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을 Mar 28. 2023

그래, 오늘이 내가 사는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자.


오늘이 내 마지막 날이기를 기도했다.


자식으로서, 부모로서, 한 인간으로서 나 정도면 정말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에 억울함이나 후회 따위는 전혀 들지 않았다. 항상 내 곁에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었고, 또 맛있는 음식도 정말 많이 먹었고, 여행도 많이 다녔고, 그리고 지금은 내가 원하던 곳에서 일도 하고 있으니......이제 보니깐, 나 꽤 행복한 인생을 살았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지금 내가 느끼는 슬픔과 절망이 너무나도 작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분명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장 죽고 싶은 슬픔과 절망감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아 지금까지 나를 힘들게 했었던 과거의 일들도 생각이 났다.

오늘이 내가 이 세상에서 사는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니, 세상에 용서 못 할 일이 없더라. 그렇게도 안 되던 용서가 갑자기 다 되는 마법을 경험했다.


이지선 교수는 23살에 음주운전 차량에 온몸에 화상을 입고도 가족에게 ‘가해자가 혹시 찾아오면 용서한다고 말해줘’ 라고 했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인 것을 왜 그리도 용서하지 못하고 그동안 내 스스로를 그렇게 힘들게 만들었을까? 용서란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비로써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그래 지금부터는

오늘이 내가 사는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자.


‘불행의 깊이만큼 행복을 느낀다’는 말을

나는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무너지고 또 무너져도 지칠 줄 모르는 모래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