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명이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어두운 표정으로 서로 쳐다만 볼 뿐, 말을 꺼내는 사람은 없었다.
희미한 겨울바람 소리만 창밖을 훑고 지나갔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아니야."
"웃기지 마. 네가 하는 걸 본 사람이 있어."
"누구? 그럼 나도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
그가 먼저 말한 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네가 한 걸 나도 봤어."
"둘 다 그만."
"자, 다들 여기 이걸 보시죠."
줄무늬 티를 입은 그는 조용히 인형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모두 숨을 들이켰다.
"이게... 토끼?"
"귀가 없는데 어떻게 토끼야? 그냥... 대머리 인형?"
탕! 줄무늬 티가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범인이 나올 때까지 저녁은 없습니다."
그때까지 말없이 앉아 있던 하늘색 잠옷이 입을 열었다.
"저는 확실히 아닙니다. 그 시간에 방에서 핸드폰... 아니, 숙제를 하고 있었어요."
"그 시간? 언제인지 어떻게 알죠?" 핑크색 내복이 날카롭게 말했다.
"맞아요. 그때 우리는 방에서 몰래 달고나를 먹고 있었어요!" 연두색 내복이 동의했다.
회색 반팔티를 입은 자가 그때, 토끼였던 대머리 인형을 테이블에 앉혔다.
"자... 정리를 해보죠."
"토끼 인형은 핑크와 연두 내복과 방에 있었고, 하늘 잠옷은 다른 방에."
줄무늬 티가 말을 받았다.
"그리고 모두 나와 보니 토끼 인형은..."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눈만 들어 인형과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둘러보았다.
그다음, 테이블 아래 있던 토끼 귀를 들어 올렸다.
모두의 시선이 하나로 모였다.
"저는 이걸 달고나 그릇이 놓여있던 책상 아래에서 찾았습니다."
핑크와 연두 내복이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이제 범인이 나왔군요." 하늘색 잠옷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전 그만 일어날게요."
"잠깐, 그리고 이것도 발견했어." 다른 손에 있던 스카치테이프를 들어 보였다.
"김토순 귀에 왜 스카치테이프가 둘러져 있었지?"
하늘색은 자신의 이름이 써진 테이프를 힐끔 보더니, 눈에 띄게 움찔했다.
회색 반팔티가 말했다. "셋이서 했군."
"배도 가르고, 다른 쪽 귀도 떼고! 이젠 대머리를 만들어?"
"이거 바느질하기 얼마나 힘든지 알아? 어휴... 바늘이 어딨더라..."
"셋 다 각자 방 청소를 하고, 오늘 저녁 간식은 없다. 아... 꼭 먹고 싶은 사람은 방토다."
줄무늬 티셔츠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핑크는 '내 달고나...' 하고 중얼거렸고, 연두는 '나는 방토도 좋아하는데.' 작게 덧붙였다.
"테이프 주세요." 하늘색은 잠시 입을 삐죽였으나,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곤 내밀었던 손 옆에 슬그머니 다른 손을 붙여 두 손을 만들었다.
"그럼 이제 일어나도 되나?" 회색이 옆자리 연두 내복에게 까끌한 수염 공격을 하며 물었다.
"아니."
"오늘 저녁은 치킨이다. 불만 있는 사람?"
아무도 없었고,
이것이 그날 저녁 우리 가족이 치킨을 먹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