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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y May 16. 2024

이보다 더 비싼 캠핑은 없다

바람빠진 이야기

아침부터 넉넉한 시간이 있었다. 아이들은 일을 끝내고, 늦게 도착할 예정이라, 서두를 필요없이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게 된 것이 편안했다. 전날 인스턴트 팟에 끓여놓은 닭고기를 찢어 닭개장 만들기에 들어간다. 마침, 함께 일하는 마틸다가 뜯었다며, 한보따리 갖다준 고사리를 보니, 육개장이 생각났고, 소고기보다는 닭고기가 나을 것 같아서 가슴살로 준비했다. 숙주나물도 사오고, 마른 표고버섯을 불리면 대충 닭개장을 만들수 있다. 대파가 있으면 좋겠는데, 일반파(?)로 고추 파기름을 내고, 육수 알약 3개 정도 넣고 그렇게 국을 만들었다. 


캠핑 음식에는 이밖에도 고사리, 고비볶음, 명이나물 삼형제 시리즈 무침, 김치, 장아찌와 민들레 김치등 최근에 채취한 나물로 준비하게 됐다. 큰언니와 엄마가 떠난 뒤로 "봄나물"은 더이상 관심 대상에서 물러나나 했는데, 올해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함께 일하는 중국인 마틸다가 어느날, 야생마늘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야생마늘(wild garlic)은 다른 말로 명이나물로 달콤 쫄깃한 식감이 내가 좋아하는 나물이다. 그녀가 명이나물이 있는 곳을 알려줬다. 가까운 곳, 보호구역안에 있다는 것이 아닌가? 새가슴인 나는 허락된 곳이 아니면 나물을 채취하다가 걸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도하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엄마와 큰언니가 살아있을때, 주인에게 허락받은 곳에서 "고비"를 원없이 딸수 있었는데, 그 동네를 떠나왔고 이제는 "나물과도 안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인이 아니고 중국인인 그녀는 나의 우려에 소복이 많이 있고, 뿌리까지 채취하는 것도 아닌데,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반 사람이 많은 공원에서 그러면 안되겠지만, 인적이 드문 보호구역에서는 괜찮다면서, 나의 우려를 대수롭지 않게 날려버렸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친구가 알려준 그 장소로 갔다. 사이드 트레일에서 안쪽으로 한참 들어가면 있다고 해서 찾았는데 마침 명이나물 군락지를 만나서 채취할 수 있었다. 그것으로 샐몬 회덮밥에 야채로 이용해서 비벼먹고, 장아찌로 담고, 시금치처럼 무쳐서 먹고, 나머지는 삶아서 얼려놓았다. 그리고 주일에 만나는 분들에게 조금씩 나눠드렸다. 


고비는 우리집 뒷마당에 많이 난다. 솟아오르는 것을 매일 조금씩 꺾었더니, 양이 꽤 된다. 그 다음에 고사리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마틸다가 발견했다며 내게 건네주어서 닭개장에도 넣고 했다. 마지막으로 민들레도 뒷마당에서 하루 캐서 파도 많이 넣고 김치를 담갔는데 이게 맛이 들었다.


이렇게 준비된 음식을 아이스박스에 담고, 이불도 준비하고, 각종 준비물이 어디 이사가는 사람들같다. 한겨울 내내 세워놓았던 캠핑 트레일러 주차된 곳으로 갔다. 이 트레일러가 또 좀 사연이 있다. 소도시로 이사오면서 집 주차장에 세워놓기엔 부담스러운 트레일러이기에 매달 주차비를 내고, 트레일러를 보관하고 있었다. 긴 겨울이 지나고 남편이 트레일러 주차된 곳에 갔다가 누군가가 트레일러 안에 침입했던 흔적을 발견하곤 혼비백산했었다. 안에 있는 기물들이 없어졌고, 냉장고안에는 소년이 신을만한 크기의 운동화가 들어앉아있었다. 크게 손상된 부분은 없었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어떻게 들어갔는지, 그것도 의문이었다. 창문이나 문이 부서지지도 않았기에 말이다. 경찰에도 신고했고, 창고 오피스에도 알렸지만, 그뿐이었다. 창고 오피스 담당자는 계약서에 "어떤 사고에 대한 보상책임이 없다"는 말이 있다면서 그것으로 끝이었다. 대청소를 두어번 하고, 그렇게 첫 외출을 앞둔 트레일러를 끌고 캠핑장으로 향했다. 이번 캠핑은 둘째가 일치감치 예약한  "아완다 온타리오 주립공원 Awanda Provincial Park"이었다. 


