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카드, 네이버 맵 너 정말 수고했다

차없이 살았던 2달

by mindy

내가 태어났던 곳에 가니, 몸속의 피도 신진대사도 얼마나 원활해지는지, 오죽하면 도착한 다음날 친구들을 만나러 갔을까? 피곤함이란 단어는 저멀리 사라졌고, 일정에 따라 새벽에 일어나기도 하고, 먼길을 가기도 하고 "노는 데 온갖 정성"을 들였다. 그런 것이 가능하게 해준 것이 T카드(교통카드)였다. 그리고 네이버 맵을 사용해야 하니 인터넷 데이타, 이것이 있으면 일단 한국탐험 준비가 어느정도 갖춰졌다고 볼수 있다.


한국에서는 핸드폰 전화번호가 신분증처럼 사용됐다. 나도 한국 임시전화번호는 받았는데, 내 전화로는 인증이 안되어 전화로는 안되는 일이 많았다. 캐나다에서 쓰던 신용카드로 한국에서 현금인출 하는 것도 많이 힘들었다. 남산 타워 곁에 있는 ATM 기계에서 인출이 가능하여, 다른 곳도 되리라 생각했지만, 가능하다는 Grobal ATM 기계에 카드를 넣으면 "기록되지 않은 카드"라고 나와서 매번 실패했다. 은행에 직접 가서 물어봤지만, 어떻게 해줄수가 없다고 했다. 언니에게 돈을 꾸기도 하다가, 나중에 딸의 캐나다 통장에 e 트랜스퍼를 해주고, 한국돈으로 그냥 계산해서 받기도 했다.


캐나다에서 쓸만큼 한국돈으로 바꿔올 수도 있고, 미화로 환전해서 와서 한국에서 바꾸든지 그런 방법을 써야 할 것 같았다. 나는 한국돈과 미국돈을 조금 가져왔는데, 현금이 필요한 일들이 발생했다. 대부분 외국 카드도 받았으나, 교통카드 충전은 현금만이 가능하고, 남편이 받았던 대체의학 치료비는 현금으로 지불하는 것을 선호했다. 모든 것이 편리한 한국이지만, 그런 부분은 아직 넘어야할 산이 있었다. 그 부분은 내 나라의 시스템과 한국의 시스템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


인터넷 사용은, 딸의 강력한 권고로 나는 무제한 데이타 플랜을, 남편은 첫달은 이곳서 로밍해서 제한적 데이터를 사용했는데, 결론은 무제한 데이타로 하는 것이 좋다. 전화사용을 추가할 수도 있다. 어디를 가나 교통편을 이용하려면 지하철 타는법을 알아야 하고, 그곳에서 내려서 주소지까지 찾아가야 하는데 그럴때 데이타가 제한적이면 사용이 불편하다. 친구들과 약속을 할때, 지하철역에서 만나자고 하는 사람은 없다. 지하철역 몇번 출구라고 해야 약속장소에 찾아갈 수 있다. 어떤 때는 주소를 보고 만날곳까지 가야 하는데 그럴때 네이버 지도 앱을 켜고, 걷기를 해놓고 네이버 지도가 일러주는 방향으로 간다. 이것도 숙달될때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한국은 새로운 주소 정리작업이 다 되어있어서 주소만 가지면 산골짜기까지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goole map으로는 가능하지 않으므로 꼭 네이버맵을 다운받아야 한다. 남편도 나머지 한달은 무제한 데이타를 사서 카톡전화를 주로 쓰면서 고민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심카드를 바꾸어끼고, 나중에 돌아왔을때 다시 교환하면 된다.


kkday라는 사이트가 있어서 해외에서 오는 사람들이 인천공항에서 심카드를 교체하게 하는데, KT 회사의 자회사로 한국사회로의 편입이 가능해진다. 1달 이상 있을 사람이면 꼭 필요한 것 같다. 있는 동안 자유롭게 돌아다닐 여행자들의 "필수품"이 되는 셈이다.


