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우체통

by 밍다람

친구들과 수원 행궁동에 다녀왔다.

골목마다 개성이 가득 담긴 작은 가게들이 이어져 있었다.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부드러워지는 동네였다.


그중 가장 오래 머문 곳은 엽서 가게였다.

가게 중앙에는 일러스트, 사진, 캐릭터 엽서들이 종류별로 정리되어 있었고,

유리 통창이 있는 한쪽에는 혼자 조용히 글을 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벽 한쪽에는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공간이 있었다.

원하는 달을 선택하면, 그때의 나에게 편지를 보내주는 방식이었다.


그 문장을 보는 순간 마음이 움직였다.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니!!

생각만으로도 다정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푸른 들판에 양들이 쉬고 있는 사진 엽서를 골랐다.

아무 생각 없이, 초록 풍경 속에서 평온하게 쉬고 있는 모습.

미래의 나도 그런 하루를 보내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편지에는 다독이는 말을 적었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연말보다 상반기가 끝날 무렵이 더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 같아서

6월의 나에게 보내기로 했다.


사각사각 부드럽게 써지는 펜,

살짝 오돌토돌한 엽서의 질감,

나무 가구에서 은은히 풍기던 우드 향까지.

그 공간은 조용히 마음을 풀어놓기 좋은 장소였다.


누군가 내게 미래의 로망을 묻는다면

나는 종종 말한다.

내 취향을 가득 담은 소품 가게나 공방을 운영해보고 싶다고.


그날의 공간은

내가 막연히 그려오던 장면과 닮아 있었다.

만약 내가 그런 가게를 연다면?

식물을 조금 더 많이 두고

조금은 묵직하더라도 아날로그 감성이 짙은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


종이 냄새, 나무 냄새, 연필 자국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곳.

그리고 나의 오래된 프로젝트,

‘귀여운 할머니 되기’와도 닿아 있다.


흰머리가 소복하게 내려앉고,

웃는 만큼 자연스럽게 주름진 얼굴.

귀여운 핀을 꽂고,

손수 놓은 자수가 달린 니트를 입고,

레이스가 레이어드된 패치워크 치마를 입은 할머니.

“여기, 귀여운 할머니가 운영하는 곳이래.”


그런 말을 듣는 공간에서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언젠간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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