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밤새 눈이 많이 왔다.
어렸을 때는 눈 오는 날만 기다렸다. 손이 시려도, 콧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눈사람을 만들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였을까. 어느 날은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그 눈사람이 녹아 버리는 것이 너무 마음 아팠다. 그래서 눈사람을 냉동실에 넣어 둔 적이 있었다.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도 냉동실 문을 열어 인사를 했고, 학교에서 돌아와서도 냉동실 문을 열어 “잘 있었어?” 하고 눈사람을 확인했다.
하지만 동심을 지켜 주지 않는 차가운 냉동고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눈사람을 녹게 했다. 형태가 점점 일그러지고, 팔 부분이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하루가 지날수록 소중했던 내 눈사람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거의 내 주먹보다도 작아졌을 때, 나는 결국 눈사람을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냉동실 문을 너무 자주 열면 냉기가 빠져나가 눈사람이 더 빨리 녹는다고 말해 준 적이 있었다. 그 말을 듣고 나서는 냉동실 문을 아주 살짝만 열었다. 빛 센서가 겨우 켜질 만큼만, 살살 문을 열고 눈사람이 잘 있는지 빼꼼 들여다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눈사람 입장에서는 그 캄캄한 냉동실이 감옥이나 다름없지 않았을까 싶다.
어른이 된 지금은 문득 눈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밝은 햇빛도, 바람도, 다른 눈 친구들도 만나지 못한 채 어두운 냉동실 안에 갇혀 있었을 테니까.
차가운 생선 눈과 마주 보고, 여러 냉동식품들 사이에 끼어 있었을 그 눈사람을 생각하면 조금 미안해진다.
아무리 냉동고 성능이 좋았다고 해도, 내가 눈사람이었다면 아마 열심히 스스로를 녹여서 밖으로 나가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가끔 들어오는 빛이라고는 누군가 냉동실 문을 열 때뿐이었을 텐데, 만약 그 문이 활짝 열리고 아이가 이런저런 말을 걸어 준다면 좋았을 것 같다. 그런데 문이 겨우 불이 켜질 만큼만 열리고 누군가 눈만 빼꼼 들여다본다면… 조금 무서울 것 같기도 하다.
어른이 된 나는 눈사람을 거의 만들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오늘, 밤새 내린 눈을 보니 문득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눈사람 하나 만들어 보고 싶다.
이번에는 냉동실에 넣지 말고, 그냥 눈 오는 밖에서 천천히 녹도록 두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