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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Oct 24. 2022

유기동물

우리 부부는 매일 아침 6시 10분에 함께 아침 식사를 한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TV에 나오는 뉴스를 들으면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할수록 버려지거나 잃어버리는 동물의 수도 함께 늘고 있다’는 뉴스 내용을 듣게 되었다. 그 소리에 나는 나도 모르게 내 눈과 귀가 쏠려 식사를 멈춘 상태에서 뉴스를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반려동물과 동물복지의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점점 더 높아져만 가는 것 같은데, 왜 유기동물의 수는 여전히 늘어만 가는 것일까? 아침부터 마음이 무거워지면서, 나는 오늘 ‘동물복지윤리’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이 문제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 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에게 ‘유기동물을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물어보면, 다양한 각도에서의 좋은 의견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가장 먼저 우리나라 유기동물 보호소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곤 한다. 국외 사례를 소개하면서 지금 우리나라 동물보호소의 열악한 상황으로 인하여 입양률 또한 저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고, 유기된 동물의 입양률까지 함께 향상 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외국처럼 크고 멋지게 지어지고 잘 운영되고 있는 동물보호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도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동물보호소가 많다는 상황을 익히 알고 있는지라, 이 의견에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하지만, 단순히 동물보호시설을 국외처럼 크고 멋들어지게 지으면 과연 우리나라의 유기동물 문제가 해결이 될까? 아니,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설계되지 않거나, 열악한 시설의 동물보호소도 우수한 사육관리 프로그램을 적용한다면 어느 정도의 결함은 보완될 수 있다. 단순히 수용되는 동물의 수를 늘리고 겉으로 보이는 표면적인 환경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면 더 많은 유기동물의 생명을 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더 넓은 공간과 심지어 더 멋져 보이는 보호소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현실은 여분의 케이지는 빠르게 채워질 것이고 더 매력적인 시설은 오히려 더 많은 유기동물 수용으로만 이어지게 될 수 있다. 


한참 유기동물보호소에 대해서 집중한 상태로 의견을 나누고 있는 학생들에게 갑자기 질문을 해 본다. 그럼, 여러분은 지금 함께 생활하고 있는 반려동물을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동물보호소에서 입양했나요? 라고 물으면 생각지도 못한 나의 갑작스러운 질문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대답 대신 당황한 학생들의 표정과 함께 강의실에는 적막만이 흐르게 된다. 유기 동물보호소라고 대답하는 학생들은 아쉽게도 아직까지 한 두명 밖에는 만나지 못했다. 대부분 펫샵이나 지인을 통해 강아지 상태로 구입 한 것이다. 유기동물보호소를 잘 짓고 잘 운영한다 한들 입양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또한, 유기동물보호소를 잘 설계하고 짓는 일은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우리가 유기동물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다음에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었을 때 펫샵이 아닌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입양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수업의 처음 시작은 유기동물을 줄이는 방 안에서 시작했지만, 마지막은 다음 반려동물을 맞이할 때는 동물보호소에서 꼭 입양하자는 약속과 다짐으로 수업이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내 생각을 조금 말하면, 난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무엇보다도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유기동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시점이 반려동물이 가장 많이 증가한 바로 이듬해부터라고 한다1). 반려동물은 물건이 아니라 소중한 생명이므로, 예쁘고 귀엽다는 순간의 마음만으로 쉽게 입양하거나 구입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반려동물이 아프거나 여러 가지 사고를 친다고 쉽게 사육을 포기하거나, 버려서도 안된다 . 이를 위해서는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에서 동물보호 및 복지 관련 의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생명의 소중함, 반려동물 사육관련 가이드라인, 동물학대 및 유기에 대한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하며, 대학에서도 동물윤리학, 동물복지학 등 관련 강의 및 특강을 개설해야 한다. 교육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물론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이러한 범국민적인 교육만이 결과적으로 유기동물 수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거 하나만으로 지금의 유기동물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1) 유기동물 발생 억제 및 동물보호 강화를 위한 반려동물관리 방안 연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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