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눈을 뜬다

1장. 처음 그날

by 풍경소리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의 시작


2023년 여름, 정확히 7월이었는지 8월이었는지는 가물가물하다. 교대근무와 육아로 하루하루가 늘 녹초였으니, 날짜를 기억하는 건 사치였을지도 모른다. 그날 역시 교대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챙기고, 정신없이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방 안은 고요했고 그날은 너무 지쳐서 깊이 잠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밤중, 갑자기 눈이 번쩍 떠졌다. 눈을 뜨자마자 오른쪽 눈에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이 밀려왔다. 단순히 “아프다”는 말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마치 커다란 송곳이 눈을 파고들어 안쪽에서 비틀고 찌르는 느낌, 혹은 날카로운 유리 파편이 각막에 잔뜩 박힌 채 눈을 굴리는 듯한 감각이었다. 고통은 눈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신경을 타고 뇌까지 전해지는 듯했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처음엔 단순한 눈물인 줄 알았는데, 곧 알았다. 이것은 울음이 아니라, 내 눈이 견딜 수 없어 흘려내는 절규 같은 것이었다. 눈꺼풀을 뜨는 건 불가능했다. 억지로 시도할수록 칼날로 긁히는 듯한 통증이 더 짙게 몰려왔다.


너무 아픈 나머지, 나도 모르게 두 손으로 머리를 마구 두드리기 시작했다. 통증을 잊고 싶어서였다. 눈을 찌르는 고통에 집중하는 대신, 머리를 때리는 충격으로 그 고통을 잠시 덮어보려는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통증은 머리를 두드릴수록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숨이 가빠지고, 온몸이 긴장으로 굳어갔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순간 머리를 스친 건 ‘혹시 큰 병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곧 스스로를 달랬다. 피곤해서 그렇겠지, 단순히 안구건조증이 심해진 거겠지, 눈에 먼지가 들어갔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온갖 이유를 만들어내며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게 아니면 너무 무서웠다.


한참을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듯했다. 하지만 남은 건 안도의 한숨이 아니라 흐릿해진 시야였다. 오른쪽 눈은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제대로 초점을 맞추기 어려웠다. 눈앞에 있던 물건들이 안갯속에 잠긴 듯 희미하게 보였다. 그럼에도 출근을 앞둔 상황에서 병원을 찾을 엄두는 나지 않았다.


“괜찮아지겠지. 하루이틀 지나면 멀쩡해질 거야.”

나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하며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다. 하지만 내 마음 한구석에서는 묘한 불길함이 꿈틀거렸다. 몸은 분명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외면하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불길함이 이후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게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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