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4 Urban Zakapa(어반 자카파)_그대 고운 내사랑
안녕하세요. 읽고 쓰는 라디오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 수플레'의 셋째 주! JUDY입니다.
오늘은 제가 신이 좀 났어요. 요즘 푹 빠져서 듣고 있는 노래를 들고 왔거든요. 바로 시작 해봅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보시나요? 저에게는저~~엉말 오랜만에 본방 사수하는 드라마예요.
친구들이 슬의생 좀 보라고 해도 싫다며 거절했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무기력이 극도에 달한 날에 딱 1편만 보고 그저 그러면 안 봐야지 하고 있다가 그날 밤을 꼴딱 새 버렸답니다. 한 회가 끝날 때 다섯 명의 주인공이 밴드를 하며 들려주는 노래들 모두 OST에 삽입되어 있습니다.
주로 원곡이 따로 있고, OST 버전으로 다른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했고, 또 그 노래들을 극 중의 주인공들이 밴드 활동을 통해 연주하고 부릅니다.
드라마에 출현하는 조정석씨가 리메이크한 차트 1위를 기록했던 '아로하'부터 시작해서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Lonely night' 등등 아예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 특집을 만들어 버릴까 하며 고민하다 선택된 이 곡! 어반 자카파가 리메이크한 '그대 고운 내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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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고운 내사랑
오월의 햇살 같은 꿈이여
그댈 기다리며 보내는 밤은
왜이리 더딘 건지
...
가수 이정열씨의 '그대 고운 내 사랑'이 원곡이에요. 1999년 발표한 2집 [Nature]의 수록곡인 이 노래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뮤지컬 배우이기도 한 그의 딸 이지민 씨 또한 뮤지컬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고 하니 끼는 확실히 유전인가 봐요. 어반자카파의 세련된 보이스가 가득 담긴 OST 수록곡도 멋지지만 역시 원곡의 매력을 무시할 수가 없어요. 담백하고 진솔한 보이스, 포크송의 향기가 짙은 원곡도 감상해 보실까요?
극 중에서 이 노래가 굉장히 인상 깊게 등장한 장면이 있는데요 <슬기로운 의사생활> 5화에서 산모가 아이를 낳은 후 극 중에서의 남편이 분만실에서 이 노래를 불러요. 사실 드라마라 감동이기도 한 장면이지만, 그래서 더그대로의 감동을 느껴보아도 되는. 제가 설명보다는 직접 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링크 주소를 첨부해둡니다.
행복이란 이런 건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신가요?
슬기로운 시청생활 (feat. 좋은 자극)
중 고등학교 시절 나는 친구들이 알아주는 드라마 광팬이었다. 지금처럼 실시간 스트리밍이 잘 되어있었던 때가 아니어서 3사 드라마를 다 챙겨보기란 쉽지 않았다. 인기 있는 드라마들은 주말에 재방송을 꼬박 해줘서 그 시간을 또 맞춰서 TV를 틀어야 했다. 심지어 그날의 방송을 그날 보고 자지 않으면 너무 궁금해서 잠을 못 자기 일쑤였다. 다음 날 학교에서 친구가 어젯밤 '마이걸' 못 봤다고 하면 그 앞에서 어제 이러이러했다며 손 잡고 호들갑 떠는 낙으로 학교를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증거로 우리 집에는 그 시절에 방영했던 드라마 주인공들이 사인을 한 OST CD가 말 그대로 한 박스 있는데 내가 맨날 드라마 홈페이지에 들어가 매번 이벤트에 응모하고 당첨됐던 흔적들이다.
그런 내가 대학교 들어가면서 드라마 집착병이 슬슬 줄어들다가 어느 순간에는 회의감이 들었다. 현실은 내게도 드라마와 같은 낭만적인 곳인 줄 알았고 어떤 시련 뒤에는 드라마 주인공처럼 무조건 해 뜰 날이 올 줄 알았는데 현실은 시련 뒤 더 큰 시련인 순간이 더 많았다. 어린 내가 드라마 속에서 보고 싶었던 것은 '기적, 운명 그리고 완벽'이었다. 현실의 기준이 아닌 드라마의 기준으로 삶을 바라보는 나에게는 세상에 이상한 사람 투성일 때가 많았는데 돌이켜보면 그들이 아니라 내가 이상한 사람이었던 적이 훨씬 더 많았다.
그렇게 몇 년을 드라마와 담을 쌓고 살다가 최근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친구들이 그렇게 보라던 슬기로운 생활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역시나 광팬 DNA는 어디 가진 않았던 것 같다.
드라마에는 정말 드라마 같은 순간들이 많이 등장했다. 40대의 절친 5명이 모두 능력 있고 인성이 훌륭한 의사다. 그들은 모두 같은 병원에 근무한다. 한 명이 힘들 땐 다른 친구들이 귀신같이 등장해서 위로해주고, 후배들에게도 너무나 멋진 선배들이다. 취미로 밴드도 한다. 진짜 의사들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의학 드라마에 더 속이 터질 것 같다. 다큐멘터리로도 모든 것을 담아내기 힘든데 말이다.
그래도,
좋은 작품에는 좋은 자극들이 있다.
"와 병원이라는 곳이 참 힘든 곳일 텐데 저렇게 진짜 나를 위로해주는 친구들과 함께 있다는 게 너무 든든하겠다. 좋은 친구가 있는 사람들은 너무 행복할 것 같아"
"저 병원 후배 의사들 옆에 저런 선배들이 있으면 진짜 좋은 의사가 될 것 같지 않아?"
"어쩜 저 주인공은 병원의 모든 사람들의 사정을 잘 알까. 저런 의사 있으면 저 병원에 다니는 사람들 버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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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 나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 보고 싶잖아."
그냥 웃자고, 울자고 있는 그대로만 보는 게 아니라 배울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해보면.
드라마가 현실이 될 순 없지만 나에게 주는 좋은 자극들을 진짜 고민해보기 시작한다면.
그리고 그 고민끝에 내 삶에서 무언가를 직접 시도해본다면-!
커버 이미지 출처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홈페이지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는 네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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