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가는 사람들 아직도 있나요

캐나다와 쿠바의 끈끈함은 "저렴성?"

by mindy

막내가 집에 들어왔다. 이제 두어달 되어간다. 미국 친구집에 3주간 있기도 했으니 1달 넘게 함께 보내고 있다. 최근에 감기를 심하게 앓더니, 가정의에게 갔더니 폐렴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더한 병도 있었다. 갑상선 기능항진증이어서 약섭취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살이 빠진 지가 오래되었다. 밖에서 살때 제대로 먹지 못해서 그런가 했다. 그런데 먹어도 살이 빠지는 갑상선 항진증을 앓고 있는줄은 몰랐다.


가족여행으로 쿠바를 가려고 티켓까지 끊어놓았는데, 그렇지 않아도 쿠바의 시국이 그런지라 가는 길이 편하지 않았는데, 막내의 갑상선 테스트 수치를 AI에게 물어봤더니 여행은 무리라고 했다. 시국도 그렇고 해서 여행을 거의 포기했었다. 여행이 대수인가, 막내가 안타까워 가슴이 탔다. 그런데 막내는 가고싶다고 했다. 최종적으로 가정의의 이야기를 듣고 결정하자고 했다. 여행은 4일 새벽이라 월요일까지는(2일) 가정의가 연락을 해줘야했다. 우리들은 리조트 비용을 포기해야 되지만, 둘째 부부는 환급이 가능한 티켓을 끊어서 의사의 소견이 필요했다. 가정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의사의 전화상담이 2일이 아니라 3일로 잡혀있다는 리셉션의 이야기다. 나는 알아듣기 쉽도록 리셉션에게 우리의 절박한 상황을 이야기했다.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된다면, 빨리 일처리를 해야 그나마 표 2장을 환불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도 사정이 있어서 어렵다고 했다. 월요일 전화상담이 다 차있다는 이야기였다. 갑자기 전화해서 그렇게 독촉하면 곤란하다고 했다.


그래서 "이머전시니까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아니냐. 여행을 갈수 없게 될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바로 의사의 소견이 필요해서 그렇다"고 했다. 그렇다면 병원에 오시라고 말해서 꼭지가 돌았다. 이곳은 3시간 걸리는 곳이라서 의사와 전화상담중이라고 미리 말했기 때문이다. 3시간 걸려서 오라고 하는 것이 제정신을 가진 환자를 대하는 병원의 태도인가. 정신을 잃은 진상환자 가족이 되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급기야 그 직원은 "이렇게 하시면 안됩니다. 전화를 끊겠습니다"까지 나왔다. 나는 그에 대고,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전화를 끊고 씩씩댄다.

막내는 엄마아빠가 AI를 너무 믿는 것 같다며, 쿠바여행을 포기하지 않았다. 여러가지 방법을 생각했다. 워크 인 클리닉에 가서 수치를 보여주고 닥터의 소견서를 받아보라는 것은 둘째의 의견이었는데 막내는 워크인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잘 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던, 의사 남편을 둔 친구에게 전화로 부탁해서 의견을 물어볼까,도 생각했다. 그러다가 가정의와 막역한 큰조카가 생각나서 그녀에게 전화했더니, 가정의를 방금 보고 나오는 중이라는 대답이다. 내가 한발 늦었다. 그녀는 아빠 때문에 가정의를 만나고 가는 중이라면서 리셉션과 연락해보겠노라고 했다.


다행히도 조카는 그 리셉션과 잘 아는 사이였다. 조카말에 따르면 "없는 애교, 있는 애교 다 부려서 의사한테 사촌동생 일을 잘 이야기해달라"고 했단다. 그렇게 해서 하루 당겨서 월요일 상담이 이뤄졌다. 의사의 전화상담은 5시 이후에 이뤄지기에 나는 일하러 가고, 남편과 막내가 통화를 했다.


그리고 결론은 여행가도 된다는 것, 기분전환이 될것이고 약을 먹으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단다. 온가족이 여행을 포기할뻔 했는데, 결국 의사 말대로 떠나보는 것이 아이의 건강에 더 좋을 수도 있을 것도 같다. 다만 쿠바의 상황이 상황인지라 걱정이 많은 나는 마음이 편치 않다. 어떻게 하겠는가? 베네수엘라 침공전에 이미 쿠바 티켓을 끊었으니, 이번에 가서 뉴스에서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심각할지 몸으로 겪는 수밖에. 막내는 엄마 아빠가 챗 지피티등 너무 AI를 너무 믿는다고 "작작하라"고 말한다.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우리도 나이가 들어가니 할수 없다.




부랴부랴 짐을 쌌다. 막내가 기르는 기니픽 3마리는 S언니에게 맡기기로 했다. 막내는 펫 시터를 찾겠다고 했지만, 우리는 낯선 사람에게 집번호를 알려주고, 들어오게 하는 것도 그렇고, 또 기니픽 물과 음식을 주러 몇번 들르는데 돈을 지불하는 것도 그렇고 해서, 반대의견이었다. S언니는 지난번에도 기니픽을 봐주었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새벽에 집을 떠나 공항 근처 주차장에서 둘째부부와 만나 1주일간 차를 세워놓고, 그 회사에서 제공해준 셔틀버스로 공항으로 향했다. 쿠바행 비행기가 꽉 찬 것은 놀라운 일이다. 텅 빈 것보다는 마음이 놓인다. 나의 걱정이 기우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분위기다. 누구도 쿠바 상황을 걱정하는 것 같지 않다. 아니면 걱정한다고 달라질 일이 없다고 보는 건가.


