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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디터 Apr 14. 2022

예술가와 비예술가의 경계를 사르르 녹이는 두개의 사진전

<우연히 웨스앤더슨> & <요시고 사진전>

SNS, 그 중에서도 특히 인스타그램 유저들이 많이 가는 전시회가 있다. 이런 사진기록을 위한 전시들은 사람이 많고, 생각보다 실속이 없는경우가 많아 전시덕후들은 오히려 피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고정관념을 깨준 전시회를 발견했다. 그라운드시소의 전시 <우연히 웨스앤더슨>과 <요시고 사진전>이 그 주인공이다.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열린 <요시고 사진전>은 '따뜻한 휴일의 기록'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코시국이 시작된지도 벌써 3년이 되어가고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지금, 요시고는 따뜻한 색감, 구도, 풍경으로 관객들을 이끌었다. 분위기를 한순간에 여름으로 바꾸어버리는 물을 다룬 요시고의 대표작들을 포함하여 빛, 구도, 색감을 이용하여 그가 각지에서 촬영한 다양한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사진은 예술중에서도 아주 드물게 타고난 재능이 필요 없는 분야입니다. 요즘은 카메라를 가진 모두가 사진작가죠. 다만 중요한 건 정말 사진을 사랑해야 한다는 겁니다. - 요시고


전시 전반에 걸쳐 요시고 작가는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관객들에게, 하나의 주요한 메시지를 말하고 있었다. 바로 예술의 영역이 범접할 수 없는 것이 아닌 열려있는 곳이라는 말. 이처럼 <요시고 사진전>은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디까지 이룰수있도록 하는지 알게해주는 전시였다. 더불어 인스타그램이라는 세계인과의 소통채널을 활용한 성공적인 셀프 브랜딩의 사례로 참고하기에도 좋았다. (요시고는 인스타그램으로 전세계인들과 소통하며 작품이 더욱 유명해졌다.)




'예술가'라는 개념의 확장성은 <우연히 웨스앤더슨>전시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일반적인 사진전이 한 작가의 작업물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번 전시는 '우연히 웨스 앤더슨'이라는 프로젝트 참여자들, 즉 세계 각지의 일반 사람들의 작품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프로 사진작가가 찍었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구도, 색감, 임팩트를 갖춘 수백개의 작품을 나는 이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AWA(Accidentally Wes Anderson) 프로젝트란?

월리와 아만다 코발이라는 부부가 여행 버킷리스트를 계획하다 웨스 앤더슨 감독(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문라이즈 킹덤 등의 영화감독)의 영화에 등장할법한 장소들을 포착하여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고, 해당계정의 팔로워들이 이런 컨셉의 여행장소 사진들을 올리면서 시작된 프로젝트. 현재 기준으로 무려 166만 팔로워를 가지고있는 계정이고, 이미 책으로도 출간이 되었다.


물론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찍은 사진들은 SNS에서 알고리즘에 의해 발견할 수도 있고, AWA 계정에 들어가서 감상할 수도 있지만 전시는 전시만의 매력이 있다. 먼저 호텔, 이동수단, 특정색이 담긴 장소(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에 자주 쓰이는 핑크색), 수영장 등 장소별 컨셉별 10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작품들을 모아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뿐이랴. 마치 비행기를 탑승하고 여행지에 내리는 기분이 드는 티켓을 받아 들고, 동선에 따라 감상하며 사진을 찍다보면 어느새 세계여행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쉬운 기분이 든다.


사진을 찍고, 보정하고, 그 결과물을 바라볼때 얻는 행복감이 큰 나에게 이 두 전시는 큰 용기가 되기도 했다. 어쩌면 너무 늦은 때란 없고, 어쩌면 내 결과물들도 하나의 작품이 되어 관객들을 만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전시장에 적힌 웨스 앤더슨 감독의 말로 글을 마친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내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이들이,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장소와 사물을 찍은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내가 찍고 싶은 사진들이다. - 웨스 앤더슨


*이 글은 문화예술 뉴스레터 맅업에 기고했습니다.

https://litup.link/curation/?bmode=view&idx=11163750&back_url=&t=board&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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