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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y Sep 26. 2020

코로나 시대 노는법

파머스 마켓, 파티오 식당 그리고 산림욕

코로나라는 특별한 시기에도 사람사는 일들은 간단없이 이어진다. 조금 다른 느낌으로 같은 일들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저 흘려보내도 되는 일들이지만, 추억이란 이름으로 조금 깊이 남길 수 있을까, 몇가지를 적어보자.



6월쯤 코로나로 식당에도 갈수 없는 날들이 이어지던 때였다. 한국에서 출장오셨던 분 내외가 이 외떨어진 시골에서 1년간 우리들과 시간을 보내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3월부터는 교회 친교도 쉬었기 때문에 조금 더 깊이있는 만남이 될수 도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었다.


그분들을 그냥 그렇게 보내는 것이 영 마음이 아팠다. 코로나 핑계로 사람들을 집에 초청하는 일들을 하지 못한지 오래되었고, 그런 상황에서 어떤 이별식을 해야할지 도무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카드를 전해주고 십시일반 약간의 현금을 줄까 하는 안까지 나왔었는데, 그때쯤 식당안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파티오는 오픈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딱 6사람만(더이상 모이는 것은 안될것 같아서) 모아서, 파티오가 있는 오웬사운드(Owen Sound)의 "보스턴 핏자" 레스토랑을 예약해 함께 식사를 했었다. 반쯤 기운 햇빛이 파라솔 옆으로 뚫고 들어와 한쪽편에 앉은 사람들이 불편하긴 했어도, 너무 오랜만에 가까운 사람들과 식탁에 마주앉으니 감회가 새롭다.  야외 탁자밑으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이 다리를 간지르던 그날, 처음 당하는 일에 식당측도 손님측도 지그재그로 걸으며 서로 부딪치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던 일, 그런 것들이 기억난다. 가는 사람은 이곳을 아쉬워하고, 보내는 사람은 한국을 그리워하고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그분들은 일의 속성상 캐나다 출장을 많이 하신편이다. 또한 영주권도 갖고 있기에, 두 나라중 어디에서 살른지 결정할 선택권이 있으시다.  두분중 언니는 딸이 있는 한국이 당연히 좋고, 아저씨는 직장을 알아봐 주겠다는 사람까지 있어서 계속 머물러야 하나 고민하셨던 것 같다. 캐나다 영주권자, 시권권자가 섞여있던 그 모임은 두 나라에 대한 선호도가 모두 조금씩 달랐다. 나는 예전엔 캐나다에서 뼈를 묻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모르겠다. 한국의 매력이 나를 끝까지 잡고 놓아주지 않으면 어찌할른지.. 석별의 정을 나누던 그날의 분위기가 떠올라 가신분들이 그립다. 




그후에 친구가 초대해서 갔던 식당도 생각난다. 죠지언 베이(Georgian Bay) 호수가에 있는 아름다운 동네 미포드(Meaford) 가기전 사이드로드를 따라가다 보면 만나는 Ted's Range Road Diner 라는 곳이었다. 친구말로는 음식은 유명한 곳인데, 시설은 천막을 간신히 면한 허접한 외관 때문에 소개하기가 꺼려졌다고 했다. 3명이 만났는데, 식당 자체는 크지 않지만, 식당앞 넓은 장소에 드문드문 펼쳐진 야외 테이블을 보자마자 속이 후련해지면서 이런게 사는 맛이지 싶었다. 오랜만에 나온 것이 분명한 가족들, 친구들이 활짝 웃는 모습이 싱그롭다. 그때 역시 조심하는 사람은 외식을 최대한 자제하던 때였었고, 파티오 식사가 가능한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수풀만 우거진 그런 곳에 식당이 하나 덩그라니 있어 장사가 될까 싶은 곳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숲으로 둘러쌓인 드넓은 공간이 밖으로 있어서 파티오 식당으론 손색이 없었다. 큰 나무 아래 모여앉은 다른 테이블 사람들이 스케치북에 그려진 그림처럼 비현실적으로 보였던 것은 무슨 까닭일까?  함께 갔던 언니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스테이크를 그날 먹었다고 좋아했다. 식사를 끝내고, 차를 타고 약간 올라가니, 죠지언베이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전망대가 있었다. 그곳에서 친구가 준비해온 과일 디저트를 함께 먹었다.





