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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y Oct 22. 2020

오만과 편견

인간을 결정짓는 성품들

고전을 읽게 되면,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을 만나게 된다. 그 당시에 귀중했던 가치관이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  우리가 생각한 만큼 세상은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닌지 모른다. 인간성도 마찬가지다. 고귀하고 숭배받을 만한 인간이 있는가하면, 편협하며 속물적이고 사기기질이 다분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고 있다. 


"오만과 편견"은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연애관, 가치관들이 펼쳐지는 생활소설이다. 18세기 후반에 쓰여져 19세기 초반에 개작을 한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이다. 서로의 입장에 따라 사건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차이가 여러가지 사건을 일으킨다. 담백하고, 꾸밈이 없고, 비판적이며, 당돌한 여주인공 엘리자베쓰에게 매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베넷 집안에는 과년한 딸 5명이 있다. 16살부터 23살까지.  베넷씨가 죽으면 재산은 다섯딸과 미망인에게 가지 않고, 다른 친척에게 넘어가게 되어있다. 여자들이 유산을 상속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미세스 베넷의 가장 큰 골칫거리이다. 남편이 죽으면, 당장 살아갈 길이 막막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가 딸들의 결혼에 목숨을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정유산상속자인 사촌 콜린스씨가 베넷가를 방문한다. 사촌과의 결혼도 인정되었던 것이 현대와 많이 다른 점일 것 같다. 베넷씨 집안의 상속자가 되는  콜린스 목사는 "최대한 자비"를 베풀어서 베넷 집안의 여자와 결혼함으로서 그들의 재산을 가로챈 미안함등을 상쇄하려 하였다. 


콜린스씨는 이 소설에서 "허세"와 "허명"에 들뜬 우스꽝스런 남자로 그려지는데, 그에게서 청혼을 받는 이집의 둘째딸 엘리자베쓰는 그 청혼을 거절함으로써, 조건보다 사랑을 중시한다는 걸 보여준다. 리지로 부터 거절을 받은 콜린스씨는 자신에게 다정하게 해준 리지의 친구 샬럿양에게 다시 청혼한다. 샬럿은 그의 인간성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가 가진 목회자라는 배경 등에 이끌려 청혼을 허락한다. 리지의 친구인만큼 지성적이지만, 외모와 집안에 자신이 없었던 샬럿이 선택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었다.


우선 미스터 베넷과 미세스 베넷을 잠시 살펴보자. 미스터 베넷은 서재에 있기를 좋아하며, 재치가 있고, 냉소적이면서도 지성적이기 해, 그녀의 둘째딸 엘리자베쓰(리지)와 가장 친하다. 그러나 위로 큰딸을 빼고 아래로 세딸에게는 "무식하고 어리석다"고 놀린다. 물론 그의 부인 미세스 베넷과도 기묘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미세스 베넷은 수다스럽고, 탐욕스러우며 어리석은 인물로 나오는데, 그녀가 가장 싫어하고 하찮게 여기는 것이 그녀의 둘째딸 리지이기도 하다.


이렇게 집안조차 이념이 갈라지듯 편이 나뉜다. 미스터 베넷쪽은 지성과 재치를 무장으로한, 보다 고고한 가치지향적이라면 미세스 베넷쪽은 속물적이고, 탐욕적이며, 한치앞만 보는 우매한 사람으로 나온다. 그러나 서로를 지켜줘야 하는 가족들인지라, 우매한 자들은 문제를 일으키고, 그 반대편 사람들은 그 문제를 풀어야 하는 그런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우선 제인과 빙리의 애정이 나온다. 다아시의 친구인 빙리는 여름 동안 머물렀던 네더필드 별장에서 베넷집안의 큰딸 제인을 마음에 두게 된다. 그 둘의 사귐을 위해 그녀의 엄마는 추운날, 그녀를 혼자 말을 타고 그집을 방문하게 한다. 그녀의 숨은 목적처럼 제인은 여행으로 인해서 감기를 얻게 된다. 그 집안에 머물면서 남자의 마음에 들라는 약간은 천진한 미세스 베넷의 음모가 담겨있다. 


