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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쵸 Feb 16. 2022

한 때는 파워블로거 꿈나무였습니다.

내가 인스타툰을 그리기 시작한 이유_1

1. 글짓기를 좋아하던 어린 소녀



저는 어렸을 때부터 글짓기를 좋아했습니다. 

창작보다는 나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서 전달하는 글짓기를 좋아했으니, 지금의 에세이 쪽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일기상은 개근상처럼 받았고, 가끔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공식적으로 받은 최고 상장은, 6학년 때 받은 교내 글짓기 대회의 최우수상이네요!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던 것 같아요.

초등학생 치고 글을 잘 쓰는 아이.

그 이상이 되기에는 제게 재능도, 열정도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은 늘 가지고 있어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을 보면 동경을 하고 감탄을 하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의 글을 읽으면 감탄과 동시에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는지 질투심을 느끼곤 합니다.



2. 파워블로거를 꿈꾸던 소심한 관종


10년 전, 저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납니다.

당시에는 지금의 유튜브처럼, 네이버 블로그의 파워블로거가 대세였던 시절이라 일본 유학생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기록해서 파워블로거가 되는 것을 꿈꿨습니다.


초창기에는 열심히 포스팅을 했어요. 당시만 해도 후쿠오카의 학부 유학생은 많지 않았기 때문인지 유입되는 방문자수는 많았습니다. 많은 방문자수만큼 진상도 많았어요. 다짜고짜 맡겨놓은 것처럼 유학정보를 요구하는 사람들이나, 후쿠오카 여행정보를 묻는 핑거 프린세스들이 늘어나자 점차 지쳐갔어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블로그를 그만둔 계기는 따로 있었습니다.


유학생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블로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 정보가 노출될 수밖에 없었는데, 제 블로그를 보고 학교정보를 얻는 한국인 유학생(교환학생, 여름 단기연수학생)들이 많아졌어요.

내가 무슨 학과이고, 어디를 다녀오고, 누구와 친하고...

다 제가 직접 기록해서 공개한 것들이지만, 제 블로그를 본 사람들을 실제로 대면하게 되자 겁이 났어요. 나는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상대방은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이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내 정보가 드러나는 포스팅은 하지 않게 됩니다.

파워블로거가 되고 싶지만, 아무도 나를 몰랐으면 좋겠다...

딱 이 심정이었습니다.


학생이 학교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포스팅할 것이 점점 없어집니다. 가끔씩 가게 되는 맛집 정보나 올리는 특색 없는 포스팅을 하게 되자 유입도 적어지고, 또 학교생활이 즐겁고 바빠지다 보니 파워블로거 같은 거 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3. 기록의 중요성, 그리고 후회


인생의 봄날 같은 유학생활을 보냈어요.

스마트폰, 디카로 찍은 사진들도 많았고 페이스북이 대세였던 시절이라, 페이스북에 남은 사진들도 많습니다. 이것으로 나의 유학시절을 추억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졸업을 3개월 정도 앞두고 한가롭고 여유로운 시기를 보내던 때, 기숙사 옆방에 살던 한국인 교환학생의 블로그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친구는 1년 교환학생으로 와서 저와 비슷한 시기에 귀국할 예정이었던 친구로, 엉뚱하고 발랄해서 제가 귀여워하던 동생이었어요.


알고 지낸 지 1년이 다되도록 이 친구의 블로그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은, 이 친구가 서로 이웃 공개로 포스팅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유학 온 첫날부터 일기처럼 빼곡히 기록한 포스팅을 발견하고, 그날 밤을 새워서 그 친구의 포스팅을 다 읽었던 것 같아요.


슈퍼에서 요거트를 구입한 내용, 그 요거트에 시리얼을 섞어서 먹는 사진 등 정말 소소한 일상의 내용들이 가득했어요. 저와 친하지 않았던 시기에 저를 험담(?)한 내용을 쓴 것까지... 정말 일기에 가까운, 뭐 이런 것까지 쓰지..? 스러운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굉장히 그리워졌습니다. 유학을 하고 있는 당시인데도, 불과 몇 달 전의 나의 생활이 그리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늦었지만 저도 그때부터 3개월 동안, 나의 하루하루를 서로 이웃 공개로 포스팅하기 시작했습니다. 네이버 계정을 새로 만들었기 때문에 서로 이웃은 찐 지인들... 거리낄 것 없이 나의 정보를 완전히 오픈하고 마음껏 포스팅을 했어요.


그리고 유학을 끝내고 귀국을 해서 유학생활이 그리울 때마다 가끔씩 옛 기억을 꺼내 읽습니다. 마치 서랍 속에 넣어놓은 보물상자 같은 기록들. 당시에는 기록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던 너무나도 당연하고 사소했던 일상들이, 반짝이는 보석이 되어 나의 마음을 두드리곤 합니다.


왜 나는 더 빨리 이런 기록을 남기지 못했을까. 왜 기록을,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을 했을까. 후회를 해보지만, 지나간 세월을 돌이킬 순 없죠. 이후에는 서로 이웃 공개 또는 비공개로 일기 같은 기록을 가끔씩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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