그후에 배리(Barrie)라는 소도시내 써니데일( Sunnidale) 공원에서 열린 "산림욕(Forest Bathing)"을 남편과 참여한 적도 있다. 가이드가 있었고 우리 포함 4명이 함께했다. 1km 되는 숲속을 3시간에 걸쳐서 걷고, 맛보고, 느끼는 그런 체험이었다. 그동안 전화기는 꺼놓아야 했다. 나무 등걸에 기대 앉아서 간단한 자기소개를 했다. 본인을 잘 듣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던 흑인 여성 한명(보청기를 착용하고 있었다), 가이드 공부를 하고 있어서 실습차 왔다는 20대 후반쯤 되어보이는 단단한 여성, 그리고 나와 남편이었다. 가이더 베쓰는 고등학교 교사를 은퇴하고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인터넷 시대인지라, 사람들을 모으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가보았다. 

이 프로그램은 사실 딸과 여행을 갔을때 예약했었는데, 마침 날씨가 안좋아 연기되었다가 딸이 가기를 원하지 않아(숲속에서 왜 목욕을 하냐며~~), 남편과 갔다왔다. 나무 등걸에 누워보기도 하고, 낮은 개울에 발을 담그고 걸어보기도 하고, 돌을 들어내어 가재가 있나 확인하기도 하고, 나무 뿌리, 잎사귀 등등, 그런 것들에서 어떤 것을 느끼나, 생각되어지나,  발견하나, 뭐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느리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기도 하고, 자연과 소통하는 방법이기도 한데, 무언가를 줄것 같았던 그 모임은 내게는 그저 그런게 있다싶었다. 일본에서 처음 시작되었다는 걸 인터넷을 통해 알게되고 나니, 흥미가 더 없어졌는지도 모르겠다. 


"가이드"가 되는 코스가 인터넷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북미주를 포함 일본 한국등에서 행해지고 있다 하였다. 혹 관심있는 사람은 "Nature and Forest Therpy Guide"를 검색해보면 정보를 알수 있다. 우리를 리드했던 자연친화적으로 보였던 그녀의 이름은 Beth Forest여서,  이름부터 마치 그일을 위해 타고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사람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경청했는데, 사실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는 그리 중요한 것처럼 생각되지 않았다. 누가 무슨 말을 하냐보다는, 각자 자신에게 말하는 듯이, 그 말에 대한 맞고틀림이 없는 그런 대화를 유도했다. 또한 굳이 말을 보태지 않아도 된다며, 최대한 본인 스스로와 마주하게 해주려 했다. 나는 어쩌면 남편과 함께보다는 "홀로" 참여했다면, 조금 다른 마음자세가 되지 않았을까, 슬며시 생각해봤다. 모르는 사람안에서 나홀로 있는 것은 훨씬 쉽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차와 스낵을 나누면서 모임이 끝나는데, 베쓰는 본인이 만든 차를 가져와서 컵에 따라주었다. 참가자는 가벼운 차림인데, 베쓰는 등에 한짐 지고 다녀서 그게 무엇인가 했더니, 마지막 세레모니할 준비물이었다.




얼마전에는 세인트 제이콥스 파머스 마켓(St. Jacob's Farmers Market)을 갔다왔다. 워터루 지역에 사는 동생은 자주 이 마켓을 입에 올리곤 했다. 그녀가 어느날 캠핑을 가다가 우리집에 들러서 건네준, 옥수수와 복숭아는 많이 달콤했고, 맛이 들어있었다. 


동생은 언제나 "제철 과일"을 노래부르곤 하였다. 토론토 방문계획이 다시 세워짐을 동생이 알게 된날, 엄마에게 주고싶은 것도 있고, 언니들에게도 맛있는 복숭아를 맛보여주고 싶다면서, 나를 굳이 머리를 매만져준다는 구실로 저를 만나고 가라고 했다. 그애가 사주는 것만 배달해주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장터에서 만나기로 했다. 새벽4시에 일어난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그래야 그날의 스케줄을 무리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세인트 제이콥 파머스 마켓은 실내, 실외 두군데서 열린다. 춥기전까지는 실외장터가 열리는데, 장터의 문이 열리는 오전7시에 도착했는데, 동생은 이미 두어보따리를 사놓았노라 말한다. 목, 토요일에만 열리는 이곳은 농장에서 추수와 동시에 내다 파는 농부들의 직접장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나는 우선 넓은 공간에 천막이 쳐져있고, 바구니 바구니 진열된 그 모습에 한마디로 "뻑"이 가고 말았다. 신새벽부터 삶의 활기가 가득찬 그곳엔 메노나이트 농부들이 많이 보였다. 온가족이 출동하여, 진열하고 물건팔 준비를 끝내놓았다. 이렇게 천막 아래 가지런히 정렬하려면 고객보다 1시간은 먼저왔어야 할 것이다.


