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인생 별거없어요. 비교하지 말아요.
책을 읽을 때 음악 선정도 참 중요한데, 오늘 찰떡궁합을 찾았다.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와 장기하 신곡 '부럽지가 않어'가 그 주인공이다. 비슷한 구석이 별로 없어 보이는 이 두 작품 사이에는 알고 보면 공통점이 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라는 영원한 숙제와도 같은 물음에 지름길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스스로의 인생을 성공과 실패로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는 답을, 장기하는 부러울거 천지인 세상에서 '부러움'이라는 마음을 버리면 얻게 되는 평온함을 이야기하며 이 물음에 온몸으로 답하고 있다.
요즘 핫한 신곡,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의 가사를 한번 보자.
부러움을 버려야겠다 생각하는 중에도 저 가사를 쓴 장기하가 부러워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이 노래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 역시 나보다 잘난 사람과 끊임없이 비교를 하고 있다는 사실, 비교도 안하고 부러움도 없으면 자랑할 일도 없다는 철학적인 분석이 담겨있어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수는 있겠지만, 부러움이라는 걸 모른다면 행복한 삶에 가까워진다는 생각에는 대부분 동의하지 않을까. 한해 한해 나이가 먹어갈수록 욕망과 부러움을 버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그렇지만 내 삶을 잘 살기 위해 얼마나 필요한 일인가를 알게되는 듯 하다.
행복의 기준을 타인에게 두지 말라는 메세지는 베스트셀러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죽기로 결심한 19년 전과 27시간 전의 '노라' 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읽는동안 마음을 치유받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여운이 오래 남은 울림이 있었다.
어떤 후회들은 사실이 아니라 상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다.
주인공 '노라'는 자신의 삶이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죽음을 선택한다. 그리고 도착하게 된 곳이 죽기 바로 전에만 열리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이곳에서 노라는 자신이 삶을 살며 했던 모든 후회가 집대성되어 있는 후회의 책을 만난다. 수많은 후회로 이루어진 두꺼운 책을 보고 다시금 실패자라고 생각하는 노라에게 도서관의 사서 엘름부인은 어떤 후회들은 사실이 아니라 상상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도와준다. 죽기로 결심한 바로 직전까지도 후회하고 책망했던 일이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던 일이라는 걸 보여주며 독자들의 마음까지 다독인다.
노라는 평행우주 속에서 선택하는 모든 삶을 살아볼 기회가 주어지면서 비로소 자신을 가두었던 생각들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실패라 단정했던 삶에도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삶에도 예상치 못했던 나비효과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내릴 뿐, 그 선택의 성패와 다른 요소들에 미치는 영향을 재단할 수 없다' 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생각의 관점을 바꿔준다.
잘 사는 삶이란 뭘까.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누구의 인생이든 이런 물음이 끝없이 커지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럴 때면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를 틀고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 몸을 맡겨보길 추천한다. 내려놓는 법을 쉬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불행을 멀리하는 방법을 알려줄테니.
*이 글은 문화예술 뉴스레터 맅업에 기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