한국의 대중교통 세계는 캐나다 시골사람에게는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한국에서 쓴 교통비가 얼마였을지, 계산해보지 않은게 아쉽다. 교통비가 비싸서가 아니라, 정말로 많은 곳을 왔다갔다 했다. 갈곳이 정해지면, 그 루트를 네이버 지도를 켜고 살핀다. 자동차편, 대중교통편, 자전거길, 걷기가 있어서 그 모든 것을 조합해서 결정을 한다. 차를 얻어탔던 몇번을 제외하곤, 전철을 이용했다. T카드라는 교통카드가 있어서 이 카드에 밥을 꾸준히 넣어줘야 했다. 충전기계는 역사마다 있었다. 1만원, 2만원, 많으면 5만원 이렇게. 캐나다에 돌아올 때는 1천원 내외로 남겼다. 얼마나 알뜰히 썼는지. T카드를 받는 곳이 많이 있었다. 지방에서 시외버스를 탈때도 T카드 결제가 가능했고, 택시도 탈 수 있다. 제2의 신용카드처럼 사용되는 것 같다.


수도권과 인천권, 그리고 경기도, 그밖의 지역을 연결하는 기찻길까지, 촘촘하게 엮여있는 전철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계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버스와 자동차는 체증 때문에 예측이 힘든데, 전철은 그럴 염려는 없다. 역사는 각 지역의 개성을 살려 운영된다. 망우역 대기실에서는 큰 회합을 가져도 될만큼 넓은 공간에 스마트 책대출 시스템도 구비되어 있었다. 어떤 곳은 작은 음악회를 열만큼 광장을 만들어놓기도 했다. 만남의 장소가 될수도 있고, 지하상가에서는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5천원" 이런 가게들이 많아 가던 길에 삼천포로 빠지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노선이 많다보니, 각 노선이 갖고있는 특징들이 있지만, 그렇게까기 자세히 관찰하지 않았지만 하나 생각나는게 있다. 손잡이가 하나는 길게 늘어뜨려 키가 작은 사람들이 잡기 편하게 했고, 키큰 사람들을 위해서는 하나는 짧게 늘어져있다. 아주 작은 디자인의 변화가 미소를 짓게 한다. 전철내에서 방영되는 안내방송에는 비상시를 위한 양압식 공기호흡기 사용방법, 비상 통화장치, 비상호출 버튼 사용법, 비상구 열기 등을 안내했다. 막상 비상시에 그런 것들이 잘 작동할지는 모르지만, 전철을 탔던 책임감있는 누군가는 잘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어떤 공간은 컴퓨터를 충전하고, 일을 볼수도 있게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곳도 있었다. 빠른 충전이 가능한 무선충전소도 있었다. 몇호선인가 의자가 스탠(?)으로 되어있어서 차가와보였다. 어떻게 쿠션이 하나도 없는지, 시늉으로라도 카펫으로 씌어져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날이 선선해진 어느날, 그 스탠의자에 앉아보니, 의자가 따뜻했다. 아, 여름엔 어차피 차가운 것이 큰 문제가 없고, 선선할 때는 바닥이 따뜻해지는구나, 감동이었다. 버스기다리는 곳에도 앉으면 따뜻해지는 의자가 있었다.


지하철 기다리는 곳에는 큰 컴퓨터 같이 생긴 것이 곳곳에 늘어서 있었는데, 자세히 읽어보니 대용량 공기청정기였다. 비상을 대비한 휴대용 비상조명등과 긴급대피용 습식 손수건, 생수등을 갖춘 구호물품 보관함이 있어서 안심이 됐다.


지하철 역사뿐 아니라, 사람들이 있는 곳은 무조건 공중화장실이 있는 것도 주요 특성이 아닐까 한다. 그것도 경쟁이라도 하듯, 너무나 청결하고 디자인도 우수한 아름다운 화장실이었다. 화장실 문화가 바뀌면서, 다른 것들도 화장실의 품격을 따라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보여진다. 뉴욕에 갔을 때 수만명이 모이는 연초, 화장실을 찾을 수 없어서 큰 고역을 겪었던 생각을 하면, 한국의 화장실 인심은 세계 최고가 아니겠는가.


한국 지하철을 보면서, 한국사람들이 똑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보인다고 할까? 어딘가를 갈때 서너가지의 옵션이 있고, 이것들을 잘 조합해 자신의 길을 정해야 한다. 세번 갈아타고 갈수도 있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2번으로 줄일 수도 있고. 조금은 신경이 팔팔하고, 팔다리가 건강한 사람들을 위한 시스템인 것 같긴 하다.


지하철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 한국의 유행을 조금 파악할 수 있다. 나는 쫄쫄이바지 시대가 갔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바지폭이 넓은 부드러운 재질의 바지들이 유행했다. 젊은 여자들은 허리에서 뚝 끊어지는 몸에 맞는 니트 옷을 많이 입었었다. 치마를 입진 않았으나, 치마를 입은 것같은 우아한 느낌의 패션들이었다. 젊은이들은 얼마나 예쁘게 보이든지. 서로를 쳐다보며 패션을 배우고, 시장과 백화점, 지하철 상가를 뒤지면 어느날 지하철 그 누군가가 입었던 물건과 흡사한 것들이 있다. 참으로 유행을 무시하고 살수 없는 한국사람들임을 느끼게 된다.