그건 그렇고 해외 여행을 위해 비행기를 타는 건, 참으로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비행기표 혹은 리조트 패캐지를 구매하는 것부터, 탑승할 때까지 전자 체크인, 전자여행 허가서, 전자 탑승권, 가방 체크인 등 일일이 기계를 거쳐야 했다. 아직도 사람이 접수를 받고 탑승권도 프린트해주지만 몇년안에 그런 일들조차 서비스받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 건강과 돈, 그리고 시간 여유가 여행의 조건이었다면 이제는 전자기기를 잘 다뤄야 하는 것이 필수가 되어 간다. 이번에는 탑승권도 전자지갑에 넣고 보안검색대부터 몇번의 게이트 통과에 사용했다.


밤새 잠을 못자고, 새벽 비행기를 타고 나서, 내 옆좌석 창가쪽으로 커플이 자리를 앉자마자 잠을 청했다. 고개가 떨어지는 느낌을 여러번 가질 정도로 잠을 푹 잤다고 느꼈는데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는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잠을 잔 사이에 목적지에 와서 착륙중이구나, 확신했다. 정말 순식간에 도착했구나 느낀 순간 시간을 보니 그제야 이륙하는 중이었다.


막 이륙한 비행기안에서 이북을 읽기 시작한다. 다운로드한 이북 “원청”이 생각만큼 재미있지 않다. 그나마 다시 열리지도 않는다. 4시간 동안 커피 한잔과 프레첼 작은 과자 한봉지 받았는데, 과자는 너무 짜다. 두통이 와서 뒷목 아래를 손으로 주물럭거린다. 돈도 무엇도 다 포기하고 쿠바여행을 접으려고 했다. 막내가 심각한 병에 걸린 것이라 생각해 리셉션과 핏대를 올리며 큰소리를 냈던 건, 그간의 나의 스타일은 아니고 엄마의 본능이었던 것같기도 하다. 철없어 보이는 막내는 추운 캐나다보다는 쿠바에 가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막내의 초지일관 때문에 여행오게 됐다. 어쩌면 그애 말대로 노파심이 많은 건 우리들인지 모른다.


벌써 5번째 쿠바행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멕시코등 다른 캐리비안 나라에 가려면 거의 2배를 주어야 하니, 만만한 쿠바행이 늘어간다. 캐나다와 쿠바의 끈끈함은 가성비에 주목하기 때문이 아닌가싶다.


멋진 남자가 좁은 비행기 통로를 지나며 알은체를 한다. 저앞에 혼자 앉은 같은 집에 사는 남자다. 그가 오고가며 잠시 말을 걸어주니 반갑다. “내 좌석 주위는 너무 시끄러워서 견디기 힘들어”. 그는 내가 곁에 있어야 편안한 사람이다. 체크인을 따로따로 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걱정을 내려놓기가 가장 큰 여행 목적이다. 그것만 달성하고 가자. 걱정만 하다가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이번 여행은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말해줬다. 우리에게는 작년에 받은 600불짜리 보상이용권이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는 애들에게는 무장해제다. 나는 아닌데.


쾅! 소리를 내며 비행기가 착륙하며 활주로를 달린다. 마침내 안전벨트를 풀어도 된다는 안내가 나오고, 나는 복도쪽이어서 먼저 일어선다. 내 짐을 내리고, 한참을 서있었다. 갑자기 통로 옆쪽의 여인이 내게 "밀지 마"라고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통로가 너무 좁아서 내가 밀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뒷걸음질쳐 발을 좌석쪽으로 들여밀었다. 그녀는 자신의 짐과, 주변 친구의 짐을 내리느라 시간을 끈다. 그녀가 짐을 내린후, 그 앞쪽으로 작은 공간이 있어서 나는 그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랬더니 그 여인이 다시 내게 "너 어디 가니? Where are you going?"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머리속에서 내가 어디 가냐고? 비행기가 안착했고, 그러면 어디로 가겠냐? "나 밖에 간다."나도 신경질적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so funny"라고 중얼거렸다.


내가 무엇을 크게 잘못한 건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모두 오랜 시간 비행에 지쳐있었다고 이해하기로 하자. 내가 가려는 방향이 조금 앞선 곳이었는데, 뒤쪽으로도 문이 있다고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니 모두 뒤돌아서서 내가 그 여인의 뒤를 따라가게 됐다. 그 여인은 나보다 먼저 나가고 싶어했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녀가 먼저 비행기를 빠져나가게 되는 셈이니, 그녀는 기분이 좀 나아졌을까? 나는 가정의 리셉션과 소리를 높인 다음이어서인지, 쿠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같은 여행객과 한바탕을 하고나니, 별걸 다한다 싶어(영어로 언성을 높이기까지) 웃음도 나오고, 불쾌하기도 했다.


비행기만 내리면 다 되는 것이 아니다. 입국수속을 하고, 기내 수하물도 검색하는데, 진행은 느리고 사람은 많고, 인내심이 매순간 필요했다. 그런 다음 리조트에 가는 버스에서도(가장 늦게 타서 남편과는 또 떨어져앉아야했다) 한동안 기다렸고, 2시간여를 달려서 Memories Trinidad Del Ma 호텔에 도착, 접수하는데 프린트물에서 사람 이름을 찾아서 하느라 한세월이다. 쿠바에서는 이런 기다림이 일상일 것이라 생각된다. 집에서부터의 시간을 계산한다면, 4일 밤 12시부터 호텔방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30분경, 총 14시간 30분 걸려서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호텔방은 쿠바라는 나라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면 안된다,는 마음을 다잡게 하는 조금은 실망스러운 첫인상이었다. 고생끝 실망에 빠져있을 시간이 없었다. 3시까지 점심시간이라고 해서 밥먹으러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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