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어서 갑자기 ADHD가 생길 수 있을까요?
성인 ADHD에 대한 오해와 진실
한 주도 마음-안녕하셨나요? 누스입니다.
이전 누스레터에서는 ADHD로 진단을 내리기 위한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지난 글 링크: <덤벙거리는 나, ADHD일까요?>]
오늘은 성인 ADHD*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요. 흔히 ADHD라고 하면 교실 안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초등학생을 떠올리곤 했는데, 요즘은 성인들 중에서도 주의력 문제를 호소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있습니다. 직장에서 출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거나 잦은 실수로 인해 승진에서 누락되는 등 주의력 문제는 어른들의 일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니까요.
이쯤에서 성인 ADHD에 대한 오해가 등장합니다. 바로, 성인이 될 때까지 아무 일 없이 잘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ADHD에 걸렸을 거란 생각입니다. 마치 감기처럼 말이지요. 성인 ADHD는 정말 어른이 되어서 갑자기 생길 수도 있을까요?
DSM-5**에서 명시한 ADHD 진단기준에는 각종 증상에 대한 설명 외에도 몇몇 조건들이 따라붙어요. 그중 하나는 증상들이 “12세 이전부터 나타난다"는 겁니다. 이 점은 ADHD를 발달 문제로 분류하겠다는 관점을 보여줘요. 발달 문제가 있다는 건, 특정 기능이 연령에 기대되는 수준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안정적으로 획득했던 기능을 잃어버리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지요. 예를 들어, 달리기를 잘하던 아이가 어느 날 다리를 다쳐서 깁스를 하면 달리기를 못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이 경우에는 달리기 기능이 발달하지 못했다고 볼 순 없어요. 획득했던 달리기 기능이 외상에 의해 일시적으로 손상되었을 뿐이지요.
같은 맥락에서 ADHD 역시 주의력을 비롯한 일부 기능들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어요. 따라서 멀쩡하던 주의력이 성인이 되어서 갑자기 떨어지는 현상을 ADHD로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성인이 되어서 갑자기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 왜일까요? 주의력은 인지 기능 중에서도 아주 민감한 영역이에요. 그래서 컨디션이 안 좋으면 제대로 발휘되지 않기도 해요. 평상시에 집중을 잘하던 사람도 3일 밤을 꼬박 새운 후에나 몸이 많이 아플 때에는 아주 쉬운 정보들조차 기억하기가 어렵지요.
비단 신체적 컨디션뿐 아니라 심리적 요인도 주의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을 때, 해결되지 못한 심리적 갈등으로 인해 온갖 잡념들이 머릿속을 지배할 때, 환청과 같은 정신증적 증상이 있을 때에도 주의력은 온전히 발휘되지 못해요. 특히 명확하고 알아차리기 쉬운 몸 상태와는 달리, 심리적 요인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각하기가 어려워요. 자각한다 한들 그 문제를 반드시 주의력과 연관 짓는 것도 아니고요.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다 마감 기한을 놓친다거나, 지인과의 중요한 약속을 깜빡하는 등, 일이 터진 뒤에야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하지요. 그리고는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정보를 떠올려요. ‘혹시 내가 성인 ADHD는 아닐까?’
그러니 마치 ADHD가 생겨버린 것처럼 집중이 잘 안 되신다면, 평소에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있는지부터 점검해 보세요. 그리고 최근에 여러분을 신경 쓰이게 만드는 스트레스 요인이나 갑작스러운 변화가 있었는지도 찾아보세요. 아마 거기서부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의 누스레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한 주도 마음-안녕히 계세요.
p.s/ 정신 건강에 대해 궁금하신 점을 댓글로 적어주시면 누스레터로 답해드립니다.
*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ADHD)
**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
누스레터(nous*-letter)는 마음의 전문가** 누스가 보내는 소식지입니다. 정신 건강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브런치 스토리 매거진에 연재하며, 네이버 블로그에 공유합니다. 누스레터를 읽으며 마음을 건강히 가꾸어 보세요.
* Nous는 그리스어로 정신, 혹은 마음의 태도를 뜻합니다.
** 보건복지부 공인 정신건강임상심리사 1급, 한국심리학회 공인 임상심리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