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나의 첫사랑, 진국이라는 친구들
사실 이번 글의 제목을 무엇이라 지을까? 고민을 오랫동안 했었다. 지금도 이 표현이 명확할지는 모르겠지만 연애로 표현하자면, 몸담고 있던 크라우드 펀딩 회사는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첫사랑 인듯하다.
진국이는 동료 친구들을 일컫는 단어이다.
사실 나는 이곳에 오면서부터 회사 동료라는 단어보단 자연스레 친구라는 말을 많이 쓰곤 한다.
여러 회사를 경험하며 나에겐 직장은 마치 연애와 같다. 일은 나를 살아있게 하며, 회사는 내가 살아 있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깨닫게 해 준 곳이 바로 지금 이곳이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동료보단 친구라고 느껴진다.
누군가는 나에게 ‘누구보다 사측이다.’라는 말조차 한 적도 있지만, 브랜드 디자이너라면 몸 담고 있는 곳에 진심을 담아 고민하고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나조차 처음부터 이러한 마음이 들진 않았다.
이전 경험들에서 업무만 보고 진로를 택한 적도, 회사 문화와 동료애 때문에 이직을 보류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이곳과의 인연을 맺게 된 아주 강렬한 기억이 있는데, 그것은 1차 팀장님과의 면담이었다. 사실 면담이라기보다 살아가는 신념과 나의 정체성에 대해 깊이 대화를 했던 것 같다. 그날의 기억은 마치 친근한 사람과의 깊은 대화 같았다.
그날 나는 ‘이전 회사의 애틋했던 동료와 직장을 떠나도 괜찮을 것 같아’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두려웠다. 팀장님의 대화가 좋아서 이직한 적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전 회사에서도 쿨하게 보내주는 상황은 아니었다.
예상보다 조직에서 오랜 시간의 설득이 있었다.
(조직장님의 설득과 회유를 넘어 서운하시다는 말을 들 때마다 눈물이 펑펑 쏟아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인생에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새로 만난 인연에 따뜻함을 믿어보고 이직을 결심했고 그곳은 크라우드펀딩 기업 BX팀이었다.
이곳은 진실로 내가 나로서 있어도 괜찮았다.
괜찮음을 넘어, 응원을 받거나 지지를 받은 적이 많았다.
사실 나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다.
자존감과 자존심은 다르다. 나는 자존심은 강하지만 자존감이 낮았었다. 그 누군가한테 내가 작업한 결과물을 보여주기 부끄러웠다. 칭찬이 부담스럽고 과한 평가를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 있으면서 나는 나를 알게 되었다. 내가 잘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말해도 쑥스럽지 않게 되었다.
사실 나는 성공보단 실패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이것은 자존감에 이어지는 부분이었는데,
나에 대한 자신이 없기에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할 수 있다’라는 생각보단 ‘못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많이 했었다.
지금의 나는 나로서 존재해도 괜찮고, 그 어떤 표정을 지어도 괜찮은 곳에 있는 걸 깨달았다.
정치와 눈치가 없어도, 두 개의 얼굴이 없어도, 회사는 원래 그런 곳이 아니어도 되는 곳에 있다.
그런 곳은 내가 믿은 나의 조직장님이 만들어주었고,
4년 차가 된 지금, 난 정말 빛나는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이 마음은 마치 첫사랑과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회사의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안에서 내가 나로서 괜찮을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는지 깨닫게 해 준 곳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