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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y Jun 12. 2024

뜨거움, 차가움, 휴식

스파 빌리지 방문기

뜨거움, 차가움, 휴식


이런 사이클로 시설을 즐기라고 했다.


거대한 온천 마을을 만들어놓았다. "Thermea Spa Villege(마을)"라는 이름에 손색이 없다. 연못이 있고 건물이 몇채가 있으며, 화단과 나무들이 조성된 곳곳에 꺼지지 않는 모닥불은 타오르고, 수영복에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이 마을의 주민들이다. 서로 본적 없지만, 1일 동네사람이 되어 함께 했다. 작은 기포가 흩어지고, 뜨거운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야외 온탕에는 삼삼오오 입욕하고 있는 사람들로 생기가 돈다. 물의 나라라고 부를만 하다.


뜨거움을 담당하는 시설은 사우나, 스팀룸 그리고 각각 다른 온도의 온탕들이 있다. 처음엔 온탕에 가서 몸을 담근다. 그런 다음 권장하는 것이 냉탕에 가라는 것인데, 처음에 나는 들어가지 못했다. 주로 따뜻함에서 놀다가, 찬물에 한번은 빠져봐야 할 것 같아서, 작은 폭포수 밑으로 걸어들어가봤다.  차가움에 몸을 떨며 원초적인 괴성이 터져나왔다.


그런 다음에 모닥불이 있는 곳에 앉아서 쉬든지, 누울수 있는 긴 의자 등이 곳곳에 있어서 함께 온 사람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다. 쉴수 있는 곳 중에서 해먹(hammock)이 가장 편안해 보였는데, 그곳은 자리가 비어있는 적이 없어서 누워볼 수 없었다. 그물 의자도 나무에 걸려있었다.


천연 온천탕은 아니지만, 온천에 버금가는 스파에 지난주 갔다왔다. 둘째가 동생과 사촌언니 그리고 나까지 "합동 생일선물"로 스파 입장권을 끊어서 보내줬다. 아침부터 들어가야 하니, 전날 토론토로 와서 제집에서 하룻밤 자고 그 다음날 아침에 함께 가자는 게 처음 계획이었다. 나와 막내는 금요일 늦게 일이 끝나서(우리는 비정규직이므로^^) 밤늦게 내려가는 것이 어려웠다. 사실 나는 트럭을 끌고 토론토에 간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여자들만의 날"이었기 때문에 나홀로 가야 하는데, 어떤 방법이 가장 나을지 한참 고민했다. 최근에 새로 대중교통 비즈니스를 시작한 버스를 타고 토론토로 가면 어떨까 싶기도 했다. 그러자면 금요일 나대신 일할 사람을 구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스파 장소는 토론토에서 동쪽으로 조금 더 가야 하는 윗비(Whitby)에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막내가 토론토로 가서 언니와 합류하면 나는 가는 길이 조금 수월해지니, 그런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 동시에 막내를 도울 일이 생기면 그걸 기쁨으로 여겨야 한다,는 내 안의 말에 화들짝 놀라면서 함께 가는게 당연하다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그렇게 해서 막내와 나는 토요일 새벽부터 길을 떠나기로 했다. 내가 대충 계산해보니, 이곳서 막내네까지 2시간, 막내네서 윗비까지 2시간, 목적지까지 4시간은 소요될 것 같았다. 아침 8시 45분 입장시간이니, 새벽부터 서두르기로 했다.


금요일밤 불편하게 자야 일찍 일어날수 있을 것 같아서 거실 소파에 누웠다. 그리고 알람을 새벽 3시 30분에 맞춰놓았다. 그랬는데 새벽 2시30분에 깼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남편은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한다. 세상 다정한 남편임에 틀림없다. 아이들을 만나러 아내가 가니, 더욱 협조적이 된다. 막내랑 먹을 샌드위치와 과일을 싸준다. 새벽길을 좋아하긴 한다. 아침 동이 뜨는 시간을 밖에서 만날 때가 많지 않으니, 그시간을 조우할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다.


