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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재 Aug 08. 2023

아무 일도 아닌 날

작은 것에 의미를 두자.

작은 것의 소중함을 느끼자.

그전에 단단한 마음을.


작은 것에 관심을 가지면

그 작은 것이 당신을 슬프게 한다.

걷지 못하게, 잠도 못 자고 아무것도 못하게, 그 작은 것이 일렁인다.


차라리 눈 감고 다닐 수 있다면

마음이 쉬이 열리지 않고 굳게 닫혀 있다면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지만

그렇게 코 끝이 얼얼한 하루를 보내고 만다.


내일도 당신은 아스팔트 사이에 낀 들꽃을 대견해하며,

신호 없는 길을 건너는 어린 고양이를 응원할 것이다.

푹푹찌는 여름날에도 붉게 피는 백일홍의 기세에 힘을 얻고,

걷다 말고 지렁이를 촉촉한 그늘 밑으로 옮겨 줄 것이다.


작은 것의 눈동자에 더욱 히 맑게 비추는 하늘은 오늘따라 밉기만 하다.

시도 때도 없이 얼얼한 코끝은 오늘 유난히 아프고 입이 쓰다. 



버려진 새끼 강아지(꼬맹이)를 3일 동안 돌봐줬다. 동네를 다 돌았지만 결국 주인은 찾지 못했고, 유기견보호센터에 연락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케이지에 들어가 있는 꼬맹이를 보니 미안한 마음에 한참을 소리 내어 울었다.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라지만 아닐 거란걸 너무 잘 알기에. 사진첩에 사진을 모두 지웠다. 진짜 진짜 조금 단단해졌다. 다가올 내일도 이상하고 아름답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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