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숨쉬는 곳

쿠바의 이구아나 섬

by mindy

그런 기사가 났었다. 쿠바의 이구아나들이 기후 이상으로 기절하거나, 죽었다는 소식말이다. 우리가 쿠바로 출발하는 그즈음 기사여서 쿠바의 날씨가 스산한가 보다 염려했다. 그리고 온도가 0도가 되었다는. 그런 날씨를 접한 적 없던 쿠바의 야생 동물들이 혹한을 만났다는 기사는 관심을 끌만했다.


우리가 도착한 날, 좀 흐릿했지만 그런 추위는 아니었다. 플로리다 근처 쿠바의 한곳이 그런 이상기후를 잠시 만났지만 바로 정상을 회복하는 중이었다. 플로리다의 이구아나들이 기절한 상태로 안락사를 당했다는 기사도 그후 읽게 됐다. 이구아나와 만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리조트에서 버스를 타고 나와서 2시간쯤 보트를 타고 무인도에 가는 리조트밖 여행권을 구매했다. 이 보트에서는 물이 보이는 그물위에 앉아있을 수 있었다. 망망 캐리브해를 달려 섬에 당도하기 전에 스노클링하는 시간을 주었다. 날씨는 따뜻하고 햇빛이 창창해서 이 배에 탄 젊은이들을 비롯해서 하나둘씩 사다리를 타고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한마리의 큰 물고기처럼 사람들은 더이상 바깥세상이 궁금하지 않은듯, 바로 물속으로 고개를 집어넣고 헤엄쳐간다. 모두가 들어가는 분위기이기에 나도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진행자들은 안경과 튜브가 달린 스노클링 장비와 구명조끼를 쌓아놓고 한사람씩 입힌다. 어떤 사람은 구명조끼를 입지않고 입수하기도 했다. 내 차례가 왔을 때, 내게 배당된 구명조끼는, 앞부분만 가리는 것이었다. 끈으로 허리를 조이는 것이었는데, 완벽 조끼라기 보다는 무언가 만들어지다 만 모습이다. 남편의 부추김을 받아 사다리를 타고 물속에 들어가자 마자, 입에 물이 들어오는 것 같아, 바로 그 사다리를 틀어 잡는다. 남편이 마스크를 다시 잘 씌워주고, 튜브를 잘 물라고 알려주어서 다시 시도했지만, 몸은 물 아래가 아니라 위로 뜨려고 하고, 숨을 어떻게 쉬어야 할지 또 모르겠어서 허우적 거리다가 포기했다. 쿠바를 아무리 5번을 가면 뭐하나, 올때마다 이런 굴욕을 당하니 말이다.


제대로 된 구명조끼와 얼굴 전체를 가리는 풀마스크 스노클링 장비가 없어서 그렇다고 애들에게는 변명을 한다. 아이들은 매끄러운 인어들처럼 물고기를 따라서 이리저리 헤엄치며 물속을 들여다본다. 크고 작은 물고기를 보았노라고 말한다.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아이들이 본 물고기가 어떤지 알수가 없지만, 막내는 인터넷을 뒤져 자신이 본 물고기를 보여줬는데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이 물고기가 복어(puffer fish)라는데, 독이 있는 무서운 물고기치고는 너무 귀엽게 생겼다. 위험을 감지했을때 몸을 부풀려 가시를 드러내고 공격을 방지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보트 요원이 휘파람을 불어 돌아오라고 말할때까지 물속을 돌아다니면서 바닷속을 탐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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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가 스노클링하면서 보았던 복어(왼쪽, 인터넷 사진)와 이구아나섬에서 내가 발견했던 해파리.

조금후에 바닷가 작은 섬에 도착했다. 아무런 사전정보를 받지 못하고 갔기에 그 섬을 그려볼 수가 없었다. 쿠바스러운 작은 섬이었고 이구아나가 주인인 이구아나섬(Cayo Iguanna)에 방문객으로 간것이다. 사람들이 다가가니, 고개를 들고 사람들을 향해 다가온다. 여러 종류의 이구아나들이 있는데 우리가 본 것은 쿠바 바위 이구아나였다.


무섭게 생겼지만, 초식 동물이고 크게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해치지 않는한 먼저 공격하지 않는 동물이란다. 쿠바 바위 이구아나가 한 두마리 있는가 보다 했는데, 슬금슬금 다가드는 이구아나들이 보인다. 무언가 볼거리, 먹을거리가 있나 그런 기대를 품고서.


한 관광객이 먹이를 주자, 모두 그쪽으로 모여서 받아먹는다. 꽤 날쌘 녀석은 손에 든 빵조각을 뺏아먹으려 점핑을 하기도 했다.


섬의 이름도 이구아나 섬이었고, 관광회사에서 설립한 개방된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데, 우리 식탁 밑에도 두마리의 이구아나들이 있었다. 발로 밟지말라고 아이들에게 주의시킨다. 식탁에서 떨어지는 음식 부스러기를 받아먹는다.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기다리는 이구아나들이 어찌 보면 귀여웠다. 실물을 접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설득이 되지 않는 말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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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기다리는 이구아나들

이구아나와 놀다가 섬을 조금 돌았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섬은 옥빛 바닷색이 물감을 뿌려놓은듯 층층이 밀도를 달리해 수평선까지 퍼져 있다. 그 물을 붓에 묻혀 그림을 그리면, 그 색이 묻어날 것 같다. 그야말로 꿈속에서나 볼듯한 아담한 섬이었다. 살아있는 소라가 해변가를 어슬렁거리고, 불가사리가 보인다. 물속을 잘 보면, 긴 물고기, 작은 물고기들이 물가까지 나와있다. 해파리도 하늘거리며 수초에 있는데, 그 몸이 너무 투명해서 알아보기 쉽지 않다.


