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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디터 Nov 24. 2020

구름과 숲과 작품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곳

성북동 제이슨함 갤러리

운전면허 없는 사람들이 가기 어려운 갤러리들이 몇 군데 있다. 그중에도 성북동 언덕 꼭대기에 위치해있는 제이슨함 갤러리와 최근 열렸던 그룹전 ‘추상’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풍경

오픈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제이슨 함 갤러리는 자연을 담은, 시선을 고요하게 강탈하는 두 공간을 가지고 있다. 먼저 갤러리로 들어가는 문 옆에 나있는 벽과 벽 사이로 보이는 나무가 그 첫 번째다. 창문 같은 틀, 테두리 사이로 보이는 자연 풍경들을 유난히 좋아하는 편이라 갤러리에 발을 들이기도 전에 이미 마음에 들었다.


날씨가 맑아서 더 좋았던 뷰

갤러리 안으로 들어서면 하얀 공간의 1층 홀이 나오고. 2층 계단으로 올라가면 창으로 이루어진 벽면이 나온다. 바로 그곳에 하늘과 구름을 만날 수 있는 큰 창이 나타난다. 성북동이 워낙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는 데다가, 갤러리는 걸어서 언덕을 두어 번 정도는 더 올라가야 나오는 곳인지라 본의 아니게 하늘을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 탄생한 게 아닐까. 날씨도 좋아서 덕분에 작품 한 번 보고, 하늘 한 번 보고 더할 나위 없이 여유로운 한때를 보낼 수 있었다.


자연을 부분 담아낸 이 갤러리에서 11월 3일까지 ‘추상’이라는 이름의 그룹전이 열렸다. 쿠사마 야요이, 안토니 곰리, 메리 웨더포드 등의 10명의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 쿠사마 야요이처럼 낯익은 작가의 이름도 있었지만 현대 추상미술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터라 대부분은 생소하게 다가왔다. 그중 시선을 잡아끄는 한 작품이 있었다.


Mary Weatherford 메리웨더포드의 Switching Yard 스위칭 야드라는 이름의 작품이다. 작품이 뿜어내는 파워풀한 기운이 있어 시선이 계속 끌려간다.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오랫동안 응시해도 질리지 않는다. 형광등에서 나오는 네온 불빛과 추상화는 정말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데 묘하게 잘 어울린다. 집이 크다면 계단으로 올라가면 나오는 복도나, 거실 어딘가에 장식해 놓고 싶다. 작품을 보고 했던 생각들이다.


Mary Weatherford, Phoenix, 2017  | 출처: 아트바젤 홈페이지

찾아보니 컬렉터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작가인 것 같고, 네온을 이용한 연작들이 많은 것 같다. 특이한 점은 네온을 활용해 만든 추상화 작품들에 붙인 이름이 지명부터 사물까지 다양한데 모두 제목과 딱 어울린다는 것. 위의 작품은 이름이 피닉스인데 진짜 딱 불사조 같이 생겼다. 아래 작품의 이름은 선 플레어. 역시 불꽃, 타오르는, 강렬한 느낌을 준다.

Mary Weatherford, Sun Flare, 2019  | 출처: 아트바젤 홈페이지

추상화나 현대미술 전시는 상대적으로 낯익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보다 더 생소한 것들이 많아서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품의 의도나 의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상파 시대의 풍경화를 보면서 일일이 의미를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직관적인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굵직한 현대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줄 것 같은 제이슨 함 갤러리. 앞으로 어떤 전시로 찾아올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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