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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y May 12. 2021

린트 초코렛의 날

어머니날에 생각을 실천해봤다.

실험을 해보자.

그간 왔다가, 사라진 아이디어들이 너무 많았다. 이번엔 결과를 봐야한다, 하여 월마트로 갔다.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은 일이기에, "적당한 물건"이 눈에 띄지 않으면, 없던 이야기로 돌릴 심산이다. 약간의 시간을 투자했다. 생각은 초코렛이었다. 그런게 있겠어 하는데 눈길을 잡는 "그것"이 나타났다. 우리집에는 없는 물건이었고, 가격까지 모든 게 적당했다. 한 40여봉지 사면 될 것 같았는데, 카트에 담다보니,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4종류 빨간색(오리지널), 옅은갈색(믹스), 흰색(화이트), 갈색(코코아 70%)이 있었다. 화이트와 다크 초코렛은 10개씩 넣었는데, 빨간색, 옅은갈색은 5봉지만 샀다. 어떻게 진행될지 나도 잘 모른다.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기에 말이다.


캐나다 어머니날인 9일 아침 자매들과의 책방 줌미팅이 있었다. 릭 워렌 목사의 "목적이 이끄는 삶" 을 같이 읽고 있다. 목적이 이끄는 삶의 어느 챕터에 그런 말이 나온다. 무얼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결과가 아니라, 그 마음이라는 것. 혹 잘되지 않으면, 실험을 했다고 생각하라는 말도 있었다. 그런 실험의 일종이었다.



이건 당연히 내가 해야한다. 어머니날이므로 나는 가게 전선에서 물러나있어도 되지만, 남편에게 오늘 하루 내게 가게를 맡기라고 했다. "어머니들과 함께 노는 날"로 해보겠다는 마음이었다.


가게 내려가기전 컴퓨터에서 그날 아침에 카톡으로 전송되어온 어머니날 화환을 PC에 다운받아서, 출력했다. 종이 화환밑에 가게 이름을 써넣어서 가져간다. 그리고 가게 계산대 한편에 진열한다. 종이 화환을 붙이고, 손님을 기다린다. 


어머니같은 여인들이 오면 그들이 오늘의 타깃이다. 물건을 사고, 계산까지 다한 손님에게 웃으며 말한다. 어머니시죠? 해피 마더스 데이, 이거 하나 가져가세요. 선물이에요,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가세요. 처음엔 어리둥절한다. 몇명은 안산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니, 파는 것이 아니고, 오늘 어머니날 선물이에요.


이렇게 하나 하나 나눠주기 시작했다. 즐거운 웃음소리들이 나온다. 하나씩 빠져나가는 것을 바라보니, 아무래도 부족할 듯 싶다. "작은 손" 타령을 또한다. 무엇이든 많아지면, 현기증이 난다. 음식을 하다가도, 가게 물건을 사다가도, 너무 많으면 그만 멈추고 싶다. 많은 것을 감당할 힘이 없다. 초코렛 봉지를 헤아려보니, 30봉지다. 다 없어지면, 다른 것을 주나, 벌써 걱정이다.


캐나다산 lindt(린트) 초코렛은 품질이 좋은 고급 초코렛에 속하고, 우리 가게에서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 마음에 든다. 어느 엄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초코렛이라며 반가와한다. 엄마를 빼고 세남매가 쇼핑온 아이들에게는 엄마에게 주라고 보내려고 했는데, 막내 아들 닉이 엄마에게 갖다주면 안되냐고 물어서 기쁘게 한봉지 줬다.


또 한명, 다빈에게는 엄마에게 전해주겠느냐고 했더니, 표정이 달가와 보이지않는다. 성의를 무시할 수 없었는지 하나 받아갔다. 다빈은 최근에 뒤쪽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 "레드 불"을 주머니에 넣고 그냥 가져가려다가 남편에게 들킨 일이 있었다. 행동이 수상스러워 한동안 주시했는데, 어느날 훔친 것을 남편이 알아채서, 주머니에 넣었던 것을 내놓아야 했던 민망스런 사건이 있었다. 우리가 볼때는 두어번 이상 되는 것 같은데, 본인은 그간 1병 훔쳤다고 했다더라. 이틀후 내가 가게를 볼때 돈을 가져왔었다. 데이비드(남편)에게 주라고 10달러를 줘서, 내가 얼마를 돌려줘야 하냐고 했더니, 그냥 다 가지라고 했다. 아무말 없이 나가더니, 10여분 후에 다시 왔다. 다른 종류의 음료수를 가져와서 돈을 지불하길래, "과거는 과거다, 이제부터는 그러지 말라"고 용기를 내어 말했다. 다빈이 그제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비디오 촬영도 되어있고,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애의 엄마도 가게 손님인데, 그날 늦게 가게에 들린 그애 엄마에게 초코렛 하나 받았느냐고 물어보니 아들에게 받았다며 감사하다고 말한다. 어머니에게 직접 주는 걸 원칙으로 했는데, 다빈에게는 관심을 보이느라, 내가 먼저 권했다.


그리고, 단골손님이면서 그 아내를 아는 짐에게도 부인에게 갖다주라고 한봉지 줬다. 짐은 겨울에 눈이 많이 올때 눈치워줄테니, 말하라고 하도 그래서 우리가 몇번 부탁하기도 했다. 어려운 일이 있나, 이웃을 돌아보는 그런 아저씨여서 가게의 작은 이벤트에 동참시켜 본다. 또 한명의 아저씨에게도 부인에게 갖다주라고 주었다.


