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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y Jun 07. 2021

두개의 강이 만나는 곳

도스 리오스의 동네

둘이 만나 하나를 이루다. 

우리 동네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두강이 만나는 지점에 동네가 있다. 


니콰라과에서 이민온 리타는 이 동네에 와서 "도스 리오스"란 피자집을 열었다. 도스 리오스란 두강이 만나는 지점을 이르는 스페인어라고 알고있다. 리타의 은퇴로 도스 리오스 피자집은 없어졌지만, 그 말이 주는 잔잔한 어감 때문에 가끔씩 떠올려본다.


며칠전에 동네에 숨겨진 곳을 탐험(?)할 기회가 있었다. 소피아는 오래전부터 자신이 알고있는 숲길을 언제 소개해주겠노라 했다. 초등학교 뒤편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사유지이긴 하지만, 누가 주인인줄 모르는 그곳에 겨울에 가끔 방문한다 하였다. 


그곳은 길게 자란 잔디와 작은 나무들이 펼쳐진 초원이었다. 조금씩 안으로 들어가니, 고목들로 울창한 한곳은 그대로 지붕이 되어, 천연 캠핑장처럼 고즈넉했다. 조금 더 들어가니, teeswater 강이 보인다. 그곳에 들어서니 낯익은 풀이 반긴다. 이거 ~~ 이거 ~~ 하며 환성을 지른다. 얼마나 울창한지 사람 키높이만큼 자란 고비밭이 펼쳐져있다. 



강가 옆으로 작은 실개천이 흘렀는데, 겨울이면 그곳에서 스케이트를 탄다고 한다. 소피아는 그야말로 자연을 너무도 사랑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지역중에 하나라면서 돈이 있다면 이땅을 사서, 사람들이 다니게끔 하고싶다고 한다. 예전에는 사과밭이 있는 기찻길 옆 숲도 좋아한다더니, 건물을 지을 수 없는 자연림을 좋아해서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싶다는 그녀가 달리 보인다. 

 

어느날인가, 마을의 또다른 강인 saugeen river 둑방을 걷기 시작하는데, 트레일 입구 가까이에 놓여있는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는 남자를 만났다. 강아지와 함께 흘러가는 강물을 보고 있던 그가, 말을 붙여왔다. 그는 마실나온 편안한 표정으로 방문자나, 여행자의 모습은 아니었다. 작은 동네여도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흑인을 이 동네에서 보는 것이 그리 흔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의 알은체에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대화를 나눈다. 그가 나의 호기심을 읽었는지, 나는 저 건물에 사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으로 건물을 가르킨다. 자신과 죠지가 파트너쉽으로 그 건물을 운영한다고 했다.


왜인지 그의 말은 믿음이 갔다. 차분하면서도 도회적이고, 그러면서도 허풍이 드러나지 않는 톤이어서 그럴까? 그의 말에 따르면 죠지의 권유로 이 마을의 건물을 같이 사서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죠지가 떠들고? 다니던 말이 허황된 것이 아님을 그가 부연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동네 사람들과 친목을 도모하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것은 죠지에게 일임했고, 자신은 웹사이트를 만들고, 집을 리모델링하며, 음식을 만드는 일을 맡았다고 한다.


죠지는 아직 사인도 만들지 않은 건물을 두고, 오고가는 사람들을 불러세우고, 나중에 식당을 열면 꼭 먹으러 오라고 신신당부했다. 또한 부루스 파워에 다니는 사람중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가 14개의 방을 럭셔리하게 꾸미고 있으니, 꼭 소개해달라고 했다. 어떤 날은 가게에 들어온 손님을 따라들어와 그에게 설명을 하고,  그가 나가자, 다시 따라 나가며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아침에 몇시에 출근하는지 등을 물었다. 몇분후에 그 손님이 다시 내게 오더니, 죠지에 대해서 물어봤다. 무척 거슬린다면서. 그 사람 전화번호를 물어서 모른다고 했더니, 경찰에 신고할까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죠지의 "드리댐" 때문에 그가 동네 미운털이 박히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랬는데 자신을 트레버라고 소개하면서 토론토에서 식당을 40여년간  경영했을뿐 아니라, 시장경제에 대해 어느정도의 감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그 때문에 죠지가 내게서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트레버는이 동네 잠재가능성에 대해서 확신있게 말한다. 우선 코빅으로 사람들이 나가지 못한지가 오래됐고, 도시에서 가까운 곳으로 몰려나올텐데, 유명한 Sauble 비치 가는 길목인데다가, 두 강이 만나는 지점이라  낚시꾼, 카누, 카약등 사람들이 흥미를 끌만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하였다. 지나가다가 건물에 반하고, 지역에 반해서 이 동네에 들어온 그들이기에 긴가민가 하면서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그들은 Roasted Bean on Queen 이란 식당겸 장단기 숙박시설을 연다고 동네 신문에 인터뷰를 했다. 커피 빈을 갈아서 팔고, 음식을 제공하는데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새벽 4:30분에 문을 열어 9시에 닫는다니, 도대체 그 새벽에 왜 문을 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음식뿐 아니라 소장품을 전시하고 판다니, 뭔가 흥미진진하긴 하다. 죠지 옆에 트레버가 함께하니, 그들의 비지니스가 제대로 커나갈 것같은 안심이 든다.