"저 강낭콩 엄마가 좋아하는데, 언니도 살려?"

"그래 그래, 맛있어 보인다. 사야겠어"

그랬는데, 내게 없는 게 있었다. 바로 현금.

그날따라 현금을 안들고 왔는데, 장터에서는 5불짜리, 10불짜리, 20불짜리 현금박치기였다. 비자카드, 데빗카드등 결재하는 기계를 갖고있는 노점이 없었다. 물건값도, 한 바구니에 5불, 세 바구니에 10불, 10파운드쯤 되어보이는 플라스틱백에 들은 것은 10불 혹은 15불, 그 배가 되는 바구니에 들은 것은 30불 이런 식이었다. 잔돈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는 그 현금박치기는 오랫만에 물건사는 생생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동생은 내가 사겠다는 것을 자신이 사준다고, 현금을 휙휙 던져주면서 물건들을 담아달라 했다. 



나도 장사를 하지만, 언제나 물건을 탁자위에 올려놓고, 일일이 기계에 스캔을 하면, 과세종목에는 13%의 세가 붙어 장사하는 입장에서 고객에게 바가지 씌우는 그런 마음이 들때도 많다. 어쨋거나 그런 다음에 카드로 탭하든지, 끼어넣고 핀넘버를 누르든지, 그런 과정을 거쳐야 물건을 사고팔게 된다. 그런 일련의 과정에 너무 익숙해졌는데, 물건을 보자마자 "저거 주세요" 하면 그순간 물건이 내손에 들어오고, 그 손에 돈을 쥐어주면 된다. 플라스틱통은 그 사람들이 물건담아놓는 것으로 쓰고있어서 한사람이 물건을 사가면, 다시 봉투를 끼우고 그안에 과일을 채워놓는다. 


사실 신기할 것도 없는 일이었는데, 내가 꿈꾸던 삶의 현장이었던 것처럼 흥이났다. 동생은 이건 어때, 저건 어때 하면서 장터를 훑으면서 다닌다.  다 먹을수도 없으면서 이런저런 것들을 담아왔다. 강낭콩 한푸대, 복숭아, 토마토, 딸기, 블루베리, 포도, 오이를 푸짐하게 샀다. 시간이 없어서 많이 머물지 못해서 더 그곳이 풍성해보였다. 담에 또 와야겠어, 눈도장을 확실히 찍어본다. 



동생이 사준 것을 토론토 두가족, 엄마와 큰언니네에 나눠주고 내것과 오웬사운드 언니것은 또 따로 챙겼다. 아 그리고 그날 만나서 브런치를 함께 먹은 토론토 친구에게도 포도와 토마토를 나눠줬다. 시중에서 산것이 아니기에 자랑스럽게 줄 수 있었다. 엄마는 막내가 보내준 농산물들을 기쁜듯 바라봤다. 오이가 꽤 많다. 엄마는 그걸로 오이소백이를 담가서 드신다고 하셨다. 오이소백이용 작은 오이, 나도 조금 얻어와서 오이무침을 했는데 아삭하니 아주 맛이 있다. 강낭콩은 까서 얼려놨다가 밥지을 때마다 넣으면 된다고 한다. 한 보따리여서 꽤 많아 보였는데, 집에 와서 까보니 그다지 많지 않다. 강낭콩은 싼편은 아닌것 같다. 복숭아는 엄청 많다. 이것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약간의 공이 들어가야 한다. 동생이 목이 쉬도록 알려준 이야기를 적어보면,


복숭아

-일단 깨끗이 씻는데, 초록색 쑤세미가 제격이다(일단 씻는 이유는 말랑말랑할 때 씻으면 껍질이 다 벗겨지기 때문에 미리 씻어야 한다)

-냉장고에 집어넣는다.

-먹을만큼 꺼내서 밖에 이삼일 놔둔다

-말랑말랑해지면 그때 먹는다.