집에서 2시간 30분쯤 걸리는 곳이었는데, 룰루랄라 한참 가는데 뒤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남편이 뒤쪽을 보더니 차에서 연기가 난나는 것이다. 그 길로 갓길에 서서 차를 확인해보니 캠핑 트레일러 앞바퀴가 바람이 빠졌을뿐 아니라, 찢어져있었다. 때는 금요일 오후 4시가 넘어있었고, 검색으로 본 자동차샵들이 5시면 문닫는 곳이 많았다. 트레일러를 토잉해가는 것도 힘들테고, 누군가 출장와서 고쳐줘야 하는데, 전화돌리기가 시작됐다. 우리는 못한다, 그러면 어디 아는데 없느냐고 물어서 하나하나 전화를 걸다가 한군데 할수 있다는 곳을 만났는데, 이 사람은 사람을 보낼테니 입금을 먼저 하라고 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어서 그렇게 한다고 했는데, 액수가 엄청났다. 우리한테 스페어 타이어는 있었고, 사람만 와서 갈아주면 되는데 400달러를 요청했다. 어쩔 수 없이 알았다고 하고 크레디트 번호를 줬다. 그러고 길에서 기다리기를 1시간 정도, 그안에 장소를 다시한번 확인하는 전화가 왔었다. 인내심이 바닥날 즈음에 또 전화가 왔다. 전화받은 사람과 다른 목소리로 그 업무를 수락한 곳인가 싶었다. 트레일러를 들어올리는 잭이 퍼져서 올수가 없다는 것이다. 원한다면 내일 아침이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돈은 환불해주지만, 진행비 49달러는 떼고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그곳을 믿고 시간을 보내버린 우리는 어떻게 하라고 오지못한다고 하는 것도 모라자서, 별다른 일을 하지않은 그들이 진행비를 뗀다고 하니, 남편은 핏대를 올리기 시작했다. 당장 오던지, 돈을 돌려주던지 하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크레딧 카드 회사에 당장 전화하고, 사기로 리포트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아이들은 공원에 도착했느냐고 전화와서 사정을 말했다. 어쩌면 공원까지 가지도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염려가 잠시 들었다.


공원가는 길에 만난 해질녘 풍경

내일 아침에 오겠다는 것은, 말이야 방귀야 하면서 이 말의 어원까지 찾아봤다. 하도 어이없는 말을 할때 입에서 나오는 말을 항문에서 나오는 방귀에 비유하여 말이 말도 안된다는 것을 강조한 표현이란다. 어쨌든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근방 여러곳에 전화를 넣다가, 우리에게 샵의 전화번호를 줬던 상냥했던 레이디와 다시 통화가 됐다. 알려준 전화번호로 연결됐던 곳에서 온다고 하다가, 지금 하이웨이에서 하룻밤 나게 생겼다고 했더니, 그녀가 기다려보라고 했다. 그런 다음에 우리를 도와줄 "에릭"이란 겉으로 보기만 해도 힘세보이는 청년을 찾았다며 보내줬다. 그는 큰 CAA 트럭을 몰고와서 자신도 잭이 없고, 그 레이디의 부탁으로 왔는데 상황을 보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잭"을 구하러 간다고 했다. 콜링우드가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 청년이 얼마후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다. "이건 회사와 상관없이 친구에게 부탁을 받아서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같은 서비스를 나중에 또 받을 수 없다. 100달러를 주면 된다. 현찰이면 좋겠다"라고 말이다. 3톤을 들어올릴 수 있는 잭이 있어야 된다며 새로 사온 그 잭을 트레일러에 받치고 움직이니 그 큰 트레일러가 쑥 올라간다. 그는 손쉽게 스페어 타이어와 교체해준다. 그러면서 다른 바퀴들도 금이 가있고, 곧 갈아야 할 것 같다고 조언해준다. 뒷 바퀴에 바람도 넣어주고. 사실 트레일러를 구입한지 20여년이 되어가지만, 그다지 많이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품 손보기에 게을리한 면이 있다. 남편은 잠시 타이어 걱정을 했었다고 했다.