뛰어난 외모에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상냥한 제인이었기에 빙리씨와 순조롭게 맺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잠시 런던에 갔다온다고 하고는 다시 그 지방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제인과 친한 리지는 언니의 사랑이 누군가의 음모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단정한다. 빙리씨와 비교해서 제인의 집안은 형편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엄마의 무교양은 제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소설에는 군인들이 많이 나온다. 영국이 세계를 제패하기 시작할때, 군인문화가 판을 쳤었던가 보다. 집안이 썩 부유하지 않은 양갓집 규수들은 군인들과 짝이 되기도 했다. 베넷 집안의 넷째와 다섯째 딸은 그런 군인들을 쫓아다니며 교제를 한다. 겨우 16살 막내딸 리디아는 무절제하고 자유분방해서 집안의 골칫거리가 된다. 그 군인중에 낯선이가 나타나는데 그는 외모도 잘생기고 친절하다. 이 집안의 자녀들과 관련을 맺게 되는데, 그(위컴씨)로부터 다아시씨에 대한 험담을 듣게 된다. 


엘리자베쓰는 다아시씨와의 몇번의 만남을 통해서 그를 "오만"한 인간으로 단정짓는다. 위컴씨는 다아시씨 가문의 집사였던 아버지때부터 그 집안과 각별한 관계지만 선친들이 돌아가면서부터 다아시씨가 자신을 홀대해, 목사직까지 빼앗았다면서 그를 나쁜 인간이라고 못박는다. 친절하고 잘생긴 위컴씨의 그런 정보는 리지의 확신을 더욱 단단한 것으로 만든다.


리지는 친구 샬럿의 집을 방문한다. 바로 그 옆집이 다아시의 이모되는 집안으로 대부호 귀족의 영지가 있었다. 그녀는 그집에 초대받아 몇번 갔고, 어느날 그곳을 방문온 다아시와 그의 사촌을 만나게 된다. 콜린스 목사가 숭배해 마지 않는 캐서린 드 버그 영부인의 집을 방문해서도 리지는 일반 사람처럼 주늑들지 않는다. 리지는 콜린스 목사의 집에 머무는 동안 그들과 교제를 가진다. 다아시는 그녀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다가, 마침내 그녀에게 고백을 한다. 그의 고백은 두 집안의 차이 때문에 생각을 많이 한 것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로부터 거절받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리지는 위컴씨에게 부당한 대우를 한일, 언니와 빙리씨를 떼어놓기 위해 그가 한일, 등으로 그에 대한 반감 때문에 청혼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였다. 나중에 다아시는 장문의 편지를 그녀에게 보낸다. 우선 그녀가 오해한 것들에 대한 해명으로, 친구(빙리)가 좋은 선택을 하도록 하기 위해 제인과의 관계를 접도록 권유했다는 것은 인정했다. 이유가 있다면, 제인의 엄마가 마치 결혼이 성사된 양 떠드는 것을 보고, 친구를 자제시켜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으며 제인의 태도가 자신의 친구를 사랑하는 것같지 않아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또 한편 위컴씨에 관한 것은 자초지종을 말하며, 위컴씨의 비열하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그동안 여러 가지 어려웠던 점과, 자신의 여동생을 미혹케하여 돈을 요구하려 했던 것까지 막아냈던 것을 다 말했다.


리지는 편지를 여러번 읽으며 자신이 그를 오해했던 것들을 하나씩 수정할 수 있었다. 위컴이 잘생기고, 친절한 외모로 접근해서 그를 믿었다는 것과, 다아시씨의 꾸밈없고, 논리적이며, 솔직한 점이 그를 "오만"하게 보게 됐다는 점도 알게 됐다. 다아시씨도 언제나 자신에게 복종하고, 자신을 우러르는 사람들 사이에만 있다가, 정면에서 자신을 거부하는 여성을 만나, 스스로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려 노력하는 계기가 됐다. 


리지는 외숙모와 외삼촌과 여행을 하게 되는데, 외숙모의 고향이 다아시의 영지가 있는 곳이었다. 그 당시엔 부호들의 집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했는지, 외숙모의 제안으로 그 집안을 둘러보게 된다. 다아시와의 관계가 애매할 때라 리지는 그가 집에 없는지 하인을 통해 알아보고, 그의 부재가 확실하자 그의 집을 방문한다. 리지의 친척중 가장 올바르며 사려가 깊은 이들로 나오지만, 장사를 하고 있음으로 비천한 신분으로 소설에선 소개한다. 변호사를 하는 또다른 이모네의 신분도 별볼일 없는 것으로 나오는 것을 보니, 근대에 들어서기 전, 귀족들을 중심으로 사회가 편재되던 것을 기억하게 한다. 토지를 갖고 있는 지주들은 귀족계급을 형성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이들은  중인계급이었던 것 같다. 집안의 재산을 관리해주는 집사의 현대 직업은 재정설계사로 전문직이며, 변호사도 사회적으로 안정된 고급직종이 아닌가? 베넷가는 귀족중에서도 토지소유가 작고 힘이 없는 하급 귀족쯤 되는 것 같다.


