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애플 : 시스템을 만들어라.
내년이면, 스티브 잡스가 하늘에 별이 된지 벌써 10년째 되는 해인다. 사실 애플은 이번 글쓰기의 마지막에 다루고자 했던 브랜드이지만, 금번 아이폰 12를 구매하면서, 애플이 아직까지도 브랜드 인지도가 탄탄한 이유에 대해 나름의 해석으로 얘기하고자 한다. 1970년대 애플은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로널드 웨인이 76년도에 설립했다. 그 뒤 84년도에 매킨토시를 발매하게 되었는데, 당시 크게 매출이 올랐지만 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내분으로 인해 경영에서 밀려나 퇴사 후 넥스트 사를 창업하게 되고 97년도에 넥스트사의 인수로 스티브 잡스는 다시 애플에 돌아오게 된다. 이후에는 조난단 아이브가 디자인한 모니터와 본체를 일체화한 아이맥, 아이팟을 선보이면서 점차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가게 된다. 2007년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다양한 디바이스들을 개발하여 현재까지 이르게 되었다. 애플이 이렇게 강력한 기업이 될 수 있던 점은 다양한 요인에서 있을 것이다. 개발, 경영적인 부분에서도 수많은 책들에서 이러한 요인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나는 많은 요인 중 시스템을 구축한 부분이 애플을 강력한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선 앱스토어를 이용한 애플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이제는 흔한 생각이지만 2000년대 중반만 해도 폴더폰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문자나 전화가 사용자 간의 유일한 소통 수단이었고, 핸드폰은 그에 대한 기능이 주된 기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앱스토어의 어플들을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었으며 문자나 핸드폰 외에도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앱스토어에서만 구매가 가능한 어플들은 반드시 애플 제품을 통해서만 구입이 가능하고 지금은 아이폰에서 구입한 앱들은 애플의 어떤 제품이든(아이맥, 애플워치, 아이패드) 같은 계정으로 로그인만 하면 내 아이폰 환경과 유사한 환경으로 만둘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쉽게 구동할 수 있다.
또 다른 시스템으로는 애플의 디바이스 디자인에 있다. 사실상 나는 이 부분에 애플의 섬세한 디테일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 나는 2012년도 맥북을 쓰고 있었고, 그것과 함께 아이폰 4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두 개의 서로 다른 디바이스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하나의 세트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보통날과 같이 작업을 하기 위해 한 손에는 카톡을 하면서 맥북의 홈에 손을 넣었고 문득 맥북의 홈 사이즈와 아이폰 4의 라운드 값이 같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홈에 아이폰을 끼워보니, 마치 하나의 세트였던 듯이 꼭 맞아드는 것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더욱이 일부 맥의 라운드 값은 아이폰에 적용된 라운딩의 값과 비율이 같거나 동일 한 크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는 무심코 넘어갈 수 있는 부분마저도 하나의 브랜드 요소로서 동일 한 디자인적인 법칙을 적용하여 서로 다른 제품이어도 하나의 브랜드에서 파생된 듯한 느낌을 주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로 나는 브랜드에서 스토리텔링과 소비자의 경험을 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나아가서 하나의 맥락을 이루는 브랜딩을 위해선 그 브랜드의 시스템이 필요하고, 그러한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들로 하여금 그 브랜드의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실무작업을 하다 보면 비주얼도 중요하고 스토리텔링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브랜드 시스템을 매체 곳곳에 녹이기 위해 다분히 노력하곤 한다. 그리고 또 다른 꿈이 있다면 언젠간 이렇게 쌓인 경험으로 나만의 브랜드 시스템 이론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목표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