마침 현금이 없어서 그 사람 뒤를 따라가서 근방 주유소 ATM 머신이 있는 곳으로 가서 현금을 주었다. 팁으로 20불을 더 보태서. 남편은 나중에 "침치료" 받으러 오면 한번 공짜로 해주겠다고 했더니, 명함을 달라고 해서 그에게 주었다. 


그 사람을 보내고 나서 사람고치는 의사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차를 고쳐주는 그 청년이 얼마나 듬직하고 멋져보이든지. 그렇게 해서 400달러 들뻔한 일을 120달러로 막음했다. 그 사단을 치르느라, 늦게 도착할 예정이었던 아이들보다 더 늦게 밤 9시 30분쯤 도착했다. 음식은 다 장만했지만, 밥은 지어야 했고, 닭개장도 끓여야했다. 공원은 마침 사이트안에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물도 없는 지역이어서 고생 캠핑이 될 예정이었다. 


밤 10시가 가까워서 먹은 캠핑의 첫 저녁식사. 오징어 볶음까지...^^ 아이들이 잘 먹어주어서 좋았다는 이야기.

다음날 공원내 트레일 걷기에 나섰다. 도토리 나무와 트릴리엄 꽃이 특별히 많았다. 연녹색잎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하늘을 조금씩 채워간다. 여름이 되면 나뭇잎으로 가려 하늘을 보기 힘들수 있을 것이다. 휴지가 지천으로 흩어져있는 것같은 흰 꽃잎인 트릴리엄꽃은 온타리오 주꽃이다. 꽃과 잎이 같은 모양으로 커브가 져있다. 한줄기에 단한개의 꽃을 피우고 있어, 각각이 자신의 존재를 뽐낸다. 세개의 꽃잎과 세개의 비슷한 모양의 이파리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 우리 아이들 어릴때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트릴리엄 꽃밭.

4.5km를 걷고나니, 드디어 죠지언 베이 호수가 나온다. 물을 만나야 마음이 활짝 열린다. 긴 거리 걷기를 저어했던 남편이었는데, 이번에 왕복 9km를 거뜬히 소화했다. 허리통증이 조금 나아진 것인지 실험을 계속해봐야 한다. 돌아오는 길에 조금씩 비가 오기 시작해서 오후 내내 비가왔다. 아이들은 점심으로 떡만둣국을 먹고, 트레일러안으로 들어가서 한숨 낮잠을 잤다. 주변에서 주워온 통나무들로 모닥불을 계속 지필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펑크는 났지만 트레일러를 끌고왔기에 안에 히터를 켜고, 쉴수 있었다. 남편과 나는 빗소리 오케스트라를 들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의 이해를 구해고 말하고싶은 문제가 있는데 아직은 반대해서 이번에도 둘째에게 말하지 못했다. 오는 6월초에 둘째가 스파를 예약해놓아서 갈 예정인데 그날, 남편의 동의없이 그 이야기를 할수 있을지 모르겠다.



죠지언베이 호수, 언제나 출렁이는 맑은 물이다.