그녀는 다아시의 영지를 바라보면서, 다아시의 부인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점차로 깨닫게 된다. 그가 왜 그렇게 집안의 신분차이와 엄마와 동생들의 무교양을 신경썼는지. 그 집안의 하녀들과, 주변 사람들의 다아시에 대한 존경은 이유있는 것임을 느낀다. 다아시가 그리 오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까지. 그녀가 사랑을 조금씩 회복할 즈음, 갑자기 집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이전한 부대를 따라서 구경을 나섰던 막내여동생이 한 군인과 사라졌다는 전갈이다.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는. 그때 집에 방문해있던 다아시도 그 사건을 알게 된다. 막내동생이 함께 도망친 군인은 그 동안 문제를 일으켰던 위컴 군인리라고 해서 둘을 경악시킨다.


겨우 16살에 결혼도 하기전에 남자를 따라나섰으니, 거의 집안이 망할 지경이 된 것이다. 이 일을 통하여 위컴씨의 정체를 확실히 알게 되고, 그 문제를 다아시씨가 발벗고 나서서 풀어준다. 위컴이 진 도박빚을 갚고, 먼곳에 군인으로 발령을 받게 해주고, 사랑에 빠진 철없는 리디아와 정식 결혼을 주선한 것이다. 물론 위컴에게도 약간의 돈을 주고. 이 모든 것을 비밀리에 진행했다. 다아시의 사랑이 그런 일들을 하게 만든 것이다.


베넷 가족이 있는 롱본에 다시 두 남자가 나타났다. 제인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고 느껴서 제인을 떠났던 빙리는 다시 제인을 만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그 옆에서 다아시씨와 리지도 새로운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그동안의 오해와 불신을 풀어버리고, 그 둘은 결혼에 골인한다.


리지가 그를 "오만"하다고 생각한 건 사실 잘못 본 것은 아니었다.


그는 리지와 사귀게 되면서 이렇게 고백한다.

"어린 시절에 옳은 것이 무엇이라는 가르침은 받았지만, 제 성격을 고치라는 가르침은 못 받았어요. 훌륭한 친척들을 가지게 되었지만 오만과 자만심을 가지고 그것들을 실행했지요...(중략)... 제 자신의 가문 혈족 외에는 아랑곳하지 않도록, 세상 사람들은 죄다 천하게 생각하도록, 적어도 그들의 생각과 가치가 제 것에 비해서 비천하다고 생각하길 원하도록 말입니다.."(505쪽)


사람을 만나는 것은 편견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사람을 내식으로 생각하면서 관계를 맺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그 사항을 수정한다. 그래서 첫인상이 그렇게 중요하게 취급되는 것이다. 첫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외모도 있지만, 상대방의 배경도 한몫을 한다. 자신의 배경에 채색을 좀더 하기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이다.


인간관계가 얼마나 어렵든지, 아예 사람들을 가까이 하지 않으려는 이들도 있다. 편견을 극복하고, 내 자신을 알리려는 노력이 구차하게 생각되거나, 그런 일에 별다른 중요성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오만"하게 비쳐질 공산이 크다. 또 "오만"할 수도 있다. 귀찮은 만남을 위해 시간을 소비하느니, 나의 배경과 나를 아는 이들과만 친하게 지내면 된다는 생각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참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오만은 편견을 낳고, 편견은 서로 만날 수 없는 먼 강으로 서로를 안내하게 된다. 그걸 남녀 주인공이 잘 보여주고 있다.


냉소적인 사람으로 나오는 미스터 베넷씨는 자식들에게까지, "무식하고 어리석다"고 무시한다. 그리고 그들을 간섭하지 않았었다. 그 결과는 막내딸이 창녀가 될지도 모르는 지경에 빠지게 되기도 했다. "나만 잘나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호되게 그 사건을 치른후, 다른 딸들에게 보다 엄하게 대함으로써, 자신의 냉소적인 성격을 조금씩 고쳐가게 된다.


이 소설에서 모든 사람들을 좋게 생각하고, 자신도 좋은 인상을 주는 사람으로 제인과 빙리가 나온다. 제인은 외모도 그렇지만, 천성적으로 착하다. 모두에게 친절하다. 이 때문에 그녀만의 사랑의 순간들을 의심받는다. 그녀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선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이 옆에서 도와줘야 한다. 빙리도 친구를 너무 믿은 나머지, 친구의 충고를 받아들이게 된다. 제인의 사랑을 확신할 수 없었기에 더욱. 두 남녀는 사랑하면서도 우유부단함 때문에 갈라설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맹점이기도 할 것이다.


