라고 적는 이유를 알았다.
여행에서 음식이 주는 즐거움이 이리 클 줄이야!

이번 이탈리아 여행을 하는 약 10일 동안 밥심에 산다는 유목 여행자조차 전혀 쌀밥 생각이 나지 않았으니 유럽여행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로마여행 짧은 후기>


로마를 떠나는 마지막 날 나의 점심은? 


공항버스를 기다리다가 시간이 넉넉하여 길 건너 골목에 있는 자그마한 피자집으로 들어갔다. 진열된 피자 중에서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색깔로 연출된 피자를 골랐다. 아마도 한국과는 재료 차이라고 봐지는데. 일단 제일먼저 고른 피자는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아서 재료가 심플한 것으로 보이는 야채피자를 골랐다. 색깔만 봐도 호박 한가지만 채 썰어서 만든 것 같은 피자 한 조각과 감자만 둥글게 썰어서 만든 피자 한 조각을 각각 시켰다. 그러나 두 개의 피자는 단순히 야채피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맛있어서 (야채 한 가지만 이용해서 만든 피자가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다니) 한국 오면 후회할까 봐 마지막으로 토마토소스와 치즈가 같이 들어간 보통의 피자도 추가로 한 조각을 시켜서 3가지를 먹어 보았다. 호기심에 여러 개를 먹다 보니 배가 부른 것이 아니라 슬슬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이번 이태리 여행 중에 너무 대책 없이 많이 먹은 덕분에 12시간 날아가는 기내에서 오직 먹은 거라곤 라면. 도저히 기내 음식을 먹을 여분의 공간이 없는 초포화상태. 그래서 이태리가 EATALY로 불리는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되었으니 여러분의 이탈리아 여행에서도 현지 음식에 꼭 관심을 가져 보시길....



<골목을 찾아다니면서 먹은 음식사진 요약 감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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