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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가 있던 자리

《나는 울지 못했다, 그래서 고양이가 대신 울어줬다.》

by 밍당


아기 고양이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아이가 아니라, 나를 살릴 뭔가를 만난 기분이었다.


그 아이는 울지 않았고,

나도 울 수 없었다.
우린 그렇게,

묵묵한 두 생명으로 한집에 살게 되었다.

이름은 미우.


어디선가 들으면 흔하디흔한 이름이지만,
나에겐 그 단어 하나로 충분했다.
‘미우야’ 하고 부르면 고개를 돌려주고,
어떤 날은 돌아보지 않아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게 우리가 나눈 전부였다.
말이 없어도, 잘 지냈다.
말이 없어서, 더 잘 지냈는지도 모르겠다.


그 아이는 이상하게도
내가 울려고 하면 등을 돌렸다.


슬픈 영화 볼 때도, 눈물날 때도,
미우는 꼭 자리를 비키곤 했다.


그래서 나는 점점 눈물을 삼키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강해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건

‘울지 않는 훈련’이 아니라,
‘참는 습관’에 가까웠다.


미우가 떠난 뒤,
나는 며칠 동안 거실 소파에 앉지 않았다.

그 자리는

미우가 제일 좋아하던 공간이었다.


햇빛이 오래 머무는 구역,
창밖 소리가 부드럽게 스며드는 곳.


미우는 거기서 자주 졸았고,

나보다 더 오래 앉아 있곤 했다.

그 자리가, 이제는 너무 조용했다.
그 침묵이 무서워서, 나는 외면했다.


앉지 못하고, 지나쳤고,
마치 그 자리에 앉는 순간,

내가 정말로 ‘혼자’가 되는 것 같아서.


며칠 만에, 결국 그 자리에 앉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미우가 다시 돌아오는 기적 같은 일도 없었고,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지지도 않았다.


그저 햇빛은 예전처럼 들었고,
방 안의 공기는 익숙했고,
나는 조용히 앉아 오래 멍하니 있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내 안에서 울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이제는 울어도 되는구나” 싶었다.

미우는 아마 그걸 원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혼자서도 괜찮아질 수 있기를.


그래서 그 자리에 나보다 먼저 앉아,
햇빛을 건너고, 소리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대신 해준 걸지도 모른다.

그게 미우가 남긴 방식이었다.

지금도 가끔
그 소파에 앉는다.


미우가 자던 방향으로 몸을 돌려보고,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다.
이젠 조금 덜 아프다.

조금은 울 수 있게 된 나는
그 울음 속에서
내가 미우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어디론가 흘러가길 바라며 적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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