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에게 ‘처음’을 선물하는 일
엄마는 이른 아침부터 주섬주섬 겉옷을 챙겼다. 매년 12월 마지막 날이면 누구보다 빠르게 잠에 들고 아침이면 떡국으로 새해를 맞이하던 엄마였다. 호텔 창가 너머로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며 엄마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여행지에서 해돋이를 보는 게 60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육’으로 읽히는 엄마의 나이가 낯설다. 자고 일어나니 엄마의 50대와 나의 20대, 그리고 우리의 2018년이 통째로 '과거'가 되어있다. 하루사이에 엄마는 60대가 되었고 나는 30대가 되었다. 올해, 우리의 시간은 또 얼마나 빠르게 지나갈까. 아마도 엄마의 시간이 나의 시간보다는 조금 더 빠르게 지나가지 않을까.
엄마 생애 첫 순간이자 ‘60년만에 처음’인 순간에 우리는 함께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처음’을 선물하는 일은 나에게도 매번 '처음'인 일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이런 순간들이 우리에게 언제고 찾아오진 않을 거란 걸 실감한다. 그래서, 서로의 인생속도가 달라도 같은 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지금에 참 감사하다. 그러니까 더 부지런히 함께 보고 나누고 웃고 떠들어야겠다. 가득 채워도 언젠가 부족함을 느낄테니까.
나는 앞으로도 엄마와 함께 무수한 처음들을 만들어 갈 것이다.
12월 1일 오빠의 결혼식이 끝나면 엄마와 여행을 가고 싶었다.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허할 엄마를 위해 겨울이 가기 전 작은 추억을 만들어 채워드리고 싶었다.
15년 전, 엄마와 무궁화호 새벽기차를 타고 해돋이를 보러 정동진에 갔다가 수십 년 만의 3월 폭설로 눈만 잔뜩 맞고 돌아온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이 강렬해서 지난 연말여행은 서해로 갔고, 서해라서 해돋이를 기대하진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날이 맑기를 기도하며 알람을 맞춰뒀다.
몇 시쯤 됐을까. “예쁘다!”는 감탄사가 계속 들렸다. 엄마는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발코니로 나가 하늘을 보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다. 일출을 기다리는 우리 엄마라니. 두 눈을 비비며 서둘러 겉옷을 챙겼다.
“엄마, 일출시간 다 됐어. 얼른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