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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y Jun 01. 2022

세번의 럭셔리 나이아가라

새출발을 자축하며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라 해도 무방할  나이아가라는, 어떤 이에게는 지겨울 정도로 가서 물소리도 듣고싶지 않은 곳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이조차도 때때로 그땅을 다시 밟아야만 한다. 캐나다에 방문온 친구, 가족들이 가고싶어하는 곳이기 때문에. 남편의 첫번째 나이아가라 기억은 삼촌이 데리고 갔던 그날이었다. 삼촌은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빨리 가서 사진찍고 와"라고 말하셨단다.


그렇게 멋없는 삼촌도 아마도 처음 방문했던 나이아가라는 그분을 압도했을 것이다. 삶에 지치고, 주차하기 어렵고, 무얼 봐도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 그 나이와 상황이라는 게 그분을 그리 만들었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남편과 나는 나이아가라에 많은 기억이 있다. 첫 데이트도 나이아가라였고, 첫 큰 싸움이 났던 곳도 나이아가라였고, 화해 방문도 나이아가라였다. 남편은 세계인들이 모두 오고싶어 하는 나이아가라를 맘먹으면 갈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줄 모른다면서, 나의 "무덤덤함"을 지적하곤 했다. 맘먹으면 이라지만, 우리집에서 그곳까지 가는 길도 그다지 가깝지는 않다. 편도 4시간 거리이니.


세번의 나이아가라는 남편의 적극적인 권유와 계획으로 추진되었다. 


하나) 엄마를 떠나 보낸후


장례식을 마치고 하관예배까지 마치고 모두 식당으로 모였다. 엄마의 떠남이 슬픔에서 조금씩 그 감정이 변함을 느꼈다. 장례식에서 만난 한 권사님은 아직도 고운 얼굴로 "이제는 내 차례야" 말하시기도 했다. 모두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삶과 죽음으로 나뉘는 그 경계가 불투명한 철벽이 아니라, 빛이 새어나오는 프렌치 도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아가라에서 은퇴생활을 하시는 원로 목사님 사모님은 예전부터 엄마 모시고 한번 놀러오라고 말씀하곤 하셨다. 식당에서 만난 사모님은 한국서 온 언니와 함께 놀러오라고 다시 손짓을 하셨다. 그렇지 않아도 언니에게 좋은 기억을 선물로 주고싶었던 마음에 사모님의 초대에 한번 뵈러가도 되겠느냐고 "고리"를 걸었더니, 너무 반가와하셨다.


그렇게 나이아가라가 엄마가 떠난후 살며시 들어오기 시작했다. 장례식후 1주일간의 시간이 있는 언니를 위해 나이아가라 1박 계획으로 확대수정되고 있었다. 남편은 호텔을 알아봐준다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자매 4명,  그렇게 치유여행이 되었다. 그날의 나이아가라는 사모님 집 방문이 하일라이트였다. 금요일 방문계획이었는데, 우리가 호텔에서 1박한다는 소식을 듣고선 호텔에 체크인한 목요일 바로 연락이 왔다. 자신의 집에 우선 들르라고 하셨다. 


그렇게 아름다운 집이 있을 줄이야. 엄마와 큰언니를 통해서 사모님의 취향에 대해서 자주 들었지만, 우리들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두분은 오래전부터 나이아가라에서 은퇴생활을 하고싶어하셨단다. 우리들에게 호텔에 묵지말고 자신의 집 지하에서 하루밤 자도 되는데, 그랬다고 안타까와 하셨다. 


사모님께서는 엄마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아빠의 환갑기념 영상을 함께 보셨다고 하셨다. 엄마를 그냥 "노인 성도"로 보셨었는데, 그 영상을 보시고 한 남자에게 사랑받던 여자 성도로 엄마를 다시 보시게 되었다고. 누구도 처음부터 노인은 아니었고, 누군가가 깊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그 영상을 보며  사모님은 눈물도 흘렸다고 하셨다. 사모님은 우리 가족의 이름을 다 아는  몇안되는 사람에 속하신다. 가까운 사람들도 우리 가족 이름 알기 힘들어하는데 말이다. 사모님집에서의 환대와 그 아름다운 곳에서 찍은 사진은 또한 너무 잘나와서 우리 모두 흡족한 방문이 되었다. 



남편이 얻어준 메리옷 호텔은 폭포가 창문으로 다 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이었고, 호텔서 제공하는 아침식사까지 먹으며, 그동안 쌓인 것들을 풀어낼 수 있었다. 


