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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e Jan 13. 2019

엄마 관찰일기, 그 시작에 대하여

한 사람으로서의 엄마를 알아가는 시간


엄마들의 이야기를 통해 '엄마'를 알았다


아이를 낳으면 삶의 주체가 ‘나’에서 ‘아이’로 변화한다는 것은 오랜기간 하나의 상식처럼 여겨져왔다. 출산은 곧 아이를 위한 삶을 살겠다는 것에 대한 암묵적 동의나 다름 없었다. 양육이 하나의 고정역할이 되어버린 엄마들은 힘든 육아와 경력단절, 내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고민 등을 ‘굳이’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엄마는 ‘원래’ 그런 거라고 보고 듣고 학습되어왔다.


아이를 낳고 안 낳고의 개인적인 고민이 저출생(저출산)이라는 사회적 과제가 되면서 아빠 육아휴직, 공동육아 등 ‘해결’을 위한 여러 키워드들이 포털 메인에 자주 노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엄마가 쓰는 글' 또한 자주 노출되었고 많은 엄마들이 공감버튼을 눌렀다. (결혼과 거리가 멀었던 시절에는 내 관심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못 본 걸지도 모르겠지만) 브런치에 올라오는 수많은 글을 통해, 또 결혼과 임신, 출산을 그린 웹툰을 통해 많은 엄마들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내고 있다는 걸 알았다. 집집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모두가 각자의 고민을 안고 있었다. 육아휴직을 낼 수 없어 퇴사를 고민하는 엄마, 복직 후에도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하루에 ‘나를 잃어가는’ 엄마, 독박육아로 ‘내가 없는 삶’을 사는 엄마, 임신과 출산으로 망가진 몸이 회복되지 않는 엄마, 아이가 아플 때면 자책하는 엄마 등. 수많은 엄마들이 ‘엄마이기 때문에’ 해결되지 않는 고민의 늪에 빠져있었다.


간접적으로나마 무수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우리 엄마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었는지 궁궁해 물어보곤 했다. 때로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물었다. 우리엄마의 목소리로 들어야 엄마의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엄마라면 내 아이에게 ‘엄마가 이렇게 힘들게 너를 낳았고 많은 것을 포기하고 너를 키워냈다’고 거듭 이야기할 텐데. 금방 터질 것처럼 부푼 만삭의 몸, 출산이 임박했을 때의 두려움, 너를 낳아도 홀쭉해지지 않는 배, 한 움큼씩 빠지는 머리카락, 새벽이면 몇 번이고 들리는 울음소리, 눈치 보며 다녀야했던 직장 등 엄마는 어느 하나도 먼저 이야기하지 않았다. 엄마가 되기를 결심했다면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올해 예순이 된 엄마세대에겐 그랬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집에서 살림과 양육을 전담하는 게 엄마의 역할이었다.



엄마 관찰일기, 그 시작에 대하여


하지만 나는 ‘요즘것들’이라고 불리는 90년대 생인걸. ‘당연한 거야’라는 말을 들을 때면 “왜 그게 당연해?”라는 물음을 던지는 사람이 나인걸. 그래서 엄마가 말해온 ‘당연함’에 반기를 들었다. 엄마가 나에게 해온 모든 것들은 결코 당연한 게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를 향한 엄마의 모든 행동을 엄마의 딸은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엄마의 인생은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엄마의 삶이라고, 그런 엄마를 언제고 지지한다고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글을 우리 엄마에게도, 다른 엄마들에게도, 스치는 익명의 자녀들에게도 나누고 싶었다. 엄마들에게는 위로를 주고 자녀들에게는 일상에서 엄마를 떠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엄마로서의 삶에 대한 글이나 엄마의 삶에 녹아든 자녀 이야기는 많이 봐왔지만, 자녀의 삶에 녹아든 엄마의 이야기가 꾸준히 연재되는 거의 듯 했다. 


그래서 시작했다. 십년 가까이 짧고 긴 일기를 써온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내 일상에 스며든 엄마의 모습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일상에서 내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사람이 엄마였기 때문에 일찍이 휴대폰 메모장에는 엄마와의 일화가 가득했다. 브런치를 만난 덕분에 엄마에 대한 내 생각과 엄마와의 일화가 여러 개의 긴 글로 재탄생했다.




새해가 되면서 '엄마 관찰일기'라는 매거진을 만들었다. 기존에 썼던 글 중에 '엄마'를 소재로 한 글을 모두 이 매거진으로 옮겼는데, 삼분의 일이 1~3년 전에 썼던 글이다. (나만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최근에 올린 글과 비교했을 때 글을 풀어가는 방식도, 문체도 조금 다르다. 당장은 아쉽지만 9일 동안 여덟 개의 글을 쓰면서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참가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려고 한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편집자로 일하던 때처럼 종이에 인쇄해서 펜을 들고 모든 글을 다듬어보고 싶다. 브런치북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일상에서도 브런치에서도 '엄마 관찰일기'는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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