나는 배낭을 등에 메고, 사진기를 들고 물속을 걸으며 해수를 만끽하는데, 수위가 낮아보이는 데도 불구하고 모래가 자꾸 밑으로 꺼져,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물속에서 넘어졌다. 배낭 속에는 지갑등 다른 중요한 것들이 있었다. 다만 사진기는 내가 위로 올려들어서 물에 젖는걸 방지할 수 있었다.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다, 하마터면 온 몸이 물속에 들어갈뻔했다. 물은 언제나 위험하다. 나중에 보니, 발가락과 무릎에 심한 멍이 들었다. 남편이 배낭을 내려놓고 가라고 했을 때 말을 들었다면, 조금 더 중심을 잡을 수 있었을텐데.


이구아나섬은 땡볕이어서 700m 해변길을 걷는 것도 쉽지 않았다. 더위에 취약한 막내는 거친숨을 쉰다. 그곳에서 다시한번 물속으로 아이들이 들어갔다. 저절로 물속에 들어가게 되는, 해변의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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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아나섬에 갔던 날은 쿠바 도착후 며칠 후인 월요일이었다. 리조트외 액티비티가 몇개 있다고 했으나 우리를 담당했던 선윙의 쿠바 직원은 고객을 모집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녀는 관심있는 사람은 오후 2시경 로비로 오라고 해서 그곳에서 기다렸으나, 늦게 나타났고, 먼저 온 다른 팀과 상담하느라 온 시간을 써버려서 기다리다가 포기해야 했고, 월요일 액티비티도 식당에서 그녀를 만나, 그녀를 따라가서 간신히 예약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어떡하든지, 사람들을 끌어모으려고 했던 것에 비하면, 좀 갸우뚱해지는 일이었다. 함께 온 팀중에서는 우리 가족 5명과 혼자 온 여인 한명이 전부였다. 주변에 있는 다른 리조트에서 합류하여 보트 인원이 모두 34명이라고 했다. 지금도 선윙 담당자 로지의 얼굴이 어른거린다. 그녀는 무언가에 정신이 팔린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시시각각으로 조여오는 압박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쿠바의 물자부족과 특별히 오일 위기로 관광객들이 급감하게 되는 분야이니, 존립 기반이 위태했을 것이다. 그녀는 처음 우리를 태우고, 가는 길에 여러 이야기를 하는중에 현재의 상황이 심각하지만, 쿠바인들은 어떻게든 견뎌낼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말이다.


리조트밖을 나간 경험은 이구아나섬 이전에 우리가 묵는 곳에서 가장 큰 도시인 트리니다드 시티(Tridodad)에 버스를 타고 나갔었다. 아이들은 해변에서 책읽고 수영하면서 있겠다 해서 남편과 둘만 나갔는데, 정말 침울했다. 창문이 없고, 나무 블라인드가 설치된 깜깜한 건물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그곳은 그래도 시내처럼 보였는데, 상점들이 있긴 있으나 사람을 끌만한 어떤 요소도 없었다. 물건을 파는 곳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깜깜한 건물안에 물건들이 몇개씩 늘어있기도 했다. 누군가를 경계하듯, 입구가 좁아서 무엇이 있는가 눈치로 알아채기도 어렵다. 어쩌면 도둑을 염려해서 그런가 싶기도 했고, 햇살을 막느라 그런가 싶기도 했다. 아주 대단한 레스토랑이 있었으나 일하는 사람은 안보이고, 테이블 세팅만 되어있어서 또 함부로 발을 들여놓기가 어색해졌다. 어디 한곳 편안히 들어가서 커피라도 마실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하바나등 대도시와는 또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관광객들도 거의 오지 않는 지역인가 싶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곳에 있는 것 자체가 힘겹게 느껴졌다. 있을 곳이 아니라는 느낌,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 그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졌기에 빨리 발을 빼고 싶은 마음이라고 보면 될것이다.


어느곳이나 시가를 파는 사람들은 있어서 시가를 사겠느냐고 다가온다. 그런 다음 어떤 사람은 양배추 두개를 양손에 들고 팔러다닌다. 또 한사람은 케이크를 들고 다니며 사라고 외친다. 한국사람에게서 얻은 티셔츠인지, 한국어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한국사람이냐며 다가온 쿠바인은 처음엔 통하지 않는 말로 접근하다가 나중에는 돈을 달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남편에게 손에 들고있는 겉옷을 달라고 하기도 했다. 한사람에게 물건을 주거나 하면, 갑자기 사람들이 확 나타나서 서로 달라고 하는 경험도 예전에 했었던지라, 나는 남편에게 차로 돌아가자고 했다.


KakaoTalk_Photo_2026-02-19-13-46-17.jpeg 트리니다드 거리


건물앞에서 마사지 사인을 걸어놓고, 손짓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그 건물안에 들어가서 제대로 된 마사지를 받을 수 있으려나 싶었다. 쿠바의 개들은 밖으로 나와서 졸린듯 어슬렁거리기도 했는데, 조금 달랐던 것은 위협적인 모습이 전혀 없었다. 개는 건물옆에 자리를 잡더니, 잠에 빠져든다. 오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데, 찾아갔던 트리니다드 시티는 관광객을 맞을 준비가 안되어 있는, 정리안된 가난한 시골집을 방문한 느낌이었다. 하루해가 갈때까지 손님 한사람 옳게 받을 수 없는 환경으로 보였댈까. 버스를 타고 다시 리조트로 오는 마음이 내내 무겁다. 계속된 가난에 더한 가난을 예고하고 있다는 사실이, 구호물자가 간절히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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