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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영 Dec 10. 2019

[디자인] 마음을 감싸는 이름 'KLEM'

아프리카 아이들의 마음을 감싸 안아 주기 위한 프로젝트

몇 년 전 어느 날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SBS 방송국입니다. 이진영 디자이너님 맞으신가요?"

네, 맞습니다. 어떤 일로 연락 주셨어요?

네, 저희는 SBS 희망 티브이 제작진인데요. 이번에 아프리카에 낙후된 지역에 도움을 주는 취지의 프로젝트 방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적정기술과 관련된 전문가들과 함께 가는 프로젝트 개념의 촬영입니다. 디자이너님 혹시 아프리카 가실 수 있으신가요?

네... 아프리카요... 네?! 제가요?


아프리카, 동물의 왕국을 통해서만 알고 있던 나라. 존재감이라곤 찾아보기 어렵던 나에게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다. 그때의 나의 상황은 국내의 한 기업에서 일하다 독립 디자이너로서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하고 나와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한참 진행하던 때였다. 사업 초기라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았고 말이 좋아 사업이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들어오느것 없이 나가는 것만 많은 프리랜서에 가까웠다. 누군가는 결혼과 안정된 삶을 위해 기업에 들어가려 할 때 나는 결혼을 하면서 회사를 나온 상황이었던 터라 원하는 삶과 생계와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밤잠을 설치며 열심히 일을 해야 하던 시기였다. 장기간 아프리카를 가는 일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미지의 세계에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고 내가 디자이너로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잠시 현실은 잊고 누군가의 슈퍼영웅이 된 양 내 마음은 이미 아프리카에 다가가 있었다. 전화 말미에 현실에 놓인 다양한 상황이 떠오르면서 우선 생각해보고 연락드린다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무엇에 홀린 듯 아프리카에 관련된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고 자료를 수집했다. 방송 출연 연락은 받았지만 사실 프로젝트 수락 전 내가 이 일에 정말 적합한 전문가 인지 검증하고 싶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던 중 눈에 띄는 책 한 권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_윤상욱’ 책의 내용을 보면서 내가 생각하던 초원 위의 기린이 뛰어노는 아프리카에 대한 환상이 싹 사라졌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아프리카를 바라볼 때 범하기 쉬운 오류와 인종적 편견, 서구의 경제 논리에 검게 멍든 아프리카에 대해 묘사한다. 왜 아프리카에 대다수의 나라는 아직도 가난에 허덕이며 살까? 그때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인간을 위한 디자인_빅터 파파넥(1928-1998)’ 책에서 빅터 파파넥이 강조했던 디자이너의 사회적, 도덕적 책임과 의무에 대한 내용이 떠올랐다. 어쩌면 이번 기회가 현실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 소비를 부추기는데 힘을 쏟는 상업적 디자인하고 있는 나에게도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2장에서 계속


아프리카 말라위, 스스로 만들어 신는 신발 ‘Klem shoes’를 신고 해맑게 웃는 아이들_촬영, 이용택 촬영감독(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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