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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철 Mar 05. 2019

분명 읽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책

단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남는 <메모 독서법> 연재

그 사람 나를 보아도 나는 그 사람을 몰라요.
두근거리는 마음은 아파도 이젠 그대를 몰라요.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
목이 메어와 눈물이 흘러도 사랑이 지나가면

- 이문세 노래 <사랑이 지나가면> 가사 중 

      

   이문세의 노래 가사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길을 걷다 만난 누군가가 내게 반갑게 인사했는데, 누군지  잘 기억나지 않아 당황했던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입니다. 그 사람은 나를 아는데,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 저는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라 이런 난처한 상황을 종종 겪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자신의 방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과 다시 만날 때죠.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훑어보면 제목이 낯이 익고 분명 예전에 한 번 읽었던 것 같은데 어떤 내용인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 책이 있습니다.


   과거 저의 독서에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일주일만 지나도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좋은 책을 읽어도 금방 기억에서 사라지니 삶에 도움이 되지 않았죠. 책을 사기 위해서는 돈을 써야 하고, 책을 읽기 위해서는 시간을 써야 합니다. 돈과 시간을 투자해 책을 읽는데 남는 것이 별로 없으니 내가 왜 책을 읽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책을 읽고 계신 여러분 중에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행인 점은 기억에 남지 않는 독서로 고민하는 사람이 저희뿐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독서 모임이나 강의에 참석한 분들에게 질문해보니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지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만 그런 고통을 겪는 것도 아닙니다. 역사 속 위대한 인물들도 기억하는 못하는 독서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책 읽는 사람의 비밀


   14세기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인문주의자였던 페트라르카는 《나의 비밀》에서 자신의 책 읽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책을 읽을 때는 매우 유익하지만 책이 손을 떠나자마자 그 책에 대해 느꼈던 모든 감정도 눈 녹듯 사라지고 마는 걸요.

-《독서의 역사》, 알베르토 망구엘


   책에 대해 느꼈던 모든 감정이 눈 녹듯 사라진다니! 제가 느낀 안타까움이 너무 잘 표현되어 있어 감탄을 했습니다.


   또 철학자인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자신을 건망증이 심한 독자로 소개합니다. 


나는 글을 좀 읽었다고는 하지만, 기억력은 아주 약한 사람이다.
-《수상록 II》, 몽테뉴


   몽테뉴는 책에서 접한 내용과 책을 읽으며 떠올린 생각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심지어는 어떤 책을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 그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페트라르카, 몽테뉴 그리고 저를 포함하여 책 읽는 사람의 공공연한 비밀은 읽은 책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책을 읽는 도중에도 이미 앞서 읽은 것을 잊어버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페트라르카와 몽테뉴는 위대한 작가가 되어 후대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수상록》에는 몽테뉴가 자신이 읽은 책에서 인용한 문장과 책에서 건져낸 생각이 가득합니다. 읽은 책의 내용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이루어낼 수 없는 성취입니다.


   그렇다면 페트라르카와 몽테뉴는 어떻게 기억하지 못하는 독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까요? 


3/9 출간 예정인 <메모 독서법> 내용 일부와 책에 담지 못한 내용을 연재합니다. 구독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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