동네 마켓에서 마침 삼겹살을 구할 있었다. 집에서 껍데기에 두툼하게 붙은 비계를 절반은 떼어내고 절반은 그냥 가져왔다. 고기가 없으면 서운할 듯하여 가져왔는데, 나는 영 삼겹살 굽는 남편이 어설퍼보인다. 온 힘을 다해 굽고 자르고, 접시에 넣어주고 하는데, 쌓이는 기름처리부터, 너무 자주 뒤집는 것같고,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말이다. 잘하라고 잔소리할 수는 없고. 너무 소란스러운 식탁풍경에 마음속으로 삼겹살 먹기는 이번 캠핑을 끝으로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삼겹살 굽기 여념없는 남편과 커피포트를 잡아서 커피를 수작업으로 내리는 중인 사위, 그리고 나.


캠핑 사이트는 옆사이트와 멀찍이 있어서 아늑하고 좋았다. 물을 길어와야 했고, 화장실도 멀리 있고, 샤워실까지 가려면 또 한참을 걸어야 했다. 둘째야, 다음엔 전기와 물이 있는 곳으로 예약하거라.


비도 그치고 이제 모닥불을 피워놓고 한숨을 돌리려는데 슬그머니 없어진 막내. 조금있다가 들려오는 소리. 처음엔 웃음소리인지, 즐거운 대화소리인지 파악이 되지 않았지만, 전화로 다투는 중이었다. 막내는 "드라마 퀸"을 언제나 벗어나려나. 그녀의 삶이 안정적이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인 것을. 라디오를 켤수 없고, 인터넷도 안되는 미디어 프리 지역이라 그런지, 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들려온다. 무슨 일인지 다가갔더니 "나좀 내버려둬"라는 예전에 함께 살때 자주 했던 그 소리. 조금 작게 이야기하라고 말하고 자리를 피해줬다. 


쉽게 끝이 나지 않아 내가 다시 다가갔다. 그제서 전화를 끊는다. 무슨 일인가 물으니, 남자친구와 전화로 다투는 중이었던 것이다. 몇주전에 막내집에 온 가족이 가서 청소를 해주었다. 봄청소를 해야 한다고 그래서,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고, 제 언니가 언제 함께 청소하자, 그렇게 의견을 모아서 갔었다. 청소를 하겠다는 생각도 기특하고, 도움을 받아들이게 된 것도 많이 성장한 것이라 보여서 우리 모두 즐겁게 갔다. 그런데 그날 남자친구는 전날 밤일을 하고, 방에서 자는 중이었다. 그애를 놔두고 우리끼리 청소하는데 자다가 깬 그애가 우리 모두를 보고 혼비백산했다. 막내말에는 그애에게 알려주었다 했는데. 그래도 끼어서 함께 청소하려고 했는데, 막내가 "머리좀 잘 만지고 와" 하는 소리를 했더니, 그후에 다시 감정조절이 안된 것 같았다. 어쨌든 그날 우리는 방을 빼고, 거실과 부엌 화장실을 청소해줬다. 둘째네 부부가 간 다음에 그애도 우리를 도와서 쓰레기도 버리고 함께 했었다. 냉장고 정리를 하다보니, 음식이 너무 많았다. 우리가 시장보러 키치너 갈때마다 사다주곤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애들이 쓰던 소파를 버리고 우리집에 있던 2인용 소파까지 갖다주고 정리하고 나니, 살만해보였다. 그렇게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 막내와 남자친구는 그 후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것같다. 이해못할 상황은 아니다. 누가 자신의 치부를 보여주고 싶겠는가.


이번에 캠핑에 오는 대신 어머니날을 맞아 막내의 남자 친구는 부모집으로 갔고, 막내만 우리와 함께 했다. 막내는 남자 친구가 자신과 함께 있을 때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하지 못해서 심리상담을 받아보라고 말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대답만 하고 아직도 실천을 하지 않는다며 그 문제 때문에 다퉜다고 말했다. 나는 엄마로서 적절한 조언을 해주면 좋겠지만, 그만한 역량이 되지 않아서 미안하다,면서 심리치료를 받는 것은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대답만 했을 수도 있다고 변호를 해줬다. 그 정도 말했으면 본인이 알아서 예약을 잡고 해야 할것이라고도. 아이를 트레일러로 데리고 와서 누워있는 아이 등을 쓰다듬어 주면서 그애 말을 들었다. 그리고 함께 기도했다. 불쌍한 이 아이, 하나님 도와주세요 하면서. 