두울) 막내와 함께한 여행


첫째가 이사를 도와준다며 캐나다에 오게 되면서, 나의 기도는 막내와 큰애의 화합을 위한 것이었다. 과연 그 일이 일어나기는 할까? 대쪽같아서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큰애와 다시 백수가 된 막내가 서로의 힘으로 화합할 가능성은 없어보였다. 큰애가 도착한 후 며칠이 지난후 막내에 대한 대화를 하게 되었다. 큰애의 생각은 확고했다. 다만 부모의 입장을 잘 이해한다고 말해줬다. 자신은 아직 막내를 만날 생각이 없지만, 부모는 자신과 다를 것이므로 그런 것까지 막을 권리가 자신은 없다면서.


가게를 정리하고 이사를 끝내고 가족파티 장소로 나이아가라를 정한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자매들이 너무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것에 고무를 받은 남편은 가족들도 좋은 호텔에서 2박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큰애를 포함한 방문계획이 먼저 추진되었다. 그런 다음 막내와 남자친구를 포함해 1주일 전 따로 계획했다. 그래서 부모된 우리는 두번의 비슷한 포멧의 여행을 해야했다.



나는 우스개 소리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두 가정을 꾸리는 일이 얼마나 벅찬 일인지". 둘째는 간신히 막내와 화해를 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둘째는 큰애와 동행하게 된다. 막내를 받아주는 데는 약간의 인내와 마음의 동요를 관리해야 하는 "부모같은 마음"이 없이는 쉽지않다. 둘째의 너그러움이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막내와 남자친구는 너무 즐겁게 나이아가라를 즐겼다. 어른인데, 아이같고, 아이인데 어른같은 두 아이와 우리는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따로 놀기도 했다. 


함께 6D 롤로 코스트도 타고, 저녁도 함께 먹고. zipline은 남편이 권해서 탔는데, 티켓을 사고, 장비를 갖추고 기다리고 하는데 1시간 이상 걸렸는데, 막상 짚라인을 타고 내려오는 시간은 거의 2-3분도 안되었던 것 같다. 타기전에는 "죽어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에 사인까지 하고. 왜 그런 것을 하나 싶은 것을 하고왔는데, 나름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했다. 우리는 사진찍어준다고 밑에서 기다렸다. 쓴 돈과 들인 정성에 비해선 너무 삽시간에 끝나서, "돈지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일식당에서 마음껏 스시를 먹고, 두번째날 저녁에는 이태리언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나이아가라 물가는 엄청 비싸고, 프랜차이즈 패스트 푸드가 아니면, 돈이 물쓰듯 들어가게 된다.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니, 때때로 속이 쓰렸다. 남편과 마음이 안맞아 조금 어두침침한 시간도 보냈지만, 비틀대는 두 아이가 활력을 얻어 새로운 힘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린 마음을 다스려야했다.


세엣) 둘째와 큰애, 그리고 우리의 세미 은퇴를 자축하며


축하해야 할 여러가지가 있었다.

우선 둘째의 아트클링(변호사 인턴쉽)이 끝남을 축하해야 했다. 10개월간 둘째는 거의 죽을만큼 일을 해야했다. 중간에 그만두어도 된다고 말해줬을만큼 힘들어했다. 큰애가 둘째집에서 며칠 함께 했는데, 그애의 말에 따르면 새벽 3시까지, 어떤때는 새벽 5시까지 일했다고 했다. 재택근무를 하는지라 곁에서 볼수 있었는데, 밥먹을 때를 빼고는 제대로 된 대화할 시간조차 없었다고 했다.


큰애는 그런 일이라면 다시 재고해봐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래도 그 어려운 아트클링을 무사히 끝내게 된것은 그애와 우리 모두의 기쁨이었다. 그 로펌에서는 재계약 오퍼를 줘서 일단은 그곳에서 다시 일하기로 했다. 힘든 만큼 얻는 것도 많았으리. 이제 변호사가 되는 과정을 모두 마쳤고, 자격증 받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아트클링할때와는 다르기를 기대하지만, 앞으로의 일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마음이 따뜻한 둘째가 꼭 맞는 일이 나타나기를 기도한다.


큰애는 5년간의 한국에서의 영어선생일을 지난 2월에 끝냈다. 엄마 아빠의 이사시즌에 맞춰서 캐나다 방문중이다. 한국에서의 첫번째 직업을 나중에는 차가운 마음으로 하게 되었다고 했다. 너무도 좋아했던 일이었는데, 이런저런 실망스런 일들이 조직내에서 발생, 마음을 닫고 계약임무를 완수하고 자유인(백수?)이 되었다. 그런 다음에 캐나다에 방문은 하지만 돌아올 생각은 아직 없는듯싶다. 스스로의 힘으로 보증금을 낀 월세 원룸을 얻었고, 현재 백수의 생활을 즐기고 있다. 


