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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님 Jul 16. 2024

'압록강은 흐른다'를 읽고

독서기록

2023년 5월 김선정 작가님의 '멧돼지가 살던 별'을 읽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암울했던 5월에 왜 이 책은 불온서적이었는지 궁금해서 읽고 나치에 저항하던 아름다운 청년들의 숭고한 죽음을 기억하며 독서기록도 남겼었습니다.


며칠 전 웨이브에  '쇼피숄의 마지막 날들'이라는 영화가 있는 걸 보고 감상 후(시대가 시대인 만큼 당연히 타자기도 나옵니다.) 다시 한번 백장미단을 나무위키에 검색해 읽다가 이미륵박사와 '압록강은 흐른다'도 알게 되었고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이미륵 박사는 3.1 운동에 가담한 걸로 수배되어 독일로 망명했는데 백장미단이었던 후버교수와도 상당한 교류가 있어서  백장미단을 기념하는 동판에도 이미륵 박사가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압록강이 흐른다'는 3.1 운동에 가담해서 독일로 망명하게 된 이미륵 박사의 유년시절(조선말)과 청년시절(일제강점기), 그리고 망명하기까지의 여정이 나오는 자전적 소설입니다.


길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3.1 운동의 한 복판에 있었던 부분에서는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에서 읽었던 내용들이 떠올랐습니다. (작은 땅의 야수들 186페이지쯤에 3.1 운동 이야기가 자세히 나옵니다. 지하철에서 읽다가 눈물이 났었네요.)



중국 국경을 넘은 뒤 언덕에 올라 다시 한번 압록강을 보던 그 모습과 함께 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던 부분이 있어서 타이핑해봅니다.




"넌 겁쟁이가 아니란다."
내내 말없이 길을 가다가,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너는 때로 낙심하는 일이 있었지. 그래도 너는 네 일에 성실했다. 나는 너를 크게 믿고 있단다. 용기를 내거라. 너라면 쉽게 국경을 넘고, 결국에는 유럽에 도착할 수 있을 게다. 내 걱정은 하지 말아라. 네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마. 세월은 정말 빨리 간단다. 우리가 다시 만나지 못더라도, 너무 슬프게 생각하지 말아라.
너는 나에게 정말로 많은 기쁨을 주었단다.
자, 얘야! 이제는 혼자서 네 길을 가거라!"
(이별/ 218쪽)





3.1 운동에 가담했다는 게 발각되어 수배가 내려진 아들에게 먼 유럽에 망명하기를 설득하는 어머니.. 두려웠지만 언제나 그렇듯 어머니의 말에 순종하는 막 20세의 청년 미륵.  엄마의 마음으로 이 부분을 읽을 때 눈물이 흘렀습니다.

다시 못 보게 되더라도 네가 빛나게 살아가길 바란단다. 나의 아이야!!!라는 마음이셨겠죠 ㅠㅠ


비 오는 날 대중교통을 갈아타며 멀리 일하고 왔다는 핑계로 아이들에게 짜증을 많이 냈던 저녁시간을 반성하며 이미륵 박사님 어머니의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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