엘리자베쓰같은 여인이 200년전에 있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현대의 여성들이 꿈꿀수 있는 그런 이상적인 성격이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어떤 조건이나, 남들의 평판에 신경쓰기 보다는 자신의 판단에 의지하고, 그를 깊게 생각하는, "건방진" 인간형이다. 그녀는 언니문제뿐 아니라, 동생의 문제까지도 해결하는 실질적인 가장의 역할까지 한다. 


말하자면, 드라마에서 흔히 다루는 그런 소재이다. 재벌 총각과 평민의 딸의 러브 스토리. 현대로 말하면 그렇겠지. 그 평민의 딸이 얼마큼 똑똑하냐에 독자들의 호응도가 결정된다. 재벌이 가진 재산이 그녀의 잠재능력보다 하찮게 보여질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평민의 딸은 재벌과 결혼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훌륭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까지 주어야 한다. 그런 상태에서는 재벌청년이 이 여성앞에 쩔쩔매게 되고, 그것이 당연하게 생각된다. 이런 것이 이 소설(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또한 재벌중에서도 "속물적인 인간"들이 많다는 것도 제인 오스틴은 말하고 있다. 이 두 성품을 대비해 흥미롭게 엮었다. 제인 오스틴은 그 옛날부터 이런 인생의 구조를 내다보았다는 것이다. 모범 여성상을 확립했다고 할려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때나 이때나 돈과 권력에 몸을 추스리지 못하는 것은 볼상사납다. 콜린스 목사가 자신에게 후원을 베푸는 귀족부인과의 관계에 필요이상의 숭배와 굽신거림을 하는 거라든지, 좋은 집안의 남자들과의 교제에 목을 매는 미세스 베넷의 속보이는 행동등은 다른 사람들의 배경에 쉽게 자신을 허물어뜨리는 우리들의 모습을 닮았다.


내게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초대받아 갔던 어떤 자리였는데, 그들의 배경이 나를 주늑들게 하였다. 그래도, 일찍 마감하고 끝냈어야 했는데, 미적거리고 그들 사이에 붙어있으려 하였다. 1절만 했어야 했는데, 그들 사이에서 4절까지 따라하려 하였다. 그건 시간이 꽤 오래 지난 일인데도 얼굴이 달아오른다. "오만"한 자 앞에서는 "비굴"해지고 약한자 앞에서는 "거드름"을 피우게 되는 내 안에 있는 여러 성격들을 이참에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P.S.옛날에 읽고 다시한번 읽기 시작한 오만과 편견의 책읽기가 진전이 없었다. 어느날, 책을 들고 읽을 자리를 찾아다녔다. 다아닝 룸 창가에 의자를 바짝 붙여봤다. 그리고 다리를 올릴 의자 하나를 맞은편에 놓았다. 히터를 줄이고 작은 모포를 무릎에 덮었다. 그리고 앉아서 책을 손에 들었는데.... 이건 새로운 세상이다. 연두색 커텐 뒤로 처마밑에 매달아놓은 연두빛 작은 종이 시야에 들어온다. 하얀 눈이 조금씩 녹아가고 있는 뒷마당과, 바람에 흔들리는 종, 그리고 히터가 아니라, 햇빛으로 데워지는 실내의 소소한 따뜻함.. 이런 것들 때문에 잠시 눈물을 흘린다.


그날 4시간쯤 앉아있었다. 어렵지 않고, 줄거리가 있는 소설읽기에 적당한 환경이었다. 어쩌면 제인 오스틴은 자주 그런 시간들을 가졌을 것 같다. 다른 것들로부터 떨어져서, 머리속에 들어있는 여자들과 남자들의 성격을 만들었겠지. "당돌"함을 키우기 위해서는 "혼자의 시간"을 잘 요리해야 할 것이다. 그날 그 시간 만큼은 아주 특별한 "읽기"의 경험을 했다. 다음에는 잘 읽어지지 않던 어떤 책을 도전해볼 생각이다. "아지트"가 생겼다.


말하고보니, 제인 오스틴과 나를 감히 비교하였다. 유명인과 친하다는 것이나, 유명인처럼 생활한다고 은근슬쩍 나를 밀어넣는 것도, 이 책에서보면 속물근성의 하나로 나와있다. 인간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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