한국사랑은 여전하여, 우리 보다도 한국을 더 좋아하는 것같다. 조금 더 자유롭게 지내다가 일을 찾겠다고 해서, 지켜보는중이다. 원래도 독립적인지라, 우리의 훈수가 제대로 먹힌 적이 없어서 이제는 잘알아서 하겠지, 그런 상태다. 큰애의 캐나다 방문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자전거 타는 것을 거의 전문가 수준으로 하는 큰애는 이곳에 와서도 자전거를 한대 사놓고, 캐나다 올때마다 타겠다고 했다. 나는 초등학교때 우쭐주쭐 타던 실력이라, 앞으로 나의 to do 리스트에 자전거를 등록해놓고 있다. 큰애와 남편과 자전거 연습을 한번 했다. 


세번째로 우리의 세미은퇴에 대한 축하가 있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 시간들을 다 넘기고, 드디어 마을"주민"에서 작은 도시로 옮겨 "시민"의 삶을 시작했다. 가게를 내놓을때부터 응원하던 아이들이기에 앞날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설레임이 많은 출발이다.


어디를 여행하던 가게 걱정에 마음을 놓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런 것에서 해방되었다. 


남편은 둘째 부부, 그리고 큰애에게도 zipline을 권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이 애매했다. 옆에서 초치는 말을 하는 나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세 아이가 의논하더니 두번째날 아침, 이런 전갈을 가져왔다. 우리는 더이상 애들이 아니다. 우리 모두 그런 걸 신나하고, 모험을 즐기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었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아이들의 현명한 결정에 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남편도 마지못해 그럼 다른 액티비티를 찾아보자고 했다.


큰애는 비건으로 먹는게 까다로운데, 그래서 큰애가 있을 때는 비건식당을 찾게 된다. 그런데 둘째가 그날 고기가 먹고싶다고 하는 바램에, 이를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큰애가 아무렇지 않게 그런 식당을 가자, 했고 자신이 먹을만한 게 있을 것이라고 해서 나이아가라에서 Brasa Brazillian Steakhouse를 갔다. 힐튼 호텔에 속한 그 레스토랑 이야기는 몇번 들었다. 가격을 알지못하고 먹었기에 망정이지, 알았다면 구겨진 인상으로 방문하지 않았을까 싶다. 둘째를 축하하는 마음으로 모두 즐겁게 식사에 참여하였다. 그곳은 바베큐 된 고기를 들고 자리마다 돌아다니며 서빙을 한다. 더이상 원하지 않을때는 테이블에 있는 카드를 뒤집어놓으면 되는데, 여러 종류의 고기가 있지만, 파인애플 구이가 가장 맛있었던것 같다. 


나중에 영수증이 나왔는데, 놀라나자빠질뻔 했다는 말이 딱 맞는다. 사위가 있는 자리에서 그런 표시를 내면 안되지만 말이다. 점입가경으로 남편은 그 가격에 팁을 20%로 얹어줘서, 하마트면 다리를 꼬집을뻔 했다. 우리의 표정이 심상치않았는지, 둘째가 자신이 내겠다고 했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손사래를 쳤지만, 마음은 쓰렸다.


"평생에 한번" 이런 말로 위안을 삼는다. 혹시나 나이아가라에 가면 기분으로 그곳에 가고싶은 분들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런 돈쯤은 생각날때마다 쓸수 있는 이도 있겠으나, 나는 다시는 안갈 것이다. 일인당 70달러였고, 와인 한병에 50불을 받았다. 5명이 함께 했는데, 500달러가 나왔고, 팁까지 해서 600달러가 훌러덩 없어졌다.


다음날 저녁, 큰애가 자신이 사겠다고 했다. 우리 호텔 앞에 있는 식당에 갔는데, 브라질리언 스테이크 하우스에 비하니, 가격이 착했다. 그곳에서 샹글리아 라는 드링크도 마시고, 딸이 사는 저녁을 먹으니, 얼마나 뿌듯하고 상쾌하던지. 둘째는 우리가 구경갔던 "나비 박물관(Butterfly conservatory) 입장료를 냈다. 아이들이 돈을 벌기 시작했고 때에 따라 그돈을 쓰기도 한다니 기특했다. 특히 큰애는 저 자신만 안다고 생각해왔는데 말이다. 이제 백수의 삶인데, 퇴직금도 받았고 돈이 많다고 하니 우선 안심이 된다. 


그랬다, 이번 여행은 이렇게 력셔리였다. 폭포가 보이는 호텔, 자쿠지가 있는 곳, 아침식사 부페가 일인당 30달러 하는 곳에서 2주에 걸쳐 2박씩 했다.  나이아가라라는 자연을 끼고, 산업이 번창하고,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모은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나이아가라 여행, 앞으로 이런 럭셔리 여행은 당분간 자제해야 한다. 큰애는 우리보고 "돈좀 그만 써"라고 노래를 불렀다. 거하게 세미은퇴 자축파티를 끝내고 있는 중이다. 나이아가라, 고맙다. 네가 있어서 우리의 새출발이 더욱 풍요로와 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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