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하니 할 수 있는 게 참 많았다.
마음대로 술을 마셔도 되고, 골프를 치고 싶으면 골프를 치러 갈 수 있고, 기분이 꿀꿀하면 갑자기 숙소를 잡고 여행을 떠날 수도 있고, 그동안 못 보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야구를 보고 싶으면 야구장에 갔고, 늦잠을 자고 싶으면 늦잠을 잤다. 다시 자유를 찾은 것 같았다.
자유로운 시간들이 엄청나게 늘어났으며,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일종의 해방감이었다.
그런데 '영혼'이라고 표현하기 거창할지도, 오글거릴지도 모르겠지만.. 영혼 비슷한 그 무언가..
진정한 '나'는 자유롭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자유로웠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내 진짜 모습을 숨기기 급급했다. 직장에는 나의 '자유'를 알릴 수 없었고, 괜히 의식하며 자유롭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친구들에게도 굳이 나의 자유선언문을 낭독하지 않았다. 가십거리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긴 싫었다. 이런 것들이 자유롭지 못한 나를 만들 것을 알기에...
자유를 찾기 위해 결심했고, 자유를 찾은 것 같았지만, 진정한 '나'는 자유롭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었고, 여태껏 잘 살아왔는지도 잘 모르겠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아직도 나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노예근성이 지배하다 보니 진짜 나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돈이나 벌어보자는 막연한 기대감에 시작한 글쓰기였다. 정말 막연했다. 어마무시하게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일단 행동으로 옮기다 보면 뭐라도 된다고 했던가.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진짜 내 마음속 이야기가 하고 싶어 졌고, 브런치 작가에 응모했다.
브런치 작가가 막상 되고 보니 뭐라도 써야 했다.
남들은 갖지 못하는 경험,
잊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막상 잊기에는 아까운 경험을 쓰기 시작했다.
쓰다 보니, 또 다른 이야기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또 썼다.
이렇게 조금씩 쓰다 보니 느낀 것들과 생각한 것들에 대해서 써 보았다.
다시 자유를 찾은 한 남자가 왜 글을 쓰는지.
이 남자가 글을 쓰니 무슨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이 남자가 글을 쓰다 보니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
작가도 아니고, 파워블로거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는 것들을 정리했다.
조금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노예 같은 생각을 하던 인생에서 해방되어, 진짜 인생의 주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썼다.
혹여나 몇 달 전의 나처럼, 삶의 중심을 잘 못 잡거나, 앞으로의 미래가 막막한,
'자유로운 인생'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조금이나마 공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