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장소를 만드는 핵심, 지역 활동가= Local Creator
‘로컬 크리에이터’: 지역의 로컬(local)과 창작자의 크리에이터(creator)의 합성어로, 각 지역에서 문화와 가치를 만들고 비즈니스화 하는 이를 지칭함.
성공적인 로컬 생태계의 대표적인 예로 ‘홍대 로컬 문화’가 있다. 홍대의 로컬 문화 생태계에는 건축, 조경 등의 외형적인 인프라 구축사업만으로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는 무엇인가가 존재한다. 이는 달리 말하면 외형이 아닌 지역 공간에 내재된 보이지 않는 요소와 구조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성공적인 로컬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는 이야기와 사람이 있다. 지역의 맥락적 서사와 함께 지역 상인들의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활동과 커뮤니티 형성이 바탕이 될 때 비로소 공간에 의미가 부여된다. 사람이 모이는 이유는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공한 지역이나 장소를 그대로 모방하는 듀플리케이션(duplication)은 죽어있는 공간의 양산과 다를 바 없으며, 지속성이 없다. 사람이 모이는 곳의 원리는 명품이 명품인 이유와 맥을 같이한다. 명품을 파는 업체가 절대로 지키는 한 가지, 역사적 맥락과 유산을 지켜내는 것이다.
홍대와 유사한 형태로 사람을 모이게 하는 로컬 문화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는 성수동을 보면 주거와 작은 상가들이 촘촘히 들어선 골목 공간에서 홍대와 유사한 패턴을 찾을 수 있다.
오랜 시일 다양한 이야기가 겹쳐있는 공간은 다소 복잡하지만 로컬 크리에이터의 활동과 어우러지면서 서사적인(narrative) 공간으로 나타나며 보행자들에게는 새로운 재미와 경험을 안겨준다.
매력적인 로컬 문화는 단순히 공간 인프라를 인위적으로 만든다고 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곳의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지역주민 커뮤니티와 함께 창의적인 지역 활동을 하는 로컬 크리에이터가 주축이 되어 이루어진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지역공동체 문화의 유무에 따라 지역의 정체성이 형성되며, 문화가 만들어진다. 매력적인 로컬 문화는 로컬을 구성하는 사람과 이를 보호하고 육성하는 거버넌스의 합의체를 이룰 때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할 것이다.
도심에서 찾는 로컬 문화에 대한 니즈는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 일대의 로컬 문화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브루클린은 19세기부터 유명 작가들의 거주지였다. 브루클린은 작가와 빈곤한 예술가들에게 낮은 임대료와 공간의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조건을 만족했다. 브루클린 하이츠에서는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이 ‘The Brooklyn Eagle’ 매거진을 출판하기 시작하면서 독립서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브루클린에 독립서점이나 수준 높은 도시 벽화(Graffiti) 문화가 발전한 이유도 독립적인 예술과 저술 활동을 위해 모여든 창작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독립서점은 지역 독자와 작가가 만나고 대화하는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볼 수 있다. 독자들은 독립서점에서 인터넷 쇼핑이 제공하지 못하는 문화와 가치를 체험할 수 있다. 작가와 다양한 독자와의 소통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사람을 모이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브루클린에 위치한 독립서점은 지역 문학 공동체의 발생과 연결에서 발전된 독특한 문화현상이다.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 폴 오스터(Paul Auster)는 브루클린 출신으로 현재의 독립서점에 드나드는 독자와 작가들의 자부심이 되는 선순환적인 문화를 낳은 인물로 볼 수 있다.
브루클린에서 유명한 또 하나의 요소는 ‘브루클린 양조장(Brooklyn Brewery)’이다.
뉴욕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창립자 중 한 명인 Steve Hindy는 1970년대 AP통신 중동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홈브루잉(Home Brewing)을 시작했다. 기자생활을 마친 뒤 Brewers Association 창립 멤버 활동과 함께 1984년 브루클린 브루어리를 만들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낙후된 지역에 ‘맥주공장’이라는 스토리가 부가되면서 지역공간에 활기가 생기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 두 사례에서 엿볼 수 있듯이 로컬에 특화된 요소 발굴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역을 드러낼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가이다.
모든 공간에는 이야기가 숨어있다. 다만 보려 하지 않기 때문에 버려지고 방치될 뿐이다.
스토리가 없으면, 맥락적 분석을 통해 새로운 스토리를 창조해 내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때 맥락을 읽는 디자이너는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디자이너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닌 지역의 역사와 맥락,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끊어진 맥락을 잇고 공간에 정체성을 부여해주는 역할을 한다.
지역 거버넌스 조직의 역할은 로컬에서 거래되는 유 무형적인 문화상품의 수요와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고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미연에 방지하며, 잠재된 로컬 크리에이터의 발굴과 육성을 지원해 주는 것이다. 지역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지역활동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며 이를 통해 지역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는 선순환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성공적인 지역활동가가 나올 수 있는 생태계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도심의 편의시설(Amenity)을 누리면서 로컬의 청년문화와 잠재된 독립문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잠재된 아이디어와 정체성을 끌어낼 수 있는 워크숍과 같은 장(場)이 필요하다. 또한 거버넌스 조직은 로컬 크리에이터가 안정적으로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임대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누구나 쉽게 연결될 수 있도록 대중교통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지역 스토리와 특색에 맞는 스토리와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지역 브랜딩’에 대한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다양한 배경의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서로 협업하고 활동하는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한다. 로컬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생각이 발전하고 특색 있는 로컬 문화가 생길 수 있다. 이것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만날 수 있는 구실이 필요하다.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워크숍과 같은 활동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역문화를 기반으로 개성, 창의성, 체험, 독립성, 다양성을 갖춘 자생적으로 만들어지는 산업생태계 마련을 위해서는 지역 속에 숨어있는 진주(로컬 크리에이터)를 어떻게 찾아내고 연결하는 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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