아침에 만난 동트는 시골


이번에도 신비한 아침길을 운전했다. 토요일 새벽이라 차들이 없어서 운전하기도 힘들지 않았다. 물이 있는 곳은 뽀얀 안개가 올라와 탄성이 나온다. 자주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그 마음을 눌러 참았다. 가는 길에 집중해야지 하면서. 그렇게 막내집에 도착해서 윗비 스파를 지도 검색했더니, 1시간 20분 걸린다고 나온다. 내가 그전에 했을 때는 2시간 이었는데 말이다. 귀한 새벽잠을 헌납했는데, 기막혔다. 막내랑 서두르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40여분전이었다. 스파옆 건물에 화원이 있었다. 막내랑 화원에 가서 꽃구경을 하자고 했다. 화원의 꽃들은 정말 다양했다.


드디어 둘째와 큰조카까지 4명의 여인들이 모였다. 들어갈때 대형 컴퓨터 화면이 우리를 맞았다. 도와주는 사람은 있었지만, 컴퓨터에 QR코드를 찍어서 예약확인을 한 다음에 방수 전자팔찌를 하나씩 주면서 크레딧 카드를 150달러씩 미리 결제하라고 했다. 스파내에서 돈을 쓸때 크레딧 카드를 들고다닐 필요가 없이 팔찌만 있으면 만사형통이었다. 입장료도 만만치 않은데, 안에서 들어가는 돈도 꽤 많이 있다는 말이렷다. 혹시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입장료를 밝힌다면 일인당 $110이었고, 이것이 둘째가 우리들에게 주는 생일선물이었다.


수건과 가운은 제공되었다. 자신의 라커룸 열쇠도 팔찌를 대면 열린다. 말하자면, 손목에 끼는 수동열쇠에서 전자기기로 변화한 것이고, 우리는 이용하지 않았지만, 마사지, 소금물 유영등은 따로 돈을 내야했다.


우리는 주로 무얼 하며 놀았을까?

사우나와 스팀룸이 다른 걸 이번에 알았다. 사우나는 뜨거운 돌등으로 안을 덥히는 방법을 말한다. 말하자면 사막같은 뜨거움이랄까? 6개의 사우나룸이 있었는데, 온도가 다 달랐다. 매시간 큰 종소리가 울리면 이벤트 사우나에서 행사가 있다는 신호이다. 이곳에 가면, 뜨거운 돌이 달궈져있고, 그 위에 좋은 향기를 머금은 오일 눈덩이를 올린다. 눈이 녹으면서 파도가 잘게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그러면 은은한 향이 뜨거운 사우나 공기와 섞여 퍼지고, 이것을 모두에게 퍼뜨리는 과정인 예술적인 헝겊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이 행사를 주관했던 젊은 청년이 생각난다. 에베레스트산에 오르는 사람들에 관한 명상글을 읽으면서 공기를 흩뜨렸다. 우리나라 부채춤을 생각하면 쉬울듯하다. 혼자 천천히 돌면서 두꺼운 헝겊을 휘둘러 공기가 먼곳으로 퍼지게 한다. 그가 내앞으로 와서 헝겊을 휘둘면, 훅하는 더운 공기와 함께 평소에 맡아보지 못한 향기가 코끝에 스며든다. 여성이 진행하는 두번째 행사에서는 부채를 이용하기도 했다.


스파 웹사이트에 나온 "아우프구스 의식"이라 불리는 향기분산 행사. 이렇게 헝겊을 흔들며 바람을 일으켰다.

사우나실은 이밖에도 작은 캐빈들이 많았다. 히말라야 소금으로 장식된 할로 사우나는 적당한 온도(?)인 50도였지만, 80도 아로마 사우나도 있고, 전통적인 사우나실도 있다. 한번씩은 모두 체험해보자, 하면서 이곳저곳을 들어가봤다. 사우나실에서 수건을 깔고 누워있어보기도 했다. 캐빈이 작아서 일행이 들어가있으면 다른 사람은 기다렸다가 들어와서 일행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사우나 빌리지 모형도.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 방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보려고 노력했다. 누울수 있는 비치의자가 즐비했다.


스팀룸은 공기가 또한 달랐다. 말하자면, 아주 더운날의 정글같다고나 할까? 습기가 차서 옆사람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땀이 비오듯 흐른다. 스팀룸에는 오래 앉아있기 힘들었다.


안에 있는 시설중에 명상을 함께 하는 곳도 있었다. 모두 편한 자세로 앉아서 인솔자가 시키는 대로 눈을 감고 그가 읽어주는 명상시를 듣기도 하고, 작은 동작을 따라하기도 한다.