서긴강과 티스워러 강을 걸으면서 두물이 만난 곳이라는 데서 확장하여 생각을 넓혀본다. 사람도 하나보다는 둘이 낫다. 그래야 무엇인가 도모할 수 있다. 소피아와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게 되면서, 그녀를 알아가고, 동네를 배워나간다. 그녀는 "페이슬리 아름답게 가꾸기" 위원이어서 이런저런 일에 참여하고 있다. 언젠가는 내게 위령탑 주변의 화단을 같이 정리하겠느냐고 물어서 기쁜 마음으로 나가서, 잡초제거 작업을 같이 했다.  소피아는 전지가위를 가져와서 죽은 가지도 잘라내고, 다듬고 나는 호미를 갖고가서 살려고 뿌리를 내렸던 잔디와 잡초를 파냈다. 그녀는 매년 다년생 화분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판매, 그 기금을 모았는데 코비드 때문에 작년에는 건너뛰었고, 올해는 함께 모여 하지는 않지만, 4명의 회원 정원에 각자가 만들어놓은 화분을 판매한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모은 기금을 총무에게 전해주러 가는 길에 동행하기도 했다.


오늘밤에는 가게 문을 닫고 남편과 함께 걸었다. 티스워러강이 서긴강과 만나 한개로 합쳐서 흐르는 강물옆에 둑방을 쌓아 산책로를 만들었다. 그 산책로에서 가만히 바라보니, 두개의 강물 위로 두개의 다리가 놓여있다. 하나의 다리가 이제 수명이 다해가서, 새로운 다리를 놔야 하는 일이 한창 진행중이다. 다리가 놓일 때 50년 수명이었는데, 벌써 30년 이상 더 사용해서 이제는 새다리를 놔야 한다고 몇번의 설명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제 이 다리가 헐리고 새다리가 건설될 계획이다.

 50년 수명으로 건설된 다리가 이리저리 땜질하며 고쳐쓰다가 큰일이 생기기전 새 다리 건설이 내년초쯤 이뤄질 계획이다. 1930년대에 건설되었으니 장장 90살 노인이 되어간다. 


이번에 놓일 다리는 세대를 건너서 유지되겠지, 하고 생각하니 비장한 마음이 든다. 마을을 유지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다해서 의논하는 "설명회" 영상을 보면서, 어떤 다리가 건설될지 기대하는 마음이 커진다. 공사 기간동안 마을을 어떻게 잇게 될지, 각종 방안에 대한 연구까지 진행중이다. 임시다리를 옆쪽으로 건설하는 안도 검토중인데, 임시다리지만 안정성이 우선되어야 하니,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2.5 밀리언 달러가 든다니 말이다. 한 작은 마을이 유지되는데, 이렇게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니, 그 범위를 넓히면 생각에 한계가 온다. 많은 일들이 그렇지만, 사명과 관심사, 재능 모든 것들이 어우러진 꼭 그 자리에 맞는 사람들이 있음이 고맙고 감사하다. 도스 리오스의 동네, 할일이 많다.



그래서 나도 생각을 모으고 있다. 지역에 관심있는 교회를 나가야 할 것 같다. 나도 이 동네 교회를 다니다가 한인교회가 근방 도시에 생겨 그곳을 다녔었다. 그리고 내 이전 글을 주의깊게 읽은 독자라면 알겠지만, 그 교회를 나와서 방황중이다. 한인은 한인교회만 다녀야 하는줄 알았다. 한인교회가 없을 때는 동네 교회를 다니다가, 한인교회가 설립되고, 매주 1시간 이상 걸려 교회를 갔었다. 


지역사회를 섬기는 것이 내가 할일이란 생각이 집요하게 들어오기 시작한다. 굳이 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그런 봉사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나만, "돈은 지역에서 벌고, 환원하지 않은채" 부끄러운지 모르고 살고 있었다. (속으로 언제나) 떠날 생각을 하면서, 다시 "짱 박을 일"로 마음을 돌리고 있으니, 내 마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내 숙제가 끝나기까지는 이곳을 떠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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