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의 방황, 글쟁이에서 프로를 꿈꾸기까지
"네 동생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 왔으니 잃었던 사람을 되찾은 셈이다.
그러니 이 기쁜 날을 어떻게 즐기지 않겠느냐?"
- 루가 복음서 15장 11-32절
그간 격조 하셨습니까.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밍당입니다.
브런치에 마지막 글을 올린 게 10월 4일, 무려 3개월 동안 '브런치 가출'을 한 셈입니다.
그야말로 탕아다운 행보였습니다.
그간 뭘 하느라 이렇게 브런치 출근 도장도 찍지 않았는가 물어보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이라는 로이와 로사의 가르침에 따라 그 석달 간의 이야기를 정리해 올려봅니다.
발단은 마봉 작가님의 장편 판타지 소설 세라비: 장하다 라를르의 딸 이었습니다.
첫 브런치 연재작이었던
<이 사람은 간단했다>를 멘탈 터져서 연재 중단한 후로부터는 단편 위주로 창작소설을 적어왔습니다.
그런 저에게 마봉 작가님의 세라비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장르 문학을 브런치에? 에에 혼또데스까?
그래도 뚝심 있게 밀어부치시는 작가님의 행보를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서브 아이디로 브런치에 가입해 판타지 글을 연재해 보았습니다.
(본캐는 8수 만에 브런치 입성인데 서브캐는 1트만에 합격인게 유우머)
소설의 첫 이름은 <불과 그림자의 연대기> 였습니다.
(그 기간 중 마봉 님과 outis님이 봐주셔서 참 힘이 되었습니다.
짧게 연재하다가 간판 치우고 사라져서 죄송합니다...)
혼자 뽕맛에 취해 <은하영웅전설> 느낌으로 적어보려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상업적으로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하고요.
찾아보니 요즘 장르 문학은 웹소설 플랫폼이 아니면 받아주는 곳도 없다 했습니다.
하여 웹소설 이식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습니다.
제목도 갈아치우고 <설계자의 전쟁론>이라는 그럴듯한 이름도 달았습니다.
회당 1만자에 육박하던 글들도 죄다 갈무리해서 5천자로 나누고, 우겨 담았습니다.
그리고 아재들의 고향, 문O아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평소에 뉴스 보고 유튭으로 인문이나 경제, 사회 정치 등 다양하게 보는 걸 좋아하는데 그걸 싹 끊고 정말 글만 썼습니다.
어느 정도 세상과 단절했던지, 배우 안성기씨와 이순재 선생님이 돌아가신 것도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어쨌거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하루에도 수 천 건의 글이 올라오는데, 누가 저런 지루한 제목의 소설을 눌러보겠습니까.
결국 지피티와 제미나이의 의견을 수용해 제목도
<변방의 지휘관이 전장을 압도함>이라는 망측한 이름까지 달고 리트라이.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웹소설이라곤 <나혼렙> 하나만 읽어본 사람에게 웹소설의 호흡은 너무나도 이질적이었습니다.
매 화마다 복선을 깔고, 사이다를 터뜨리고, 의문을 가지게 한다?
그것도 5천자 안에? 그게 가능하냐?
매번 AI들과 대책회의를 하면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자괴감과 현타에 빠졌습니다.
연재가 시원찮아 투고도 해보았습니다.
살면서 첫 투고였고, 역시나는 역시나였습니다.
시장에서 검증도 되지 않는 글을 누가 사겠다고 하겠습니까.
처음에는 시장을 부정하고, 독자를 부정했습니다.
이런 형편없는 놈들.
내 글의 가치를 알아줄 현명한 독자도, 투자자도 없는 시장이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쨌거나 독자가 읽어줘야 상업적인 성공도,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도 알릴 수 있다는 것을.
GPT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니가 존경해 마지않는 드래곤라자도, 은하영웅전설도, 그리고 헤밍웨이도 세르반테스도 결국 독자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에 읽혔고, 명작으로 남은 거다.
맞는 말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제가 즐기기 위한 글만 적던 글쟁이이었습니다.
그리고 프로는 독자들에게 읽히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설계자의 전쟁론>은 제 인생을 걸고 완성시키고 싶은 작품입니다.
학창 시절 대여점에서 판타지를 읽으며 꿈꿨던 영원한 저의 첫사랑입니다.
드래곤 라자의 철학과 재미, 은하영웅전설의 장대함과 전쟁과 사람에 대한 고찰을 담고 싶은 글입니다.
그렇기에 이건 초장기 프로젝트로 구상해놓고 현재는 따로 웹소설을 준비중입니다.
여전히 웹소설의 트렌드와 호흡을 따라가는 게 버겁습니다.
그래도 상업적 성공을 목표로 도전중입니다.
사실 투고든 연재든 어느 정도 실적을 쌓고 난 후 고향인 브런치에 “나 이렇게 노력했습니다!’ 라고 적고 싶었는데 참 어렵습니다.
역시 프로의 벽은 높고도 높네요.
생각해보면 진짜 존경스럽습니다.
프로 웹소설 작가들은 연독률과 조회수에 생계가 달려 있으니, 매일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적고 평가당하고 있을테니까요.
좋아하는 유튜버(라 해야 하나) 중에 최준영 박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을 잘 해야 한다."
맞는 말입니다. 요즘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본업이 있기에 살림살이 걱정 않고 새벽마다 글을 적고 있다는 게 참 다행입니다.
그래서 글쓰는 기간 본업인 대출도 보험도 카드도 오지게 팔았습니다.
회사 다니고 가장 좋은 실적을 쌓을 정도로요.
다른 파이프라인이 있으니 그걸 바탕으로 꾸준하게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어쨌거나 간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게 되어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기존에 알던 작가님들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시고,
새로운 작가님들께서 풍성하게 살롱 드 아무말을 꾸려나가시는 걸 보니 죄송하고도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앞으로 종종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건필하세요!
* 모든 이미지는 AI로 생성된 생성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