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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디터 Nov 23. 2020

우리나라에 이런 도서관이? _의정부 미술도서관

의정부 미술도서관의 존재가 특별한 세 가지 이유

근 한 달 동안 타이밍이 맞지 않아 가보지 못했지만, 한시라도 빨리 가보고 싶은 조바심이 났던 공간이 있다. 바로 의정부 미술도서관이다. 사람들에게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것 같은데 내가 찾던 모든 것이 있는 공간이어서 두 편에 나누어 이야기하려 한다.


한국건축문화대상의 우수상을 수상했다는 미술도서관. 외국의 좋은 뮤지엄을 소개하는 책에서 종종 미술도서관이나 어린이미술도서관 등의 개념을 본 적은 있지만 국내에는 없었다. 누구의 손끝에서 이렇게 좋은 공간이 탄생되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의정부 미술도서관 박영애 팀장님의 기획에서 비롯된 공간이라고 한다. 이 미술도서관 기획을 위해 해외의 많은 도서관들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셨다고 하는데, 인터뷰 내용이 인상적이라 나중에 꼭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도서관은 대부분 천편일률적인 구조다. 물론 현대 라이브러리나 네이버 라이브러리, 파주 지혜의 숲 등 쾌적하고 아름다워서 찾아가 보고 싶게 만드는 곳들도 많다. 하지만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이 아닌 경우도 그만큼 많다. 의정부 미술도서관은 자연을 활용한 디자인, 개방적인 운영방식, 그리고 미술의 대중화에 기여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자연을 벗 삼은 도서관

전부 다 아름다운 공간

사진에서 보이듯이 저 넓은 도서관 건물의 반쪽이 창으로 이루어져 있어 숲과, 하늘을 배경 삼아 책을 읽을수 있도록 되어있다. 자잘자잘한 유리창 사이로 들어오는 빛들은 도서관을 환하게 비추지만 책을 보는데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적절한 조도다. 1층은 예술관련 해외/ 국내 전문서적들이 많이 비치되어 있고, 2층은 어린이 서적과 일반 서적들이 섞여있다. 3층에는 오픈스튜디오와 기증존이 있다는데 데이비드 호크니의 빅북을 다 보느라 시간이 촉박하여 아직 가보지 못했다.


개방적인 마인드, 오픈형 구조로 탄생한 모두의 공간

어린이 서적이 있는 공간, 책 뿐 아니라 소품에도 신경을 쓴 티가 난다

도서관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조용하기는 하지만 구조 자체가 꽤나 오픈형 구조라서 너무 쉿-하며 조용함을 요구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기본적으로 많은 도서관들은 입장과 동시에 회원 카드를 찍게 하거나, 들어가는데에 제약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코로나 관련 열체크 용도 말고는 특별한 제제가 없다. 한마디로 기존 우리나라의 도서관 보다는 세련되고 감각적인 문화회관, 쉼터 느낌이 강하다. 2층은 어린이 서적들이 있어 올라가보면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도서관 건물이 옆으로 꽤나 넓어서 책을 읽어주는 소리들이 1층이나 반대편에서는 잘 들리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도서관을 책을 대출하고 반납하는 공간을 넘어 자주 오고싶은 곳, 소풍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었다. 내가 아이였다면 매일 데려가달라고 조를 만한 공간이랄까. 물론 그 마음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미술의 대중화를 가까이에서 실현하는 공간

데이비드 호크니의 빅북

이 도서관이 특별한 마지막 이유, 도서관 안에 미술관이 있다. 지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 기획전 <개인시대의 사회>가 진행되고 있다. 전시에 와 있는 작품들도 몹시 매력적이어서 이 부분은 따로 다룰 생각이다. 1층에 미술관이 있고, 예술 관련 서적들이 비치되어 있어서 미술을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전시를 보도록 이끌고, 나와서는 자연스레 예술 관련 서적들을 한 번쯤 넘겨 보도록 만든다. 게다가 1층에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빅북이 떡하니 비치되어 있고, 무려 장갑을 낀 채로 넘겨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비싸기도 하지만 애초에 수량 자체가 많지 않아(전세계 9,000부 한정이다) 귀한 책. 국내에서 곱게 전시되어 있는것만 두 번 정도 보긴 했지만 내 손으로 넘겨본 것은 처음이었다. 왜인지 나중에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줄을 꽤 오랫동안 서고, 그 자리에서 500페이지에 달하는 빅북을 모두 넘겨봤다.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호크니의 그림을 넘겨보고 있으니 지나가던 아이들도 관심을 보이고 부모님께 보고 싶다고 말하는 이야기들을 들려왔다. 이게 바로 미술의 대중화가 아닐까. 사람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미술이 먼 곳에 있지 않다고 말하는 것. 호크니의 빅북이 언제까지 그 자리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중에 다른 작가의 도록들도 큐레이션을 통해 공개된 장소에서 넘겨볼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 이런 좋은 기회들이 하나하나 모여 어른들 뿐 아니라 아이들도 미술의 세계에 흥미를 느끼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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