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일주일, 북유럽 너로 정했다
바쁘게 살 다 보면 누구나 그렇듯 일주일의 시간을 낼 수 있는 건 쉽지 않다. 운 좋게 일주일의 시간이 생겼다. 어디를 가야 가장 만족스럽고 아주 잘 다녀왔다는 소문이 날 수 있을까(농담).
혼자 가는 여행으로 마음에 담아두었던 곳으로는 후쿠오카 일대와 베네룩스(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이 있었다. 작년에 홋카이도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아이스크림과 빵 종류를 매일 먹으며 운치 있는 일본의 고즈넉한 거리를 걷고 싶다는 생각에 후쿠오카와 함께 유후인과 오이타 등도 여유 있게 둘러볼 생각을 했다. 그리고 베네룩스는 다른 유럽을 보고 싶은 생각에 마음속에 저장해놓은 가고 싶은 여행지 중 하나였다. 본격적으로 항공권 여부와 가격 등을 알아봤고, 그리고 나선 일주일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루트며, 이동 편, 볼 곳, 잘 곳, 먹을 것 등을 알아봐야 할 차례였다. 하지만 뭔가 시작도 하기 전에 급격히 피곤해진 기분이었다. 출발 일자도 얼마 남지 않은 데다 여러 가지 준비할 것들을 생각하니 마음만 무거워졌다. 가볍게 출발해서 정말로 휴식하고 올 수 있는 곳으로 정하는 건 어떨까.
북유럽이 떠올랐다. 일주일로는 다녀오는 일이 꽤 아깝다는 생각 때문에 엄두를 못 냈는데 이왕 잘 쉬고 오는 게 목적이라면 어디든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세 번의 북유럽 여행 경험이 있었기에 루트나 이동 편에 대한 고민도 적었다. 처음 가는 목적지에 대한 치안 등의 염려 또한 적었다. 지인들도 있는 터라 마음만 비우고 그냥 피크닉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요량이라면 괜찮을 선택이었다. 더군다나 북유럽의 6월은 해가 가장 길어지는 시기이니 궁금했던 백야도 경험할 수 있는 시기 아닌가.
'그럼 단순하게 스톡홀름(스웨덴)에서 3일, 오덴세(덴마크)에서 3일로 하자.'
스톡홀름에는 같이 일했던 한국인 동료가 거주하고 있었고, 오덴세에는 재작년에 카우치서핑으로 만나 인연을 맺은 덴마크인 노부부가 살고 있었다. 평소 궁금했던 이야기도 묻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깨끗한 공기도 한가득 마시고 올 거라 생각하니 금세 마음이 설레었다.
북유럽은 여러모로 애정 하는 여행지이다. 세계 물가 1위 도시가 뜬금없이 궁금하다는 이유로 처음 찾은 유럽이 노르웨이가 된 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그곳 사람들의 다름(?)에 호기심을 품으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에 반해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를 3년 연속 여행하게 되었다.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지만 이렇게 갑작스레 가게 될 줄은 몰랐다.
평소 북유럽 여행을 좋아하는 나를 아는 친구는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근데 스웨덴이랑 덴마크랑 어떻게 달라? 한 문장으로 알 수 있게 얘기해줄 수 있어?"
북유럽 국가들은 (핀란드를 제외하고는) 바이킹의 후손들로 아주 오래전부터 문화를 공유하고 있어 비슷한 점이 많고, 또 나라마다 세세하게 다른 점이 있긴 하지만 여행자인 나로서는 한정적인 정보만을 접할 수밖에 없긴 하나 그래도 친구는 여행자로서의 느낌을 궁금해했다.
짧은 고심 끝에 이렇게 말했다.
"스웨덴(사람들)은 주어진 환경이 넉넉해서 잘 나가는 느낌이라면, 덴마크(사람들)는 한정된 환경 속에서 독립심 있고 똘똘한 느낌?"
친구는 뭔가 이해가 된다는 듯 답변이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든 그렇겠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이다. 그 개인적인 느낌을 조금 더 펼쳐 보인다면 노르웨이와 핀란드는 이렇게 말할 듯하다.
"노르웨이는 돈이 많고 유유자적하지만 좀 시골스러운 느낌이라면, 핀란드 역시 시골스럽긴 하지만 비교적 덜 유복하고 더 순수한 자연의 느낌?"
그렇게 일주일 만에 급하게 결정한 북유럽 휴식 여행이 다가오고 있었다. 스톡홀름에 있는 친구는 스웨덴 친구들을 소개해준다고 해서 (나름의 로망이었던!) 호수에서 함께 수영하기로 했고, 오덴세에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마침 가족 모임이 있을 예정이라 해서 다 함께 피크닉을 가자고 했다. 자정까지 해가 지지 않는다는 6월에 북유럽에서 피크닉이라니! 생각만 해도 설레는, 내가 그렸던 마음 편하게 쉬는 여행이 될 것 같아 더없는 기대감에 부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