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하루는 부부라는 공동체를 수 십 년 간 운영해 오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옛날에 아내를 안해라고도 불렀어. 너는 남편 안에 있는 해야. 해처럼 따뜻하게 남편을 사랑해 주거라. “
어쩌면 이 말을 들은 남편은 콧방귀를 뀔지도 모른다.
“당신은 내 안의 해가 아니라 내가 하자는 건 다 안 해서 '안해'야. 백번 양보해서 해라고 쳐도 구황작물까지 다 말려 죽일 한 여름 정오의 태양일 거다.”
그럼 난 이렇게 받아치겠지.
“그러는 당신은 남의 편이야. 내가 진짜 해였으면 당신은 죽었어(부들부들)!”
되로 주면 말로 갚아 버린다.
어머니의 감미로운 은유에 현실을 끼얹어서 죄송하지만, 원래 안해였다가 아내이기도 하고 남의 편이었다가 남편이기도 한 게 흔하디 흔한 부부의 세계 아닐까?
그렇다. 이건 자극적인 전개가 1도 없어서 밋밋할 지경인 보통 안해들과 남의 편들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