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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올 Jan 06. 2021

언어는 국가별로 있는 게 아니라

ep.44 더 자두_대화가 필요해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아랍어, 인도네시아어 등등

다양한 문화, 수많은 국가만큼이나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언어들도 참 다양하다. 그래서인지 한 두어 가지 다른 문화권의 언어를 구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멀티링구어를 꿈 꾸는 일은 참 매력적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 대부분 '나와 다른 문화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목표로 오늘도 귀찮음을 이기고 공부에 몰두했으리라. 매력적인 만큼 타 문화의 언어를 습득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나 문득 이런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곧 소통이 가능하다는 뜻일까? 정말 너와 내가 쓰는 언어가 같으면 우린 대화라는 것을 하는 사이인가 말이다.


요 근래 부쩍 엄마로부터 오는 전화벨이 많이 울린다. 요즘 대학생 막내딸의 반항(?)으로 당황스러운 우리 엄마는 막내와 계속 전쟁을 벌이는 것을 대신해서 떨어져 지내는 큰 딸과 이 마음을 나누고 싶은 거다. 요지는 스물네 살이 된 막내의 잦은 외박 사건이 아주 못마땅하다는 것인데 요즘 세대를 이해 못한다는 말은 듣기 싫어 알았다고 나름 쿨~하게 대처한다고 하는데도 딸이니 걱정이 안 되려야 안될 수 없고 속이 터지신단다. 무엇보다 외박 그 자체보다는 마치 본인은 성인이니 본인의 시간을 모두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패기가 담긴 막내딸의 '통보'와 같은 말에 화가 많이 나시는 모양이다.

그러나 몇 년 전 고스란히 비슷한 상황을 다 겪으며 성장한 나는 막내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그 당시 나도 엄마의 마음이 참 서운했다. 대학생이 되면 좀 더 자유롭게 이런저런 경험에 나를 내던져 볼 수도 있는 건데 무조건 걱정하며 안된다고 말하는 듯한 엄마에게 다른 집은 이러이러하다며 비교하기도 몇 번, 나중에는 여러 방법이 먹히지 않아 선 사고 후 조치의 발칙한 통보도 하며 여러모로 속을 썩였더랬다.

그 당시 나는 엄마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받고 싶으시다 생각했고 그 탓에 나는 좀 더 주체적인 사람이 되는 길이 더뎌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엄마가 바라는 것은 절대 안 돼가 아니고 가족에 대한 '예의'이었던 것이다. 적어도 딸이 정말 안전한 지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 서로가 사용하는 표현은 같은데 그 단어, 그 문장 마디마디에 담겨있는 각자의 입장과 상황이 꽤 달랐던 것이다.


다른 간단한 예도 있다. 맛있는 레스토랑에 간 커플. 남자가 나름 여자 친구에게 즐거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너랑 같이 먹으니까 더 맛있다"라고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려 하는데 그 순간 맞은편 여자 친구의 머리회로는 빠르게 돌아간다. 도대체 지금 머릿속에 누구랑 같이 먹은 순간이랑 비교하는 거야? 라며 웬만한 남자들이 따라잡기 힘든 복잡한 시스템이 가동되는 것이다.

멋있다는 말보다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여자에게 '멋있다'는 말은 그리 반가운 말이 아닐 수도 있고, 잦은 칭찬은 인위적인 분위기만 불러일으킬 뿐이니 정말 필요할 때만 하는 것이 '진심'을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누군가의 곁에 있는 연인은 표현이 부족한 상대를 보며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진심'이 아니라고 느끼고 있을 수도 있다.


나와 상대가 하나의 단어에 담은 마음이 다 제각각 다르고 그 마음을 담기까지의 경험이 천차만별인데 이것을 두고 우리는 과연 같은 언어를 쓰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같은 글자를 사용하면서도 내가 전달하고 싶은 마음 100% 있는 그대로 누군가에게 전달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말이다.

그럼에도 마음과 마음이 제대로 통하고 있다는 그런 일이 가능한 순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함께' 누리고 느껴온 감정과 그 감정을 오래도록 담아온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서일 거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이 별거 아닌 지난 추억에 까르르 웃는 것은 진짜 그 이야기가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그 시간을 같이 공유하고, 같은 마음으로 담아서 지금까지 지니고 있기 때문일 테니까.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대화'를 할 수 있게 하지만 모든 '대화'를 제대로 가능하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그 누군가가 '언어'를 안다는 것은 하나의 문화를 아는 것이고 문화를 안다는 것은 그 문화 속에 있는 '사람'을 이해하는 행위라고 하지 않았는가.

언어는 어쩌면 국가별로 있는 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수만큼 존재하는  아닐까.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 44번째 곡,

더 자두_ 대화가 필요해

https://youtu.be/Gqk5Vcgho9Y

2021 수플레의 첫 곡, 더 자두 2집 수록곡 대화가 필요해입니다. 2001년 '잘 가'라는 곡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혼성 듀오 더 자두는 '대화가 필요해'에 이어 3집 수록곡 '김밥'도 큰 사랑을 받으며 인기를 누렸더랬죠. 그중 '대화가 필요해'는 이번 수플레 주제를 고르면서 너무도 자연스레 떠오르는 노래였어요. 실제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참 반가울 것 같은 곡. 어릴 때는 자두 특유의 보이스가 귀엽게만 들렸는데지금 들으니 지나간 2000대의 시간의 추억을 불러와주기도 하네요. 이번 주 플레이리스트에 살포시 추가해보기로 해요!


안녕하세요.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 수플레 주디입니다.

작년 1월 보니 작가와 신년 글쓰기 프로젝트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가 전하고 싶은 글과 함께 들려주고 싶은 노래 한 곡을 올려보면 어떨까 했었어요. core 작가님, 영훈 작가님이 추가로 뜻을 모아 2월부터 수플레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네요. 시즌1을 함께해주신 core, 영훈 두 작가님을 아쉽게 보내드리고 올해 시즌 2에는 네 분의 새로운 작가분들이 함께 해주시기로 했습니다. 낭만을 잃지 않는 어른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타미 작가님, 사소한 것도 기록해두면 의미가 된다는 민민 작가님, 마케팅 업에 종사하며 '관계'에 대한 글을 쓰는 밤봇 작가님 그리고 최근에 아늑한 빵집을 오픈한, 그녀의 글을 읽기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져서 '아~좋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글을 써내려 오신 오가닉씨님. 그리고 보니 작가와 제가 함께 2021년 시즌2를 이어갑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구독자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는 여섯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음악에 조예가 깊거나 전문적으로 음악에 대해서 잘 아는 '음. 잘. 알'들은 아닙니다. 그저 음악을 좋아하고 혼자만 듣기엔 아까운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일 뿐이죠. 비가 오는 날엔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을, 너무 추워서 어딘가에 숨고 싶을 땐 숨어 듣기 좋은 음악을 한 편의 글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글에 담긴 노래를 들으며 천천히 읽어 내려가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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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출처 : http://nsp-kmusic.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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