옥수수

-껍질을 벗긴다

-물이 팔팔 끓을때 10분간 삶는다.

-그대로 꺼내서 식히면, 옥수수 알갱이가 쭈글어들지 않고 살이 통통하니 맛있다


동생은 우선은 포도와 옥수수를 먼저 먹고, 그다음에 복숭아를 먹으라고 신신당부했다. 포도 상하기전 먹고 그다음에 복숭아를 먹으라는 주문이다. 우리집 가장 어린 막내의 선심에 이집저집 웃음꽃이 피었다. 




오늘은 트럭뒤에 트레일러를 달고, 랜드필드(쓰레기 처리장)에 가서 교체한 변기, 낡아서 버릴까말까 했던 데크에서 쓰는 파티오 세트, 바베큐 그릴, 밭 꾸밀때 쓰던 철망, 지지대 등 쓰레기를 모아서 버리고 왔다. 쓰레기 처리비용 20달러가 들었다. 쓰레기처리장은 때때로 바뀐다. 한곳에 쓰레기가 차면, 다른곳으로 옮기는것 같다. 운영이 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텃밭은 더이상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다.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곳이어서 올해 농사가 그렇게 처참하게 끝났다고 말하기로 하자. 사실은 농사에 "ㄴ"자도 모르는 게으른 농부탓이지만.  마늘은 작년에 엄마가 잘 키워 종자하라고 준 튼실한 놈을 골라 심었는데, 심은 노고와 종자 마늘이 아까울 정도로 실패작이 나왔다. 귓속말로 하자면, 심은 한톨보다, 한통이 더 적은 것이 있다고 하면 믿을까? 이제 모든 농삿물은 파머스 마켓에 가서 사먹기로 하고, 미련없이 텃밭농사를 접기로 했다. 어쨋든 그런 다음 오는 길에 호박으로 유명한 동네 근처 하이베리 파머스 마켓(Hi Berry Farmers market)에 들러 사진도 찍고 농산물을 사왔다. 물건은 안에 있고, 보지않고 그냥 주문해야 한다.  



파, 얌(본인들은 Sweet Potato라고 하지만, 한국고구마완 다르다), 무우(가 있다고 해서 달라고 했는데, 샐러드용 빨간 작은 무우였다), 시금치를 사왔다. 이곳 물건중 단호박이 좋은데, 눈에 띄지않아 사오지 못했다. 파가 싱싱하고 퉁퉁하고 꽤 길다. 한국 드라마에서 주부가 쇼핑을 해올때, 언제나 파가 비닐봉투 위로 넘치게 키가 큰 것을 보고, 감탄하곤 했는데, 바로 그 사이즈의 파다. 시중에 파는 파는 그 크기의 3분의 1 수준이다. 아주 싹뚝 잘라서 기계로 묶은 것처럼 길이가 똑같은데, 이 마켓의 파는 한국 생각이 나서 기분이 좋다.

영국 신사모를 쓴 귀여운 꼬마와 함께한 한가족이 호박을 누비며 촬영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어렸을 때가 잠시 떠올랐다. 엣지있게, 온가족 갈색톤으로 무장한 아름다운 젊은 가족을 보니, 자연스레 내눈이 가서 꽂힌다. 



코로나가 야외로 사람들을 부른다.  같은 태양이 빛나고, 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그곳에 서있노라면, 언젠가는 코로나가 끝나리라는 희망이 싹튼다.  아직도 할만한 일이 있고, 볼만한 일이 있고, 웃을만한 일이 남아있구나 싶다. 우리 동네 변호사는 변호사 사무실앞에 의자를 내어놓고 앉아서 차에 타고 있는 사람에게 서류를 주면서 야외상담을 하기도 한다. 엊그제는 은행근무 40년된 "밥" 아줌마의 은퇴식이 있었는데, 그녀는 은행앞에 서있고, 사람들이 "밥, 은퇴 축하해요" 하는 프랭카드를 달고, 카퍼레이드를 해주었다. 실내 모임을 자제하지만 마음을 표현하는 한 방식으로 말이다.


이제 추워지면 이런 것도 다 힘들어지겠지만, 너무 앞서서 걱정하지 말자. 코로나때문에... 하면서 많은 핑계를 대면서 관계에 게으르다. 그러나 이 또한 좋은 징조일 수도 있다. 얕은 관계에서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어떻게 마음을 나누어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고민하는 시간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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