지나가다가 들른 것 같은 어떤 아주머니에게 해피 마더스 데이하면서 한봉지를 줬더니, 차에 있는 자신의 엄마에게 하나 갖다줘도 되냐고 물어서 그러라고 한봉지 더 주기도 했다. 레귤러 초코렛과 믹스된 것이 금방 동이 났고, 카카오 70% 초코렛과 화이트 초코렛 두 종류만 남았다. 나도 "어머니"인 고로 하나 까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초코렛이 충분치 않아서 나중에 후회할듯 싶었지만, 초코렛 먹는 기분을 느껴봐야 할 것 같아서, 내가 좋아하는 70% 코코아 봉지를 열었다. 알사탕처럼 하나씩 포장된 동그란 초코렛은 씁쓸 달콤함으로 입안에 가득찬다.


남자친구와 함께 온 젊은 여성에게 엄마냐고 물어보니, 아직은 아니라며 손을 훼훼젓는다. 엄마에게만 선물을 주는 중이라니, 웃으면서 해피 마더스 데이한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주 기뻐했다. 예전에 우리집에서 일했던 마가렛은 "오, 아주 좋은 생각이야"하면서, 가게 선전면에서 좋을 거라는 발언을 해줬다. 사실은 가게선전 같은 것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다. "너 엄마 하느라고 수고한다. 나도 수고하고 있어, 우리 같이 잠시 웃어보자"라는 취지였다. 



딱2명의 엄마가 거절했다. 한명은 너무 갑작스런 제안이었는지, 얼굴이 빨개지며 자신은 가져가지 않겠다고 했고, 한명은 초코렛먹는 것을 조심하고 있는중이라며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가면서 해피 마더스 데이라고 큰소리로 말해줬다.


6시 30분쯤 되었는데, 겨우 3봉지 정도 남았다. 문닫는 시간 8시까지 더이상 엄마들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7시 30분에 마지막 한봉지를 주고났는데, 그후에 엄마로 보이는 딱 한사람이 들어왔는데, 그에게는 아뭇소리도 안하고 그냥 보내야 했다.


내가 준비한 30개의 봉지가 맞을까 맞지 않을까, 게임을 하는 심정이었다. 결국 딱 떨어지지는 않았으나, 얼추 맞은편이다. 내가 한봉지를 헐지 않았다면, 두 아저씨에게 아내에게 주라고 주지 않았다면, 차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꺼라면서 한봉지 가져가지 않았더라면,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지만 "작은 손"에 대한 것만 기억하면 될 것같다. 부족한 것보다 남는 게 좋다라는 말은 여기저기서 많이 듣는데, 부족한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남는 것은 무척 싫어해서, 이런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다음에는 조금 넉넉하게 준비하기로 하자. 그리고 자신에게 필요없는 것에 대해서 "노"했던 쿨한 엄마들도 다른면에서 기억이 날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이 받아갔다면, 3개가 부족해질뻔했다.


아, 그리고 로즈에 대해서 말해야 한다.

내 초코렛 선물을 가져가면서 꽤 기뻐했던 로즈가 다시 가게로 왔다. 활짝 핀 튤립 5송이를 리본으로 묶어서 내게 준다고 가져온 것이다. 자신의 밭에서 꺾어왔을지, 자신이 선물받은 꽃중에 가져왔을지, 아니면, 어디에서 구입했을지 모르지만, 그 마음이 너무 감사했다.


그녀는 엊그제 집을 떠난 내 막내 미리에 대해서 이사 잘 나갔느냐고 물어온다. 어떤 기분이냐고 물어서 사실, 막내가 떠나고, 어찌 할 수 없는 마음으로 이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다, 다른 데 마음을 쓰고 싶었다고 말해줬다. 로즈는 자신의 아들도 8년전에 먼곳으로 이사갔는데, 얼굴보기 어렵다면서 지금까지도 가슴 한구석이 휑하다면서 나를 위로했다. 


자신은 이 동네에 2년 6개월전에 이사왔는데, 누구와도 친해질 수 없었는데, 미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너희 가족들이 나에게 친절히 대해줘서 언제나 고마왔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나는 손님으로만 대했을 뿐인데, 작은 친절을 고맙게 생각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깜짝 놀랐다. 누군가 친절을 베풀어주기를 바랄 군번(?)이 아니라, 우리는 이제는 터줏대감이 되어있으니, 낯선 이들을 안아줘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이번 어머니날은 "코로나 봉쇄령" 때문에 직접 대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나도 어머니날 줌으로 축하인사를 받았고, 선물은 배달되어 온것을 개봉식을 하기도 했다. 


이 작은 이벤트를 하는 내내 행복했다. 예기치않은 작은 선물을 받은 엄마들의 미소 때문에 기뻤지만, 사실은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서 생긴 만족감인 것 같다. 그리고 거절에도 그다지 큰 마음쓰지 않게된 나의 마음을 보면서, 앞으로 이와 비슷한 작은 실험나무를 물을 주고 키워봐야겠다. 손님과 주인의 관계가 어제같지는 않다. 내가 마음을 연만큼 가까와졌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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