이 윗비의 스파는 2년전에 세워졌다고 한다. 노르딕(nordic) 전통에 의한 열치료(Thermal)에 근거하고 있다. 북유럽의 건강법을 이어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사람이 경험하기 힘든, 열을 가하고, 그것을 식히고, 그런 다음 휴식을 취한다는 이 사이클대로 하루종일 놀았다. 스파 마을에 온 사람들은 모두 수영복을 입고, 가운을 입고 다닌다. 식당도 모두 같은 복장이다. 최소한의 복장을 하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으니, 어떤 해방감이 있다.  소문으로 듣는 누드탕, 누드 해변의 사람들은 이런 해방감을 느끼겠구나, 그들의 마음을 조금 이해해본다.


사진을 자유롭게 찍을 수는 없었다.  아예 사진을 찍지말라고 경고가 붙어있고 곳도 있고.  이 사진도 웹사이트를 찍은 것이다.


식당은 세군데가 있는데, 우리는 조금 비싼 음식이 있는 곳을 정했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니, 그럴 수도 있지만, 문제는 나의 음식이었다. small 이라고 적혀있는 곳의 메뉴중 scallop이 포함된 음식이 있어서 주문하려고 했더니, 양이 작을 거라고, 둘째가 주의를 주었다. 양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고, 다른 음식과 비슷한 가격이어서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나중에 화장실에 갔다와서 내눈을 의심했다. 스칼롭은 (번역에 가리비라고 나와있던데), 밤톨만한 둥근 그것 3개를 포함한 음식의 양이,  3 숟갈이면 끝날 양이었다. 모양은 현란하더라만. 너무 기막혀서 웃음도 안나왔다. 아이들이 음식을 조금씩 적선해줘서 간신히 식사를 마쳤다. 그런 다음 아이들은 디저트를 먹자고 해서, 눈알 나오게 비싼 그것을 두 접시 시켰는데, 주방 저 안쪽에는 확실히 소신을 갖고 일하는 셰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저트는 훌륭했고, 고급진 사람들이 된양, 상류층 놀이를 하면서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마침 날씨가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모두 한잠씩 낮잠들을 자기도 했지만,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책을 읽는 사람, 자는 사람,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사람,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휴식에 몰두하고 있다. 한무리의 아가씨들은 모두 분홍색 같은 모양의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아마도 친구가 결혼하기전 함께 파티를 벌이는가 싶었다. 둘째는 얼마전 아버님을 졸지에 잃은 친구와 함께 이곳서 하루를 보냈는데, 친구에게 큰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몸이 물과 공기에 노출되면서, 자유로움이 살아나는 것 같다. 추운지방인 유럽인들은 이와같이 겨울을 건강하게 나는 방법을 연구한 것이 아닌가싶다. 여름뿐 아니라 사우나는 겨울에도 문을 연다고 한다. 눈이 쌓인 이곳은 어떨까, 생각해보지만 겨울에 이렇게 활보하고 다닐수 있을까 싶다.


아침에 들어왔는데, 어느 사이 저녁이 되어간다. 마지막으로 식당이 있는 건물 테라스에 가보자 했다. 그곳에 가니, 사우나 마을이 눈아래 펼쳐져있다. 막내는 사우나 헝겊예식을 흉내낸다. 수건을 흔들면서. 하루해가 쏜살같이 흘러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는 밖에 나가서 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칼칼한 한국음식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윗비에는 없고, 하이웨이를 타고 20여분 가니, 피터보로라는 곳에 "부엉이"라는 유명한 한식 프랜차이즈가 있었다. 점심이 좀 허술했으므로 저녁은 각자 먹고싶은 것들을 시키자고 했다. 아이들이 웃거나 말거나 나는 "떡볶이"를 시켰고, 짜장면, 오징어볶음밥과 곰국에다가 함께 먹을 탕수육, 냉면까지 아주 거하게 식사를 했다. 막내를 데려다줄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집에 오는 길, 졸음이 와서 혼났다. 왜 아닐까, 그날 20시간 이상을 깨어있었으니. 선물을 받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어제부터 자꾸 얼굴에 손이 간다. 피부가 많이 좋아진 느낌이다. 원인을 이제야 발견했다. "스파 마을"에서 하루종일 머물면서 몇번의 땀을 흘렸고, 쉬었고, 아이들과 흥겹게 놀아서 피부가 개선되었지 싶다. 둘째에게 고마운 선물이었다고 다시한번 말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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