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추구하는 '작가'의 모습은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다.
2025년 봄학기가 시작되었다. 4월로 넘어가는 즈음 중간고사의 압박이 슬슬 내 옆자리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 학기에는 자유 주제로 시, 소설, 수필을 쓰면 되었지만, 이번에는 제목이 주어졌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과제의 주제는 바로 '내가 추구하는 '작가'의 모습'이다.
나는 글을 쓰고 싶었지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못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우리 집에서는 내가 진짜 '작가'라도 되느냐 '이정인 작가님'하고 나를 불러주지만, 나는 아직도 작가라는 말이 어색하다.
과연 나는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 걸까. 우선 내가 지금 현재 쓸 수 있는 글의 소재는 무엇일까. 현실에 기인한 고민부터 해보았다. 나는 대단한 연구물이 있는 학자도 아니고 특정분야의 전문가라 부르기에도 한계가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나만의 커리어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30여 년에 가까운 직장생활 경험과 일란성쌍둥이 남자아이의 엄마로서 내가 겪은 특별함이다. 선배 언니의 먼저 해본 회사생활의 에프소드가 담긴 소위 '업세이'를 쓸 수 있을 것이며, 쌍둥이 아이와의 생활에서의 색다른 에피소드를 통해 읽는 독자에게 잔잔한 웃음을 전할 수 있다.
내가 가진 소재를 통해 나는 '성장'을 얘기하고 싶다. 자기 계발서처럼 첫째, 둘째, 셋째를 열거하며 거창한 조언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내가 깨닫게 되는 인간관계, 나의 꿈, 워킹맘으로서의 고민을 신세한탄하는 하소연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음미하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소소한 상황에서도 마음의 의미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하고 싶다.
실제 얼마 전에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내 커리어의 중심은 글쓰기인데, 글쓰기와는 상관없는 부서에서 일하면서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며 징징거렸었다. 회사일은 회사일, 나는 내 나름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되지 하고 이분법적인 생각까지만 했었다.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일도 익숙해지니 내 생각이 확장되었다. 내 업무분야에서도 나의 정체성을 찾은 것이다. 최대한 직원들에게 잘 전달되도록 공문을 쓰는 일 역시 글쓰기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꼭 소설을 쓰고, 시를 써야만 진짜 글을 쓰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언제 어디서나 글을 쓰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담백한 공감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내 인생 드라마는 인정옥 작가의 <아일랜드>인데, 여주인공 중아(이나영 분)는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 "먼지처럼 살고 싶다." 이 말의 뜻을 내 나름대로 해석하자면 일반적인 굴레에 갇히지 않고 한없이 자유롭고, 솔직한 마음 가는 대로 담백하게 사는 것인데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글을 읽으면서 봄날의 햇살과 분위기도 다시 느껴지고, 내가 사랑하는 이의 손을 한 번이라도 더 잡으면 되는 것이다. 따스한 체온을 나눌 수 있도록 해주는 글, 큰일 나지 않았다고 다독이는 글, 지금 계절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글 지금 이 순간 충실하게 잘 살게 하는 글을 쓰고 싶다.
마지막으로 내 글을 읽는 독자에게 친구 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 무언가 채워지지 못한 대화를 잘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 우울할 때 읽어도 좋고, 심심할 때 읽어도 항상 변하지 않게 그 자리에 있어주는 친구. 글 쓰는 일을 사랑하고, 꾸준히 한다면 언젠가 나는 그런 친구가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