경복궁앞 길. 한복을 빌려입은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였다


시골로 가는 직행버스를 탔는데, 차표를 보자는 사람이 없었다. 운전기사분도 없고. 나중에 보니, 차에 타는 사람이 자신의 표를 기계에 찍어야했다. 그리고 내 티켓이 찍히면, 화면에 체크인이 되었다고 나오고, 차에 타지 않은 사람이 몇명인지 나온다. 이런 시스템은 자주 경험할 수 있었다. 큰 영화관에 갔는데, 어디서도 표를 확인하는 곳이 없었다. 그저 그 표에 적힌 곳을 따라가서 앉아서 관람하고 나왔다. 내가 친구에게 우리가 영화를 관람한 것을 극장에서는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친구는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표를 안사고 그냥 들어가도 적발되지 않을 것만 같은 시스템이었다. 친구도 어떻게 된 사실인지 잘 모르겠단다. 누군가 "들어가세요" 하는 사람이 없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차표를 일일이 검사하는 검표원도 보기 힘들고. 사람손으로 하던 일을 기계가 해서 그런가 보다. 사람들은 이제는 많이 교육되어서 그런지 물흐르듯, 잘 흘러간다. 나처럼 해외에서 오는 사람들이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어리둥절하지 않을까 싶다. 노인들도 이런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 그러나 가끔씩 길을 몰라 갈팡질팡 하는 어른들을 안내해드리고 나면, 이제는 밖에 나오면 안될 것 같다면서 고개를 흔든다.


서산가는 시외버스를 탔을때 숨을 훅 들여마셨다. 버스바닥이 집에서 주로 사용할 것 같은 나무색의 라미네이팅이어서 마치, 안방같은 느낌이었다. 방문한 집은 누구네를 막론하고 바닥이 따뜻했다. 나는 굳이 온돌을 켜지않아도 될 날씨에 그걸 켜줄 수 있는가 부탁하기도 했다. 온돌에의 달콤하고 따뜻한 환상을 찾고 싶어서. 인천 언니네 갔을때 언니와 새벽예배를 따라갔었다. 그런 다음 언니집에 와서 방바닥에 누웠는데, 온돌위에서 그렇게 꿀잠은 처음 자본 것 같았다. 물을 신나게 뿌려도 되는 하수구가 있는 화장실과 방바닥이 따뜻하여 좌식생활할 수 있는 온돌 시스템에 마음이 녹아들었다. 나의 병이라 한다면, 금방 마음을 주고, 금방 잊고 하는 것이긴 해도, 큰 가구없이 따뜻한 안방에서 상이 밥상이 되었다가 책상이 되고, 거실이 되었다가 침실이 되는, 그런 시대에 대한 향수였을지도 모르겠다. 돌아가고 싶지만, 또 그것이 그렇게 쉽지않은. 서양문화가 좋은지 알았는데, 방바닥이 따뜻해진다면, 모든 걸 바꿀 수 있을 것만 같다.


강릉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주말이라 차가 밀려 예정시간보다 지체되고 있었다. 남편과 시간이 꽤 걸리네, 여기가 어디쯤이고 얼마나 걸릴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기다리는 친구와 전화하면서 얼마나 더 가야할지, 기사분께 여쭤보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내가 나가서 기사분께 얼마나 걸릴까요? 했더니, 그분이 잘 몰라요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그런 대답을 남편에게 했더니, 앞좌석의 아주머니가 여기서 강릉까지 1시간 정도 가면 될 것 같다,고 알려주신다. 아주머니는 그 뒤로도 몇번 우리의 대화를 듣고 초행길이라는 것을 아셨는지, 안내를 해주신다. 모른척 해도 되련만, 그러지 않았던 앞좌석 아주머니, 끝내 얼굴을 보지 못했던 그분께 감사하다. 서로간에 귀를 내주고, 묻지않아도 도움을 주는 세상에 가니, 모든 공기가 달콤하게 느껴졌었다. 캐나다에 돌아와서 많은 사람과 만나지 않는다. 만나면, 나 한국에 돌아가고싶어, 할까봐. 한국물이 좀 빠진 다음에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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