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은 맑음인가요

by Mind Writer
오늘의 날씨

해 저문 지 언젠데 이제 오냐고
오늘은 아빠 대신 비가 나온 마중

그냥 걸을까 한번쯤 맘대로
오늘은 우산 대신 머리 어깨 손등

우울한 건 아닌데
좀 속상한 것 같아
많은 걸 바란 게 아닌데
그게 그렇게 어려울까

그게 왜 그렇게 어려울까
그게 왜 그렇게


좋은 회사를 다녔습니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어디가서 소개할 때 마다 사람들이 눈을 조금 동그랗게 뜨는 것이 꽤 즐거웠던 것만은 확실합니다. 연봉도 꽤 괜찮고, 휴가도 일반적인 회사에 비해 여유로웠습니다. 네, 저는 그런 회사를 다녔습니다. 약 이 주 전까지 말이죠.


오래된 습관 이야기를 잠깐 해야 할 것 같아요.


습관. 적당한 것을 찾아내는 재주라고 할까요. 제가 아이였을 적에 우리집은 서민 중의 서민이었어요. 열 살 즈음 그 마저의 가계도 고꾸라지게 되었으니 나름 험란한 성장기였죠. 어린 눈에도 빤히 보이는 엄마아빠의 주머니 사정에 내가 갖고 싶은 것, 가장 좋은 것은 언제나 입에 고이는 침처럼 꿀꺽 삼켜야만 했어요. 대신 이 정도면 괜찮은 것을 찾아내기 시작했죠. 이게 좋아, 라는 건 이 정도면 적당해 라는 마음의 위로였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틀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좋은 회사를 들어가고서 부터였습니다.


예상치 못한 시기에 의도하지 않게 회사에 들어 갔습니다. 앞서 말한 그 좋은 회사 말이죠. 새롭게 많은 일을 배웠고, 전보다 돈도 많이 받았어요. 이름도 있고, 연봉도 괜찮고. 사람들은 제게 좋은 회사에 다닌다고 했지만, 저는 그들의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았어요. 깜깜한 저녁에 지하철을 타고 내리며 날마다 생각했어요. 남들이 다 괜찮은 곳이라 하는데, 나는 왜 괜찮지 않을까. 이 저녁의 내 마음은 왜 저 하늘보다 흐릴까.


눈치 채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행복이라는 친구는 생김새가 하나가 아니었더라고요. 그걸 전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잠깐 엿본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내 행복은 조금 덜 부자가 되어도 괜찮더라고요. 저의 부모님은 남들보다 조금 덜 가지고도 행복한 아이로, 그런 시절을 보낸 어른으로 저를 기르셨더군요. 덕분에 저는 그 좋은 회사를 나와 주변 사람들의 눈을 한 번 더 동그랗게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도 꽤 즐거운 반응이었던 걸 보면 저도 참 못말리지요.


'오늘의 날씨'는 한창 마음이 우중충할 적에 썼던 노랫말이에요. 비가 왔던지 안왔던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세상 좋은 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반짝거리는 세상에서도 작은 마음이 채워지지 않아 울적하던 아이는 소박하지만 가장 좋은 것을 찾기로 했어요. 부디 당신의 오늘에도 행복이 참방거리는 소리가 들리길 응원할게요. 비 좀 맞아도, 괜찮습니다. 해가 드는 쪽으로 걸어가면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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