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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개미 Feb 13. 2020

용기가 사라지기 전에 #1

1부_ 살다 보면 사라진다.

1부_ 살다 보면 사라진다.




집,

오늘 아침도 알람을 들으며 힘겹게 일어나 잠을 깨기 위해 라디오를 켠다. 손에 잡히는 옷을 대충 걸쳐 입고 어느 정도 사회에 맞는 사람 구실을 하고자 내 얼굴에 분칠 한다. 잠이 더 소중한 나였기에 10분 만에 화장을 끝내고 급히 지하철역으로 뛰어간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문이 열렸다! 방금 열린 문인데 “문이 닫힙니다. 문이 닫힙니다.”라며 나에게 경고를 준다. ‘아……, 지하철은 왜 열리자마자 닫히는 건지……’ 비참할 나의 하루를 예고하는 듯했다. 내일 또 회사 가는 게 싫어 안 자고 버티던 나였는데 또 이렇게 출근하는 나의 현실이 슬프다. 다음에 오는 지하철을 탄다. 무표정한 사람들과 함께 회사로 이동한다.


회사,

9시 전에 회사에 도착했다는 것에 안도하며 내 자리에 ‘털썩’ 앉는다. 책임감이 뭔지. 실수하지 않기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다. 그때만큼, 마치 ‘수리수리 마수리, 너는 일을 사랑한다’라는 주문에 걸린 듯하다.

생각보다 조용하게 오전이 지나가고 점심시간이 왔다. 점심시간은 팀원끼리 밥을 먹는데 서로의 주말을 물어보지만, 딱히 궁금해 보이진 않는다. 오후에는 다시 일에 몰두한다. 점심시간 이후라 식곤증이 몰려오지만 체크할 게 많으니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회사가 정한 To do list를 지워가면서 나름 뿌듯하게 헤쳐나간다. 간혹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도 어떻게든 해결된다. 신기하다. 분명 아침에는 다 못 할 것 같았는데 어떻게든 다 마무리가 된다.


집,

집에 돌아와 저녁을 준비한다. 햇반과 계란 프라이 그리고 집에서 보내준 김치와 냉동된 사골국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니 나름 저녁 만찬이 완성되었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텼던 나에 대한 보답이다. 이 와중에 나름 건강을 챙긴다고 햇반은 도자기 그릇에 옮긴 후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 정도 돌린다. ‘따끈따끈’ 갓 지은 밥 같은 밥이 완성되었다. 쟁반 하나에 다 담아

컴퓨터 앞으로 가져와 먹는다. 9시 운동을 가야 하니 20분 밥을 먹어야 하지만 그러는 중에도 먹으면서 볼 ‘유튜브’를 찾는다. 요즘은 장성규의 ‘워크맨’이 재미있다. 깔끔하게 2~3편 보고 그릇을 싱크대에 쌓아놓고 급하게 운동을 하러 간다. 


헬스장,

‘그래 난 건강을 챙기는 여자야’라는 마음으로 1시간 동안 요가를 한다. 긴장이 서서히 풀린다. 마지막으로 ‘사바아사나 Savasana : 누워서 몸의 긴장을 풀고 심신 안정을 취하는 자세’ 자세에 집중한다. 

눈 떠보니 GX 교실은 불이 꺼져있고 주변엔 아무도 없다. 개운함을 느끼며 ‘와…… 꿀잠 잤다.’ 개운하게 집에 돌아온다. 


집,

돌아오자마자 방 한가운데에 있는 요가 매트에 또 누워버린다. ‘샤워해야 하는데 화장 지워야 하는데… 아 설거지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생각하며 핸드폰만 쳐다본다. 남의 인스타그램을 구경하거나 웃긴 동영상에서 깔깔거린다. ‘이 짓을 멈추고 싶어’ 내 소중한 시간을 의미 없이 쓰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내 손은 계속 스크롤 바를 내린다. 벌써 시간은 11시 30분. 피곤함에 쌓인 몸으로 설거지를 하고 샤워를 한다.

이런 똑같은 하루를 보내면 왠지 자기 전에 슬픔이 밀려온다. 왜냐면 감정 없는 로봇이 된 것 같기 때문이다.

일이 있어 일을 하고 밥을 먹어야 해서 밥을 먹고살기 위해 운동을 하고 내일을 피하고자 핸드폰을 보는 나를 보면 왠지 내일도 감정 없는 하루를 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오늘도 내일도 용기를 잃지않는 사람이 되어요.

@mingaemi_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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