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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디터 Nov 21. 2020

드라마 <스타트업>_인생을 바꾸는 사소한 순간

드라마 <스타트업> 3화를 조명하며

살면서 가장 처음 딥하게 좋아하게  예술이 드라마였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드라마만  500개의 작품을 봤는데, 영화는  편에 2시간 남짓인 반면 드라마는  작품에 거의 20시간정도가 소요된다. 돌이켜보니 결코 쉬운 취미는 아니었다.


저렇게 이야기하면 '드라마가 예술이라고 할 수 있나' 하는 시선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가장 친근한 방법으로 삶에 대해 알려준게 드라마였다. 주인공의 일상적인 장면을 보고 내 삶을 돌아보게 되기도 하고, 연애나 가족에 관한 작품들을 보면서 '사람사는거 다 비슷하구나' 하고 느끼기도 했다. 흔히들 말하는 아하! 포인트가 가장 많았던 분야다.


그렇게 친근한 반면 리뷰하기에는 오히려 영화나 연극 등에 비해 어려워서 항상 미루다 넘어가기가 부지기수였다. 1화부터 16화까지 다 보고 한꺼번에 리뷰해야지 하는 마음이 있어서였다. 근데 꼭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매 회마다 좋았던 포인트가 다를 수 있는거잖아. 애초에 한 작품에 소요되는 시간이 다른데 그걸 어떻게 같은 분량으로 압축하나. 그래서 지금부터 한 회의 좋았던 장면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드라마 <스타트업> 3화가 그 첫 시작이다.


네이버TV 드라마 <스타트업> 中

달미(수지)는 매출 천만원이라는 신기록을 달성하고도 정규직 전환의 자격이 안된다며 계약직으로 부릴려는 회사를 손쉽게 놓아버리지 못한다. 빨대꽂고 사는게 편하다는 그의 동료 사원의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재계약조차 흔하지 않은 세상이니까 더욱이 쉽게 놓지 못했을테다. 그러다 <스타트업> 3화에 저 스틸컷 장면이 나온다. 서달미의 활짝 웃는 얼굴은 바로 계약직의 쳇바퀴를 끝내고, 창업을 시작하겠다는 결심과 함께 회사를 떠날 때 나온다.


달미는 어떤 사람이냐. 잘만하면 정규직 전환을 해주겠다는 팀장의 말에 속은게, 아니 어쩌면 속아보려고 한게 2년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지는 않을거지만 놓치기는 아까운 사람이라서 계약직 재고용을 제안하며 "열심히 하면 선배들 곁에서 배울 수 있고~" 라는 말로 또다시 자신을 현혹하려는 팀장 앞에서 "열심히 하면요?" "그렇게 옆에서 배우면요?" 라는 말로 되받아칠줄 아는 사람이다. 근데 세상 이치에 밝은  하면서도 모질게 손절은 못하는 타입. 결국 팀장이 제안하는 재계약을 그자리에서 단칼로 거절하지는 않는다. 컴플레인 투성이일뻔 한 매장에서 일 매출 신기록을 달성한건 모두 본인의 덕이었음에도 대놓고 '빨대 꽂는' 동료사원의 팔짱을 뿌리치지도 못한다.


네이버TV 드라마 <스타트업> 中

그런 달미가 회사를 떠나기로 마음먹은건 한 순간이었다. 대표이사실을 물어보는 우편배달원에게 '32층 대표이사실을 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다고, 이 엘리베이터는 16층까지밖에 못가서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야한다'고 알려주는 동료의 옆에 있었던 순간. 달미는 재계약의 갈림길에서 망설이다 그 말을 듣고 재계약을 하지 않고 나가기로 결심한다. 당연히 달미가 재계약을 해줄줄 알았던 팀장이 끝내 정규직의 '정'자도 안꺼내고 자신을 마구 만류할때도 당당하게 말한다. 자기가 가고싶은  16층도 사무실도 아니고  꼭대기라고.


오랫동안 그 건물에서 일했던 달미가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리 없다. 다만 그 순간에 그 사실을 흘려보내는게 아니라 제대로 인지하게 되었을테다. 인생을 바꾸는  저렇게 사소하게 맞닥뜨리는  장면일 때가 많은 것 같다. 내 인생에도 그런 장면들이 있었고, 그럴때 모든 걸 포기하고 방향을 틀어버리는게 얼마나 어려운일인지 알 것 같아서 서달미라는 캐릭터에 애정이 간다.


네이버TV 드라마 <스타트업> 中

+ 드라마의 매력포인트: 너무 훈훈한 투샷. 아직 4화까지 밖에 보지 못해서 러브라인 서사를 다룰 수가 없어서 나중에 리뷰해볼 생각이다. 한지평(김선호)씨가 서브남주일수가 없는 사연이 가득하던데 어떻게 될지 궁금하고. 샌드박스의 창업자인 윤선학과 샌드박스 시스템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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