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눈을 뜬다

재발성각막상피미란과 함께 살아가는 기록

by 풍경소리

3장. 나를 갉아먹는 밤들


밤은 나에게 안식이 아니라 고통의 또 다른 시작이었다.

낮에는 억지로라도 사람들 틈에 섞여 일을 하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통증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불을 끄고 누워 눈을 감는 순간, 잠이 들고 새벽이나 아침에 깨면 그 고통은 어김없이 되살아났다.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마치 눈동자 위를 날카로운 칼날이 긁어대는 듯했다. 뻑뻑하고 시린 감각이 눈 속 깊숙이 파고들며 숨을 막았다.


나는 무심코 눈을 비비고 싶은 충동도 많이 느꼈다. 하지만 각막이 벗겨지는 순간에는 눈 전체가 더 뜨겁게 타올랐다. 그래서 베개를 움켜쥐고, 이마를 벽에 대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채 신음하며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순간마다 ‘차라리 눈이 없어졌으면’ 하는 극단적인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시계는 느리게 흘렀다. 새벽에 고통이 온 두세 시가 되면 통증을 달래느라 방안을 서성였고, 거울 속에 비친 내 눈은 충혈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옆에는 점점 지쳐가는 내 얼굴이 겹쳐 보였다. 잠은 오지 않았고, ‘언제 또 통증이 터질까’ 하는 불안이 머릿속을 잠식했다.


사람들에게 밤은 휴식의 시간이지만, 내겐 긴 전투였다. 가족들이 평온하게 잠들어 있을 때, 나 혼자만 다른 세계에 갇혀 있는 듯했다. 아이가 뒤척이며 내 이름을 부르 듯한 모습이 보이면 마음이 저렸다. 아이의 얼굴이 떠올라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하지만 소리 내 울 수도, 아내를 깨울 수도 없었다. 내가 고통을 호소하는 순간, 가족의 밤도 함께 깨질 테니까.


그래서 나는 더욱 숨죽였다. 통증이 몰려올 때면 이불을 입에 물거나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 가서 신음을 삼켰다. 아내가 혹시나 깰까 싶어 몸을 웅크린 채 시간을 버텼다. 아내는 일상생활과 아이를 돌보느라 지쳐 있었고, 나는 아내의 고단한 잠을 깨우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홀로 견디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고통은 더 외로워졌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건 반복이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비슷한 패턴이 이어졌다. 통증이 잠시 사라지면 ‘혹시 나아지는 건 아닐까?’ 기대했지만, 기대가 꺾이는 순간 더 큰 절망이 찾아왔다. 마치 내 삶 전체가 고통의 주기에 종속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 반복 속에서 나는 두 가지 감정 사이를 끝없이 오갔다. 하나는 분노였다. “왜 하필 나한테 이런 병이 생긴 거지?” 억울함과 화가 치밀었다. 다른 하나는 자기 연민이었다. “나는 왜 이렇게 약할까. 이 고통을 누구에게도 온전히 설명할 수 없을까.” 이 두 감정이 뒤섞이며, 나는 점점 무너져갔다.


그러나 새벽은 결국 밝아왔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방안을 비출 때면, 나는 잠시 안도했다. ‘적어도 오늘 밤은 끝났다.’ 낮의 빛은 내게 희망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해가 지고 다시 밤이 찾아오면, 고통은 다시 문을 두드렸다.


이렇듯 매일 밤은 내 몸과 마음을 조금씩 갉아먹었다. 단순한 불면과 통증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일상을 무너뜨리고, 내 정신을 서서히 잠식하는 거대한 그림자였다. 나는 그 속에서 버티고 있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