그렇게 두번째 밤이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은 밝고 쾌청했다. 어제 저녁의 드라마는 더이상 재연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은 어머니날이었다. 함께 있는 것이 어머니날 선물이 아닌가? 그리고 기억해야할 또하나의 선물, 어머니날 밤새 화장실을 한번도 가지않았다는 사실이 내겐 대단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최소 한번, 심할 때는 서너번은 깨는데, 그날은 한번도 중간에 화장실을 가지 않았다고 아이들에게 "어머니날의 기적"이라고 말했더니, 그다지 인정해주지는 않더라만.  막내는 올때는 토론토로 가서 언니와 함께 왔고, 집에 갈때는 우리와 함께 오웬사운드로 같이 오기로 했다. 트레일러를 끌고 그애가 사는 곳까지 가는 것은 너무 힘들어서 일단은 오웬사운드에 와서 구엘프로 나중에 데려다 주기로 했다. 


캠핑중 식사시간에 막내가 기도를 했다. 함께 모인 것에 대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는 기도였고, 집에 와서 셋이 음식을 먹을 때도, 기도를 했다. 눈을 뜨고 하는 기도같지 않은 기도였지만, 나는 집에 올 때마다 막내가 기도하는 것을 기쁘게 바라보고 있다. 엄마가 버벅대면서 영어로 기도하는 것을 돕고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것 같기도 하다. 그 마음안에 하나님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는 것을 느낀다.


막내는 그런 말을 했다. 엄마가 내 엄마라서 너무 좋다고. 그렇지 않은 엄마들도 많은데, 몰아부치지 않은 그런 엄마의 성품이 좋다고 말이다. 그래서 엄마는 가끔 생각하는데, 엄마라면 조금은 아이들에게 힘있는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데, 그걸 못한 것이 잘못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지만, 사실 내게는 그런 힘이 없다고. 나의 인간성 자체가 그렇게 생겨먹질 않았다고 말이다.


부족한 엄마인데도, 아이들에게는 괜찮은, 좋은 엄마로 여겨지고 있음이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날 저녁 막내의 남자친구가 차를 가지고 데리러 왔다. 부모집에 있다가 같이 가자고 온 것이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우리가 데려다주기로 했기에, 그렇게 와준것이 고마왔다. 스스로를 챙기는 것도 힘에 부친 막내가 남자친구까지 챙기려는 모습이 짠했다. 그들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다.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 그래도 발버둥치며 어른으로 커보려는 덩치큰 아이들, 그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이 없다. 둘째는 울고 있는 동생에게 "우리는 언제나 네곁에 있다"라고 위로했다. 도움이 필요할 때 우리가 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래본다.


자, 캠핑 결산을 해보자. 그전에 한가지, 더 얘기할 게 있다. 돌아오는 길에 집근처 월마트에 잠시 들렀는데, 그 자리에서 발견했다. 캠핑장 갈때는 오른쪽 앞바퀴가 터졌는데, 올때는 왼쪽 뒷바퀴가 터져있었다. 심장이 내려앉았다. 간신히 끌어서 주차해놓았다. 남편은 어제 RV 센터에 들러서 견적을 냈다. 4바퀴 모두 가는 데 800달러 조금 넘게 든단다. 캠핑 사이트는 이틀에 140달러에 1,000달러 트레일러 수리비 첨가, 요즘 비싼 기름값까지 하면 이보다 비싼 캠핑은 없을 것같다. 이 트레일러를 주차해놓는데 일년에 800달러 정도. 그런데 왜 캠핑을 하는 것이지? 그것이 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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